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토토가의 복고 감성터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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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復古) 타임머신 <토토가>의 감성터치, 그리고 중년의 문화적 반란

‘魔의 20’을 돌파한 시청률, 흥행비결은?

평균시청률 22.2%, 최고순간시청률 35.9% 지난 3일 MBC <무한도전>의 시청률이다.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은 지상파 주말 예능이 결코 넘지 못할 것이란 ‘마의 20’을 돌파했다.

‘대형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다. 음주운전 파동으로 중도하차한 노홍철의 공백에다 김태호PD 스카웃설까지 무도는 최대위기였다. 얼마 전만해도 프로그램 존폐를 걱정할 정도였다. 위기는 기회라더니, 이번같이 실감나는 사례도 없다.

방송후 며칠째 연예관련 인터넷미디어와 및 케이블, 중앙일간지까지 <토토가>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 끝내기 역전 홈런을 본 듯한 그런 느낌이다. 벌써 <토토가> 시즌2를 제작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토토가> 음원도 대박이 났다. 100억원대라는데 어느 가수 몫이니 아니니 즐거운 논쟁이 오가고 있다. <90’s 감성>, 또는 <90앓이>이라 신조어도 나온다.

모두 엄청난 시청률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시청률이 최고의 흥행 잣대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토토가>가 과연 시청률만 기억할 단순 예능프로만은 아니지 않나 싶다.

질문 하나. 시청자들은 왜 그렇게 열광했던 것일까. 여기서 전세대 시청자층을 강하게 끌어당긴 프로그램의 흡인력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복고의 사회심리학적 감성이 다층적으로 녹아있어

최근 무도를 보면 곳곳에 위기의식이 배어있다. <토토가> 마찬가지다. 음악프로가 아닌 개그예능인데도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PD의 원작에 결코 빠지지 않는다. 가수 섭외에 무대연출, 심지어 디테일까지 손색이 없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독창적인 연출력, 멤버들의 열연(熱演)이 비단 무도의 어제 오늘일만도 아니다. 그동안 무도를 지켜보아왔던 시청자라면 이번에도 하나 새로울 것도 없다. 터보, S.E.S, 바다, 지누션, 엄정화, 김건모, 김정남, 소찬휘 등 낯익은 90년대 가수들이 등장했다. 그 가수들이 새로운 노래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고 새로운 창법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토토가>에는 응축된 복고(復古)의 사회심리학적 감성들이 다층적으로 녹아있었다. 이것들이 ‘추억의 감성’을 폭발시켰다. 자연스레 40~50대 중년이 된 ‘90년대 젊은이들’이 20여년전 자신으로 돌아갔다.

<토토가>는 또 세대간 벽을 허물었다. 음악을 통해서였다. 열광하는 부모들을 보며 10~20대 자녀들도 ‘조금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음악을 통한 세대간 문화적 소통의 힘은 이만큼 위력적이다.

김태호PD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말했다. 그는 “우리 그때 정말 좋았는데 그때를 한번 다시 한번 재조명해볼까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슈와 김정남은 프로그램의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는 “한 분은 가정주부로 살고 있었고, 한분은 가수를 은퇴했다”면서 “이 분들이 결국 우리와 다를게 없구나 하는 것에 대한 눈물, 감정이 시청자들을 자극한 것 같다”고 했다.

한때 특별해보였던 연예인 가수들 역시 ‘시간이 흘러가니 아이 키우고 청소하는게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더라’는 인간적 공감이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것이 모여 결국 나의 인생이 되더라’는 시간의 감성이 중년의 억눌린 가슴을 휘감아버렸다.

‘그땐 정말 좋았는데’ 추억공유가 심리적 타임머신 효과

20여년이 흐른 시점에서, 아무리 복고라 해도 중년의 시청자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그토록 <토토가>에 감정이입한 것일까.

첫째, 중년세대의 ‘억눌린 자아(Self)’가 눈을 떴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때 그랬었지’ 추억하면서도 과거여행을 떠나기 어려웠던 중년은 냉혹한 삶의 현실에 늘상 맞서야 했다. 그들에게 먹고 사는 외에 ‘복고의 시공간’을 우리 사회는 허락하지 않았다. ‘빨리 빨리’ 다그침에다 IMF까지 얻어맞은 그들에게 자신의 젊은날을 기억하는 자체가 감정의 사치는 아니었을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2013년 가을. 한편의 드라마가 ‘삐삐찼던’ 중년의 감성을 심각하게 건드려놓았다. <응답하라! 1994>다. 전후해서 영화 <건축학개론>과 ‘김광석의 노래’는 추억의 감성에 기름을 더욱 끼얹었다. 특히 <건축학개론>의 OST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그 시절 내 젊은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세상을 떠난 김광석은 중년의 가슴에서 살아남아 수없이 리플레이되며 중년층의 잊혀진 자아를 되살리는 토양으로 작용했다.

