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미생’에서 ‘칸타레’까지 불금을 장악한 tvN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킬러콘텐츠를 띠편성한 금요일 틈새전략의 성공

tvN이 <미생>에 이어 <삼시세끼>, <언제나 칸타레>까지 금요일 안방을 장악해버렸다. 최신 흥행작 3편을 연속 내보내는 tvN의 띠편성은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가슴설렌다는 불금, ‘불타는 금요일’ 밤 케이블방송사 tvN의 독주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지상파였다면 영락없이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금요일 프로그램’들이 계속 대박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종영예정인 주말드라마 <미생>(연출 김원석 극본 정윤정)은 이제 2회분만 남겨놓았다. 지난 13일 18회방송분 시청률은 7.94%(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올랐고, 순간시청률은 이미 10%대를 돌파했다. 완생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미생>은 이미 ‘미생신드롬’을 만들었다.

드라마 <미생>은 힘의 논리가 난무하는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의 주인공 장그래를 통해 오늘을 사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생>은 지난해 tvN의 최대히트작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에 대한 공분에 <미생>이 일조했다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다. <미생>은 올해 tvN이 불금을 장악한 대표적인 킬러콘텐츠다.

<삼시세끼>. 나영석PD의 연출력이 돋보인 리얼버라이어티다. KBS2의 <1박2일>을 연출한 나PD가 <꽃보다>시리즈에 이어 연속히트를 만들어낸 야심작이다. 지난 12일 캐이블예능이 넘기 어려운 8.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영석=흥행보증수표’ 등식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적하고 낯설고 모든게 불편한 강원도 산골. 하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왠지 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저 밥만 지어먹는 ‘재미없는’ 리얼인데도 나PD의 손을 거치자 웃음을 유발하는 ‘다큐코미디’로 변모했다.


'TV자막의 마술사' 나영석PD, 리얼에 의미부여하는 스토리텔링 기법 돋보여

나PD는 자막을 통해 스토리텔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독특한 ‘재미’를 연출한다. 이순재 최지우 등 게스트 명사들의 무심한 일거수일투족 모두 ‘재미있는 의미’로 만들어낸다. 나PD는 ‘TV자막의 마술사’다. 물론 과도한 의미부여나 자막의 범람이 지적되지만 ‘자막 스토리텔링’ 기법이 리얼다큐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밤 11시 30분 <언제나 칸타레>. ‘한국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금난새가 지난 2일 불금프로에 합류했다. 클래식 <언제나 칸타레>(연출 조언숙)에서다. 제작진이 말한대로 ‘천방지축 오합지졸’이 출연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목 ‘바흐를 꿈꾸며’가 시청자들에게는 클래식음악 세계를 연상시킨다.


'<언제나 칸타레>에 잘 들어맞는 금난새, 클래식대중화에 기여

금난새는 이름만큼 ‘아름다운 음악가’다. 서울예고 교장인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늘 강조한다. TV프로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금난새의 tvN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로 방송계 뉴스거리가 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즐길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단순히 음악을 감상만하는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는 주체가 되는 클래식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칸타레’는 금난새에 잘 들어맞는다. 클래식에 열정을 갖고 있는 다양한 출연자들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4부작 리얼 미션 버라이어티물이다.

출연진도 이채롭다.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진짜사나이’ 샘 해밍턴은 물론 아나운서 오상진과 이지현, 영화배우 공형진, 올해 미스코리아 진 출신 김서연 등이 연주자로 참여한다. 하모니를 내야하는 오케스트라의 특성상 이질적인 이러한 인물들은 불협화음만 낼 듯하다. 오디션에 이어 첫날 완주를 요구하는 금난새의 밀어붙이기식 연습에 모두 난감해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오합지졸을 하모니로, 출연자 달란트를 끄집어내는 리더십

