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 ⑥전쟁영화의 아이러니 기사의 사진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한 장면
네티즌들이 ‘동림(東林)옹’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최근작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 해군 SEAL팀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다룬 이 전기영화는 지난 2일 현재 북미에서만 2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해 전쟁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종전 기록은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2억1000만 달러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은 인간사 최악의 참극임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주제나 제재(題材)로 그만한 것도 없다. 무엇보다 전쟁이란 게 그 비극성을 떠나 얼마나 극적인가. 전장의 공포와 흥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긴박감, 용감함과 비겁함, 희망과 절망, 짐승보다 못한 인간의 야수성과 반면 극한상황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 등 온갖 감정의 편린들이 한데 엉켜 소용돌이치는가 하면 현란한 액션과 스펙터클 같은 ‘구경거리’가 넘친다.

영화 장르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글래디에이터(2000, 리들리 스콧)’가 보여준 로마군 대 게르만족의 근육과 근육이 부딪히는 전투에서부터 ‘지상최대의 작전(1962, 켄 아나킨 외)’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려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치열함과 처참함,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과 ’플래툰(1986, 올리버 스톤)‘으로 대변되는 베트남전의 참혹한 기억까지 전쟁영화라고 해서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



이외에도 걸작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전쟁영화들이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배경이 되는 고대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시대순으로 대충만 살펴봐도 이렇다. 스파르타쿠스(1960, 스탠리 큐브릭 감독) ‘브레이브하트(1995, 멜 깁슨)’ ‘킹덤 오브 헤븐(2005. 리들리 스콧)’ ‘전쟁과 평화(1956, 킹 비더)’ ‘워털루(1970,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전사의 용기(1951, 존 휴스턴)’ ‘서부전선 이상없다(1930, 루이스 마일스톤)’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데이비드 린)’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프레드 진네만)’ ‘나바론(1961, J 리 톰슨)’ ‘대탈주(1963, 존 스터제스)’ ‘패튼(1970, 프랭클린 J 샤프너)’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스탠리 큐브릭), ‘디어 헌터(1978, 마이클 시미노)’ ‘위 워 솔저스(2002, 랜들 월러스)’ ‘블랙호크 다운(2001, 리들리 스콧)’ ‘허트로커(2010, 캐스린 비글로우)’ 등등.



그런데 이를 시대별로 분류하면 제2차세계대전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고 다른 시대 전쟁에 관한 영화도 비교적 풍부하게, 고루 만들어져 있는데 비해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 특히걸작이라고 할 만한 것은 극히 적거나 거의 없다. 6.25가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이어서인지 알 수 없으나 한국인으로서는 그토록 큰 역사적 사건도 없는 만큼 다소 아쉽다. 물론 국내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6.25영화들이 다수 나와 있다.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과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1964)’, 이산가족들의 주제가처럼 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요즘 자주 등장하는 김기덕 감독과는 다른 사람이다)의 ‘남과 북(1965)’, 그리고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그러나 할리우드산 한국전쟁영화 가운데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노장 루이스 마일스톤이 연출한 그레고리 펙 주연의 ‘포크 촙 힐(1959)’과 ‘전쟁고아의 아버지’ 헤스 대령 얘기를 그린 록 허드슨 주연의 ‘전송가(1957, 더글러스 서크)’ 정도가 눈에 띌 뿐 ‘MASH(1970, 로버트 알트만)’나 ‘인천(1981, 테렌스 영)’ 같은 영화는 졸작에 '최악(worst)'으로 꼽히기 일쑤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미군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되는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던데 영화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한국전쟁에 관한 할리우드의 걸작 영화도 보고 싶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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