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씨의 미술 바구니] 6. 광고 속 엉덩이 자국 시트는 어떻게 됐을까? 기사의 사진
이광호 작가의 ‘Luggage·Woven Bag’. 엉덩이 자국까지 생긴 자동차 시트가 여행용 캐리어로 다시 태어났다. 이민가면서 차를 팔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의 사연이 담겨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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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기억 나시죠?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는 노수린(45)씨. 현지 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분신 같은 베라크루즈를 팔았지요. 모든 짐을 빼고 마지막에 차 문을 닫는데, 좌석의 엉덩이 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몰래 울컥, 해지는 그녀. 그 광고 속 엉덩이 자국 가죽 시트가 예술작품이 됐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문화 마케팅으로 하나로 기획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전에서 그 작품을 만날 수 있답니다. 엉덩이 자국이 선명한 가죽 시트는 이광호 작가에 의해 여행용 캐리어로 태어났지요. 신체의 흔적만큼이나 깊게 새겨진 한 개인의 기억과 끊임없이 이동하는 개인의 사유를 동시에 환기시키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현대차는 차량을 떠나보내는 고객의 사연을 공모했었지요. 최종 선정된 14명의 차량에 대해 예술가 14명이 제작한 작품 24점을 선보입니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 자체를 예술작품의 소재로 썼습니다. 아주 직설적인 문화마케팅이라 할 수 있지요.

30여년 손님을 싣고 달렸던 택시 기사 김영귀(66)씨의 그랜저XG. 생계를 위해 하루 16시간 운전해 75만㎞를 뛴 차라나요. ‘아티스트 칸’은 은퇴한 그가 이제는 편히 쉬라는 뜻에서 폐차장에서 찾아낸 이 차를 소파로 재탄생시켰답니다. 택시의 뒷좌석을 탈착해 트렁크에 올려 실용적인 소파로 만든 것이지요. 노란색 번호판, 하늘색 개인택시 표시판이 소파에 장식처럼 달렸습니다.

경북 상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던 농사꾼 가장의 포터는 김종구 작가의 ‘자동차와 시, 서, 화’ 작품에 녹아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처음 샀던 그 포터를 기억하게 해 달라는 아들 김중희(31)씨의 사연이 채택 되었답니다. 작가는 거대한 광목 위에 아들의 사연을 썼지요. 글씨를 쓴 재료는 아버지의 폐차를 갈아 만든 미세한 쇳가루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출신 이용백은 택배기사의 포터를 분해 시킨 후 기념비 모양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내놨지요. 가족을 위해 힘들게 살아온 가장인 당신이야말로 이 땅이 기념해야 할 영웅이라는 메시지가 와 닿습니다.

현대차 아트 디렉터 이대형씨(기업이 아트디렉터를 채용한 건 국내서는 처음일 겁니다)는 전시 의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차를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추구한다”고요. 내달 17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립니다. 입장료 있습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네요.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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