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맛있는 e담화] 11. ‘정치가볶음 300달러’ 왜 이리 비쌉니까? 기사의 사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연말정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을 바라보며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기자가 식인종 식당을 취재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철학자 튀김 10달러, 판·검사 구이 20달러, 정치가 볶음 30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기자가 물었다. “정치가는 왜 이리 비쌉니까”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깨끗하게 손질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또 한 가지 일화.

어느 복날, 정치인 다섯명이 유명한 보신탕집을 찾아가 자리에 앉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물었다. “전부 다 개지요”

다섯 명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외수의 수필집 ‘절대강자’에 나오는 촌철살인이다.

이런 유머도 있다.

어떤 부자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응급진단을 끝낸 의사가 남편에게 말했다.

“부인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습니다. 당장 다른 사람의 뇌를 이식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그러자 애처가인 남편이 말했다.

“의사 선생님, 돈 걱정은 말고 제일 좋은 뇌로 이식해주세요”

“대학교수의 뇌가 있긴 한데 1000만원입니다”

“그게 제일 좋은 건가요?”

“아닙니다. 과학자의 뇌는 1500만원입니다”

“그럼, 그게 제일 좋은 건가요?”

“아닙니다. 정치가의 뇌는 2000만원입니다”

“아니, 그건 왜 그리 비싼가요?”

의사의 말이 걸작이다.

“그건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 것이나 마찬가지라서요”

정치인 풍자유머가 생각난 것은 요즘 연말정산 소동과 관련한 정치권의 행태 때문이다.

봉급생활자들이 ‘13월의 보너스’라고 생각했던 연말정산이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13월의 세금폭탄’으로 현실화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소득에 상관 없이 총소득에서 부양가족공제, 의료비, 교육비 등 각종 소득공제를 해주던 것을, 내야 할 세금에서 빼주는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꾼 탓이다.

정부 설명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조세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소득재분배 기능인데 우리나라의 세전 및 세후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약 8.7%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3%)에 크게 못 미친다.

당초 연봉 5500만원 이상 소득계층에서 세부담이 증가하고, 그 미만은 줄어들 것이란 정부 발표와는 차이가 있다보니 봉급생활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1년 전에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대선을 앞둔 정부가 2012년 9월 경제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원천징수 세액을 많이 떼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도토리 3개를 주고, 저녁에는 4개를 주던 것을 뒤바꿨더니 좋아했다는 ‘조삼모사식’ 변경이었다.

하지만 당장 세금을 적게 걷어가면서 손에 쥐는 월급이 많아졌지만 1년 뒤 연말정산 환급액은 줄어들거나 오히려 수십만~수백만원을 토해내게 되자 봉급쟁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폭발했다.


‘증세 없는 복지’ 내건 박근혜정부의 무리수 조세정책이 내는 잡음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며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살짝 뽑는 식’의 증세를 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무리수가 계속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중하고 부당한 세금은 민란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애초부터 촘촘하게 세정을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특정계층의 반발이나 표에 밀려 세정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과거 미술품 양도세 과세방안이나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방안이 십수년간 번번히 국회에서 뒤집혀 ‘누더기’가 된 것이 그 예다.

이번 연말정산 제도 논란도 무능한 정부와 표심에 눈 어두운 정치권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출생·입양공제를 폐지하고 다자녀 추가공제와 6세 이하 양육비 소득공제를 자녀 세액공제로 전환해 혜택을 줄인 것은 저출산대책과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몇 년 전부터 결혼과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만지작거리던 ‘독신세’는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싱글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성난 민심에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다자녀가구와 노후대비 연금보험, 독신 근로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기로 한 것은 예고된 바다.

당정은 한술 더 떠 올해 연말정산 환급분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선거에 지면 책임질 거냐”는 새누리당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로서 소급적용해 환급하는 부분은 난점이 있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설명에도 막무가내였다.

대통령이 “증세는 절대 안 된다”고 못박았으니 연말정산 꼼수를 부리고, 담뱃세와 지방세를 올리는 등 없는 살림을 쥐어짜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집권 여당의 행보를 보면 나라 경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지, 표에만 눈이 어두운 건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샤워실의 바보’가 경제를 망친다


지난해 10월 경제지표를 잘못 읽은 여당 대표의 발언은 아직도 관가와 금융권에 회자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는 문제를 따지기 위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불렀다.

신 위원장이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내렸을 때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이라고 설명하던 중 이 대표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락했다고 하는데 (자료에는) 0.25% 상승이라고 돼 있다”

신 위원장은 당황하며 “자료 어디~요?”라고 되물었고, 이 대표는 “여기 세모(△) 옆에”라고 답했다.

하락을 뜻하는 세모(△)를 상승으로 잘못 이해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세모가 마이너스”를 뜻한다는 신 위원장의 설명이 있자 이 대표는 머쓱해했다.

대권을 겨냥한 듯 공개석상에 나설 때마다 각종 경제지표나 수치를 바탕으로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쌓아가며 경제부총리와 각을 세우기도 했던 이 대표 이미지가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충청도 출신의 다른 여당 최고위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질문으로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미국과 일본은 금리가 훨씬 낮은데 우리는 뭐하고 있나. 굼벵이처럼 기어서”라며 한국은행 총재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금융위원장에게 던졌다.

신 위원장이 자기소관이 아니라며 “금리결정은 한국은행에, 거시정책은 부총리가 있어서~”라고 난색을 표하자 이 위원은 지지 않고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책임인가? 일본은 (금리인하에) 일본은행 총재가 반발하니까 총리가 내보내고 그러던데…”라며 몰아붙였다.

보다못한 여당 대표가 “그런 식으로 압박하라고 하면…”이라고 끼어들었지만 이 위원은 “한은이 독립공화국은 아니지 않는가. 국가정책에 협력하기 위해 있는 조직 아니냐”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란 말을 했다. 샤워실에 들어간 성질 급한 사람이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이 나오자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번갈아 틀어 샤워를 망치는 것을 말한다.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사회적 낭비가 크게 발생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나라경제를 걱정하고 민생을 위한답시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정치인들의 오지랖이 경제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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