‘나도 젊음의 노래가 있다’ 이유있는 중년의 항변

이제 중년은 말한다. 억눌린 묵언(?言)이 미덕이 아니라 이제 사회적 굴레를 내려놓고 나자신을 되찾으며 ‘이유있는 항변은 한다’는 것. 자녀들을 향해 ‘너희만의 너래만 있는게 아니다. 나에게도 젊은날 문화가 있었다’고 항변한다. 가족, 그리고 생존에 자신을 희생했던 중년을 향해 <토토가>는 절묘하게 ‘자아를 찾아 추억여행을 떠나라’는 행간의 의미를 던졌다.

둘째, <토토가>는 복고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우리사회는 ‘복고’의 가치를 놓고 충돌했다. 과거의 가치를 다르게 재단하는 부모와 자녀들의 갈등은 급기야 세대간 충돌로 비화됐다. 선과 악으로 서로 대치하는 사이 아이러니하게도 복고주의는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국제시장>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드라마 <미생>을 보며 ‘저건 내 이야기’라던 중년세대가 이제 <국제시장>을 보고 ‘저 영화는 내 스토리’라고 눈물을 흘린다. 영화 <국제시장>이 몰고온 복고주의 돌풍은 곧 1천만 돌파라는 고지를 넘어선다.

셋째, 음악은 ‘세대간 감성공유’의 징검다리였다. 40~50대는 <토토가>를 보며 자녀들과 함께 환호하고 또 열광했다. 그동안 걸그룹 아이돌 중심의 대중음악에서 소외됐던 그들은 젊었을 당시 노래를 되찾았고, 그동안 묻혀있었던 90’s 음악과 댄스의 진가를 젊은세대는 재발견했다.

90년대 음악이 세대간 감성공유의 징검다리 역할

‘그때 이런 노래들이 있었구나’라고 깨달았다. 옛노래에 내재된 가슴저린 서정과 경쾌한 댄스의 정합성은 지금 어떤 아이돌그룹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들 눈에도 90년대 가수들의 소울(soul)은 지금보다 오히려 넘친다. <토토가>는 이렇게 젊은세대에 ‘90년대 음악’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넷째, <토토가>는 걸그룹 내지 아이돌 중심의 음악에 식상한 시청자의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걸그룹은 대형연예기획사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자본의 논리가 앞서는 기획사는 상업성이라는 가치를 우선하게 되고 당연히 아이돌은 이 가치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 엇비슷한 댄스와 섹시미, 탈개성화는 이제 극도의 식상함을 넘어선다. 매뉴얼대로 생산되는 ‘틀로 찍어내는 공산품’ 같다. 게다가 ‘강남성형’에다 국적없는 몸짓, 음악성없는 가수들의 립씽크로 그들 스스로 ‘나는 가수다’라 외치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그럼 점에서 <토토가>는 ‘가수란 이런 것’이란 가이드라인을 던져주었다.

다섯째, <토토가>는 세대간 통합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그것도 웃고우는 예능장르를 통해서였다. 그래서 사회통합을 실천한 보기드문 프로그램으로 손꼽을 수 있다.

고된 현실에 위안주는 또다른 ‘문화적 반란’의 단초 기대

<토토가>는 노래라는 가장 기초적인 예능소재로 가장 사회성이 짙은 메시지를 남겼다. ‘88만원 세대’에서 ‘취준알바생’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중년은 가슴이 아프다. 드라마 <미생>은 끝났지만 여전히 공포와 전율이 우리를 휘감고 있다. ‘청년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아들 딸의 항변을 듣는 중년 역시 정년과 퇴직이라는 삭풍에 함께 떨고 있다. 7일 오후 6만7천여개의 댓글중 하나.

‘<토토가> 제발 꿈이 아니길. 너무 행복하다. 내일 아침 깨어나 혹독한 삶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좋으련만, 가고 싶지 않다’

대중문화는 서민들이 남기는 삶의 체험이요 기록이다. 대중음악은 가슴으로 주고받는 사회적 언어다. 그만큼 사회적 공감의 폭은 크다. 방송사마다 개념없는 TV예능이 남발되는 요즘 <토토가>는 ‘웃으면서 울고 싶은’ 진한 공감이 넘치고 또 넘쳤다. 아울러 한편의 TV예능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웃고 즐겼던 시청자들은 현실로 되돌아와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방송사 상황으로 볼 때 <토토가>시즌2 제작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시즌2가 중년을 포함한 전세대층에게 새로운 삶의 위안을 주는 또다른 ‘문화적 반란’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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