하지만 지휘자 금난새의 리더십은 오합지졸을 하나로 엮어낸다. <언제나 칸타레>는 이같은 우여곡절의 오디션과 연습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악보’를 못본다는 문외한도 얼마든지 클래식 연주자로서 ‘달란트’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독려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던져준다. 2회분이 방송된 지난 12일 금난새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하나의 화음으로 엮어내는 명지휘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금요일 밤 11시30분대는 지상파로선 최악의 시간대다. 그럼에도 <언제나 칸타레>는 지난 12일 2회만에 1.76%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 드라마조차도 5% 안팎인 요즘에 심야시간대에 클래식으로, 그것도 케이블매체라는 점에서 대단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칸타레>는 2010년 KBS2의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을 상기시킨다. 연출포맷도 같다. 다만 음악감독이자 뮤지컬 배우인 박칼린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로 바뀌었을 뿐이다. 독특한 카리스마의 박칼린은 당시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른바 ‘박칼린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박칼린의 지도아래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단원들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지만 마침내 7회 거제전국합창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경규와 이윤석 윤형빈 김태원등 <남자의 자격> 고정멤버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많았다. 신보라와 박슬기 등 개그맨은 물론 격투기 선수인 서두원, 박은영 아나운서등이 대표적이다.

출연자들은 평소 멀게만 느꼈던 합창단이 꿈만이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 솔로 배다해가 부른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 판타지아’는 지금도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선율로 기억되고 있다. 예능프로도 이렇게 아름다움을 남긴다는 여운을 남겼다.

<언제나 칸타레> 역시 클래식 향수를 자극했다. <남자의 자격>과 같이 각양각색의 단원들이 첫날부터 곧바로 합주에 들어가는 ‘금난새 트레이닝’으로 녹초가 되었다. 금난새와 단원들의 중간 인터뷰는 숱한 우여곡절을 이겨내는 출연자들의 꿈과 희망, 의지가 촘촘히 새겨져있다.

금난새는 아마추어들의 서투른 연주에서 오히려 잠재된 음악적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고급문화로서 클래식이 결코 소수음악인들의 독점물이 아니라 누구든 향유할 음악장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체험하게 만든다. ‘나도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다. 클래식 연주자의 꿈을 결코 꿈으로만 남겨놓지 말라는 메시지다.


불금 탈환을 외치는 지상파, tvN의 창의성과 스타PD 아성 넘을까

<언제나 칸타레>는 tvN의 불금프로그램의 종결자다. tvN은 돌풍을 몰고온 드라마 <미생>을 연속재방한 후 본방으로 들어간다. 본방후 나영석PD의 농촌 버라이어티 <삼시세끼>가 이어진다. 이렇게 tvN은 간판급 3개 프로그램을 금요일 밤 띠편성함으로써 지상파 틈새시장을 빠르게 점령해버렸다.

뒤늦게 지상파방송사마 빼앗긴 불금시간대를 탈환하기 위한 ‘불금용 킬러컨텐츠’를 찾느라 분주하다. 한 방송사는 일요일 밤 단편드라마를 옮겨 편성하려다 드라마 예능PD들의 집단반발만 샀다.

tvN의 불금 독주의 비결을 꼽는다면 무엇일까. 단연 ‘집중과 선택’이다. 지상파가 방심한 금요일 틈새를 집중겨냥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스타급PD들을 대거 투입한 뒤 킬러콘텐츠를 띠편성하는 전략이다. tvN PD들은 지상파 중심의 시청자 패턴의 허구를 예리하게 잘 들여다 본다. 새로움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도 절묘하게 간파해낸다.

지상파PD들은 ‘지상파문법’에 갇힌 데다 자본력마저 부족한 결과라고 자조한다. 지상파엔 드라마와 예능이 넘치고 넘친다. 그러나 짝퉁만 우후죽순처럼 난무할 뿐 창의적인 작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에서 도전과 실험의 정신도 떨어져 보인다. 여전히 과거 지상파 독점이란 심리적 관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삼시세끼>를 제외한 <미생>과 <언제나 카타레>가 곧 막을 내린다. 과연 지상파TV가 tvN이 장악한 ‘불금의 아성’을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공략할지 관전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