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맛있는 e담화] 14. 명품아파트 사는 ‘장난감 총리’ 괜찮을까요? 기사의 사진
‘환영! 서남수 장관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지난해 7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면직됐을 때 그가 사는 경기도 과천 한 아파트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세월호 참사가 났던 지난해 4월 피해자 가족이 식음을 전폐하며 울고 있던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고, 안산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단원고 희생학생 조문을 하러가면서 수행원이 “장관님 오십니다”라는 과잉 의전으로 유가족들 마음을 다치게 해 몰매를 맞았었다.

‘황제라면’이니 ‘황제주차’니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그가 사는 동네에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따뜻이 감싸주었다.

서 장관이 입각했을 때도 이 아파트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경축! 서남수 장관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2013년 3월에는 두 개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렸었다. ‘경축! ○○○ 장관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같은 아파트에 사는 기자가 출근길에 보고 이 장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관님! 낯뜨겁게 이게 뭡니까? ㅋㅋ”

이 장관, 그러잖아도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플래카드를 내걸겠다고 하자 “창피하니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말렸다.

해병대 출신의 이 대표가 장관 말을 들을 리 없었다. 한술 더 떠 이 대표는 아파트 홈페이지 대문에 ‘장관 두 명을 배출한 명품 아파트’라고 올려놓았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어깨도 툭툭 두드릴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 장관. 재작년 여름엔 휴가를 내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려고 집 근처 은행을 찾았다.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지점장이 냉큼 달려와서 최고 우대금리로 해주겠다더니 4%가 넘는 ‘살인적’ 금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많이 내려가 당연히 시중 대출금리도 낮을 줄 알았는데 턱 없이 높으니 속으론 부글부글 끓어도 ‘장관 체면’에 따질 수도 없어 끙끙 앓는 수밖에 없었단다.

이 장관은 수십 년간 차도 없이 지내다 딸이 차를 사는 바람에 공직자재산공개 때 차를 적어넣었다.

공복(公僕)으로 외길 걸었다면 ‘타워팰리스’ 사는 것은 언감생심

개천에서 용 나고 시골에서 소 팔아 대학 보내던 시절,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꿈을 품고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고시 공부에 매달렸고, 그렇게 공무원이 됐다.

박봉(薄俸)의 공무원이 과장, 국장, 차관을 거쳐 장관 자리에 오르면서 물욕에 어두워 한 눈 팔지 않으면 평범한 시민 이상의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공복(公僕)으로서 한 길을 걸었다면 강남의 타워팰리스 같은 수십억원대 아파트에 사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거다.

하물며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이면서도 20평 남짓한 전세에 살면서 남몰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대기업 사장도 있었다.

정보통신(IT)분야를 맡아 취재하던 2002년 가을의 일이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공시켜 ‘미스터 애니콜’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그는 1995년 시장에 내놓은 휴대전화 반응이 신통치 않자 시중에 나가있던 15만대를 모두 수거해 구미공장에서 모조리 불태운 일화로 유명하다. 휴대전화를 세탁기에 넣어 품질 테스트를 하고, 외국 바이어 앞에서 제품을 벽에 던져 견고함을 확인시킨 일도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세계적 기업에서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사장이지만 20평 조금 넘는 아파트에 살면서 지나치게 궁상(?)을 떨기도 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꾸중 아닌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 사장 집을 찾은 여직원은 “에이, 사장님 집이 뭐 이래요. 우리집보다 못 사시네요”라고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20평 조금 넘는 비좁은 아파트에 10년 이상된 냉장고와 TV, 오래돼 푸르죽죽한 가구, 식탁 등이 단조롭게 놓여 있어 한국 최고기업의 사장이 사는 집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잠원동의 이 집도 회사에서 전세로 얻어준 것이다. 당시 이 사장은 주택청약부금을 넣어 휴대전화기 공장이 있는 구미 인근 대구에 마련한 1억8000만원짜리 집이 한 채 있을 뿐이었다.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집이 넓다거나 호텔에서 근사한 음식을 먹는다거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파트 문을 열면 집집마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부자들이 진정한 부자지요”

그의 지론이다. 자신에겐 인색하지만 TV를 보다가 병원비가 없어 애태운다는 사연이 나오면 눈물을 찔끔 흘리며 몇천만원을 선뜻 기부한다. 어려운 시골교회에도 몇백만원, 사할린이나 필리핀 등 어려운 지역에서 일하는 선교사에게도 수백만원을 척척 보내고 청소년 수련원을 짓는데도 수억원을 내놓는다. 그것도 익명으로.

이 사장의 이러한 선행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회쪽 제보를 받아 취재를 하러 갔더니 이 사장은 아무리 캐물어도 “별거 아니다”고 요리조리 피해나가면서 휴대전화 얘기만 하는 통에 1시간 약속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할 수 없이 주변 취재에 들어가 이 사장과 가까운 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더니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결국 이 사장 부인과의 통화를 통해 어렵사리 취재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의 부인 역시 자신은 2만~3만원대 옷을 사입으면서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느라 한달에 500만~600만원씩 카드값이 나온다.

보도가 나간 뒤 정보통신부 한 국장은 “이 사장과 그렇게 오랜 세월 알고 지냈지만 그가 이런 좋은 일을 하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며 “이 사장을 다시 보게 됐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청렴한 공직자 어디 없나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자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고나면 부동산이 급등하던 노무현정부 시절 부동산대책을 총괄했던 김석동 당시 차관보는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선 강남8학군을 없애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교육부에 막혀 몇 달 동안 실현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남에 집 한 채 갖고 있고 좋은 학군에 보내고 있는 공직자들이 수두룩했으니 먹힐 턱이 있었겠는가.

분당 땅 투기의혹, 타워팰리스 투기 의혹, 병역특혜, 논문표절, 황제특강, 조교수 특혜채용 의혹 등.

요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일 터져나오는 의혹에 ‘까도남’ ‘의혹 자판기’ ‘장난감 총리’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가짓수만 봐도 역대 정부에서 낙마한 공직자들의 의혹을 모두 모아놓은 ‘백화점’ 수준이다.

여기에다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입부터 막아”라는 몇몇 기자들과의 대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사면초가 신세다. 이러다 정홍원 총리를 도로 주저앉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후보자는 한 매체가 지난달 말 “이 후보자가 2003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팔고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샀다가 6개월 만에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보도할 때만 해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해명자료를 통해선 공직자 재산변동 상황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보도라며 무마하려 했다.

또 다른 매체가 차남 명의로 분당 땅을 매입한 날, 이 후보자와 같은 국회 재정위 소속 의원 자녀들과 후원금을 낸 중견기업 회장 등이 동시에 무더기로 이 지역 땅을 매입했다고 보도하자 투기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모름지기 공직자가 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부동산 투기나 부정에는 눈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 보면서 거절했어야 옳다.

박근혜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최연소 판사, 헌법재판소장에 올랐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자리를 눈앞에 두고 반전드라마를 보여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공교롭게도 두 아들 모두 미심쩍은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았고, 1970∼80년대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해 서울과 수도권 여러 곳에 부동산투기를 해서 100억원대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낙마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0~11일 열린다. 청문회에서 그가 어떤 해명들을 내놓을지, 국민들은 또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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