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라는 새로운 ‘대화 채널’을 꺼내들며 북한에 다시 고위급 대화를 제의했다. 지난 8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대북전단(삐라)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남북대화를 어떤 식으로든 재개하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차이자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에 무조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해 초부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란 평가다.

◇‘통-통 라인’ 생길까=이날 회담 제의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의 전격 발표라는 점, 또 회담 제의 주체가 통일부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닌 통준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선 내년 1월 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발표는 예상 밖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신년사를 보고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었지만 선제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간다는 차원에서 연말에 움직였다”고 말했다.

회담 주체가 통준위라는 점도 의외다. 지난 7월 발족한 통준위는 민간 전문가들이 통일준비를 위한 연구과제를 선정하면 통일부가 이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민·관 합동기구다. 남북회담 창구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통준위를 내세운 것은 정부의 여러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2차 고위급 접촉은 몇 차례나 남북이 실랑이를 벌이며 무산되지 않았느냐”며 “기왕에 대통령 직속인 통준위가 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통준위 정부 부위원장이니 당국 간 얘기부터 전반적인 남북사업까지 다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새로운 대화 채널을 통해 정부가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반적인 양측간 교류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치적 의제만이 아니라 남북 공동사업에서도 관계회복 접점을 모색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여겨진다. 이 당국자는 “새로운 대화 판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보자는 의미”라고 했다. 류 장관은 남북 공동사업의 예로 민간교류 확대,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구체화, 개발협력 추진 등을 소개했다. 우리 정부의 통준위와 북한의 통일전선부 사이의 ‘통-통 채널’을 개설하겠다는 전략이다.

◇북한 응할까=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스탠스에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통일부-통전부’ 라인도 아닌 ‘청와대 국가안보실-국방위원회’ 라인을 선호해왔다. 더군다나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로 규정하며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북한이 선뜻 통준위를 대화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북한이 다른 형식의 대화를 역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대북전단 살포와 정부의 북한인권 압박을 문제 삼으며 대화의 ‘선결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김정일 3년 탈상’을 끝내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맞이하는 북한으로서도 대화 판을 걷어차기보다 일단 우리 측 제안에 응할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통준위 회담과 고위급 접촉을 ‘투 트랙’으로 진행할 여지도 열어뒀다. 류 장관은 “북측이 2차 고위급 접촉에 응해 나온다면 또 2차 고위급접촉은 개최가 된다”면서 “이번 회담은 당국 차원의 논의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회담이 운영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최우선 의제될 듯=회담이 성사되면 내년 설(2월) 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 류 장관이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언급한 만큼 북측이 희망하는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도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남북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등 다양한 남북 공동문화행사가 논의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공동조사, 보건·영양개선사업 및 생활 인프라 개선사업 등도 추진하길 기대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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