[김경호의 문화비평]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만난 영화 ‘인터스텔라’… 놀란의 물리학적 상상력 놀랍다 기사의 사진
스필버그 감독도 놀란 우주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

장엄함을 넘어서서 한마디로 전율이 느껴졌다. SF라기보다 한편의 우주공간에 대한 서사(敍事) 그 자체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과학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영화는 개봉 한달만인 12월 3일 관객 850만을 동원하며 연일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서서 <인터스텔라>는 우주공간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을 촉발시키며 우주과학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스필버그식의 공상이나 동화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우주공간에 대해 새로운 물리학적 해석을 적용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스타워즈’와 같은 오락성 내지 상상력에 의존한 기존 SF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미지의 우주공간에 대한 물리학적 해석과 접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문화예술적 관점. 영화의 주제와 스토리 전개, 제작기법, 영상미학 시각에서의 접근이다. 이 관점에서는 극심한 식량난으로 멸망하는 지구상 인류를 제3의 우주공간으로 이주시키는 스토리, 그리고 기존 SF영화를 뛰어넘는 빼어난 영상미학, 영상을 압도하는 OST등 음향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셋째로 인류애 내지 가족애를 들 수 있다. 지구를 인류를 구한다는 미션을 갖고 우주로 떠나는 소명의식,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떠나야만 하는 부성애는 관객들의 감성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몇가지 구체적으로 더 추려보자. 먼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물리학적 상상력은 정말 전율스럽기까지 했다. 현대물리학의 미해결 과제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의 접합지점을 바로 인터스텔라(Interstella:星間)로 보여준다.

상대성이론과 만유인력의 법칙이 영화의 과학적 토대

아직도 물리학자들 간에 논쟁으로 남아있는 두 이론을 그는 ‘사실적 상상력’으로 연결해놓고 있다. 상대성이론의 ‘시간’과 중력장 이론의 ‘공간’의 문제를 동시에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실적 정합성 여부는 순수 과학영역의 문제이겠다. 하지만 사실적 영상으로 관객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자문과 고증을 한 결과 사실성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놀란 감독은 현대물리학 이론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블랙홀에서 화이트홀, 웜홀까지 4D스크린으로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주인공 쿠퍼(매튜 매코너히)와 브랜드(앤 해서웨이)는 우주선 창문 너머 광활하고, 장엄하게 펼쳐진 새로운 우주공간을 목격한다. 관객들 역시 미지의 우주공간에서 가서 카메라로 실제 촬영한 우주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말로만 듣던 블랙홀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가슴에서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영상미학 측면에서 제작기법에서도 충분히 스필버그를 넘어섰다. 우주공간에서 바라본 지구 등 은하계, 거대한 파도와 빙하로 뒤덮인 행성,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인 웜홀은 관객들에겐 시각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끝부분에 영상으로 보여준 5차원의 공간. 상대성이론과 중력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블랙홀을 빠져나온 주인공 쿠퍼는 마치 도서관과 같이 시간과 공간이 멈춘 5차원에서 딸에게 책을 떨어뜨리며 모르스 부호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시그널을 보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5차원을 한눈으로 보여주는 연출효과가 돋보였다.

시간과 공간이 멈춘 5차원을 시각화

OST 역시 더 이상 사운드만은 아니었다. 미지의 광활한 우주를 귀에 담는 메시지였다. 음악감독 한스 짐머의 장엄한 파이프오르간 음악은 우주라는 교회에 온 듯 자연스럽게 ‘절대자’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묵직한 파이프오르간 음향은 우주선 폭발장면에서 순간적으로 끊기면서 ‘무음(無音)의 찰나’를 만든다. 마치 나의 고막이 터져버린 듯한 착각을 만든다. 이렇게 파이프오르간 음악은 시종 관객들을 극도의 몰입상태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가족애가 녹아있다. 인류 구원을 떠올리는 휴머니즘과 딸을 사랑하는 부성애가 강하게 교차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 우주로 가는 과거의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라’는 아버지 쿠퍼의 노력은 눈물겹기만 하다.

영화 초반은 다소 지루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우주로 기약없이 떠난다는 말에 우는 어린 딸 머피의 울먹임에 객석 곳곳에서 자연스레 흐느낌도 흘러나온다. 시공을 초월한 웜홀에서 신체적 변화가 전혀없지만 지구상 나이로 123세가 되어 버린 주인공 쿠퍼가 역시 할머니가 되어 병상에 누워있는 딸 머피와 재회하는 장면은 강한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현대 물리학을 이끄는 상대성이론과 중력장이론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서 대중들의 과학적 공감대를 얻어냈다. 난해한 물리학 이론이 그렇게 미지의 우주공간에 대한 무한한 대중들의 상상력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장엄한 파이프오르간 음악은 우주라는 교회속 절대자를 연상

<인터스텔라>가 관객 1000만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흥행몰이 이면에는 물리학 이론의 뼈대로 한 영화 그 자체도 신선함 외에 ‘과학교육영화’로서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나온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인터스텔라>는 물리학 이론의 토대위에 감독의 과학적 상상력이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다큐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전에도 우주관련 영화는 많았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우주공상영화 <스타워즈>(1977) 시리즈가 효시다. 지난해 국내 개봉된 영화 <그래비티 Gravity>를 비롯해 <미션투마스, Mission To Mars>,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등이 호평을 받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비과학적 설정도 적지 않았지만, 영상미학 측면에서 <인터스텔라>에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터스텔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니라 탄탄한 이론적 토대위에 감독의 창의적 상상력, 파노라마로 우주공간을 묘사한 영상미학, 숨이 멈출듯한 장엄한 OST사운드, 그리고 가족애가 잘 융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169분, 무려 3시간에 달하는 런닝타임 중 초반 다소 지루한 스토리전개가 흠이라면 흠으로 지적할 수 있다. 또 미션을 받고 우주로 떠나기 전 딸 머피와 눈물의 이별장면에서 왠지 어설픈 부분도 더러 있었다. 언뜻 스필버그감독이 이 대목을 연출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촉발, 물리학의 대중적 이해를 도와

영화 <배트맨비긴즈>(2005)와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등으로 놀란 감독은 한국 관객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인셉션>의 경우 마치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듯한, 그 이상의 느낌은 얻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달랐다. 그 배경에는 <인터스텔라>가 단순히 영화만이 아닌 물리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촉발시키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화제를 남긴 영화 <인터스텔라>는 2014년 12월 단연 사람들의 이야기 중심에 서있다. 일 핑계로 미루던 필자도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자칫 왕따될 수 있다’는 지인의 충고를 받고 부랴부랴 지난 11월 말 여의도CGV에서 관람했다. 함께 영화를 본 지인들은 이미 2~3번째 본다고들 했다. 여러번 봐야 영화토대가 된 물리학 이론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하게 된다고 했다.

한두번 더 봐야겠다 하는데 CJ CGV가 12월 3일부터 전국 아이맥스관에서 <인터스텔라>를 종영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이 적지 않았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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