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씨의 미술 바구니] 7.흔해빠진 풍경사진?...그 앵글 찾는데 40년 걸렸다 기사의 사진
마이클 케나(왼쪽)와 배병우 작가를 ‘흔해빠진 풍경 사진’전 개막일인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만났다. 뒤에 보이는 배 작가의 경주 남산 소나무 사진에 대해 케나는 “시적이고 아름답다. 보고 있으면 안으로 빨려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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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62)와 배병우(65). 이름, 들어보셨는지요? 각각 영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풍경사진 작가입니다. 영국 가수 엘튼 존이 두 사람 작품의 애호가이지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 작가는 알겠는데, 마이클 케나는 좀 낯설다구요? ‘솔섬 사진 소송’은 들어봤을 겁니다. 케나는 한국의 저작권 소송사에 남을 ‘솔섬 사진 소송’의 주인공입니다. 자신이 2007년 찍은 강원도 삼척 ‘솔섬’ 사진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공모전 당선작을 광고에 활용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지요. 결과요? 아시다시피 완패였지요. 한국 법원은 지난해 3월 1심에 이어 12월 항소심에서도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거든요.

소송엔 졌어도 할말은 많다는 듯 케나가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배병우 작가와 함께지요. 전시는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흔해빠진 풍경 사진’전. ‘자연 풍경은 누가 찍어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얼마 전 한국 법원이 판결을 내린 그 흔해빠진 풍경 사진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어온 사람들’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개막일인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공근혜갤러리에서 둘을 만났습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배 작가가 먼저 나섰습니다. 그는 “케나가 찍기 전까지 ‘속섬’으로 불렸던 곳이다. 왜 지금은 ‘솔섬’(케나가 2007년 pine trees라는 제목으로 찍음)으로 불리냐. 풍경 사진이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거라면 왜 우리들 작품을 사겠느냐”며 “사회 전체의 수준이 높아져야 할 문제다. 문화선진국이라면 이런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풍경을 어느 계절,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앵글로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했지요. 케나는 “아이디어와 표현은 밀접하게 연관돼 구분하기가 어렵다.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기까지 40여년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해왔다”고 반박했습니다.

전시에는 문제의 솔섬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 자리에서 찍으면 그런 구도가 나온다고 하는 그 앵글을 찾는데 얼마나 걸렸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40년이 걸렸다”고 농담조로 말했습니다. 우문현답인가요.

케나는 “작가의 가치관, 영적 경험, 성장 배경, 철학이 다 녹아있는 게 스타일”이라며 “내 작품에선 디테일을 배제하고 간결하고 은근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다 보여주기보다 사람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사진을 추구한다”고 말하더군요. 사진작가 지망생들에게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저도 취미로 주말에는 기타를 칩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즐기는 거지요. 취미가 아니라 사진을 프로로서 추구한다면 평생을 바쳐야 합니다. 흔해빠진 이미지가 아니라 본인만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린다는 평을 듣는 배 작가. 그는 더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제가 소나무 사진을 찍은 위치에 몰려가서 사진을 찍는 줄 안다. 아마추어 때는 그럴 수 있다. 전문가가 되려면 달라져야 한다. 널려 있는 게 소재인데, 왜 남을 따라 찍느냐. 그렇게 하면 절대 갑으로 살 수 없다”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솔섬은 케나의 것이다. 저라면 솔섬을 찍지 않고 지나쳤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전시에는 솔섬 사진의 탄생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케나의 1980, 90년대 대표 작품 5점이 나왔습니다. 모두 풍경이 물에 비치는 사진으로 수묵화의 느낌을 줍니다. 또 케나가 프랑스를 찍은 사진 20여점도 선보인다. 배 작가는 경주 남산의 웅장한 소나무 사진 3점을 내놨습니다.

케나는 “배 작가의 안개 낀 소나무 풍경 사진을 특히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그 안에 빠져들 것 같다. 나는 작은 사진, 배 작가는 스케일이 큰 사진을 찍지만 둘 다 공통점은 시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 작가는 케나에 대해 “수십 년 전부터 좋아했다. 저보다 어리지만 먼저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냐”고 화답했습니다.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입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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