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의 대표적 보수 성향 주(州)인 앨라배마에서 ‘동성결혼’ 허용여부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동성결혼을 전격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주 대법원장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각 카운티마다 판결이 달라 동성커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9일(현지시간)부터 앨라배마 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루서 스트레인지 앨라배마 주 법무장관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라는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관 찬성 7명, 반대 2명의 결정으로 각하한데 따른 것이다. 앨라배마 주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해지면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 신자이자 동성결혼 반대론자인 로이 무어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이 ‘물밑 저항’에 나서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어 주 대법원장은 동성결혼을 허가하는 주 법원 판사들에게 허가서 발급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혼선 속에 뉴욕타임스는 성소수자 권리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을 인용해 앨라배마의 67개 카운티 중 50여개 카운티의 공증 법원에서 여전히 동성 커플에게 결혼 허가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혼인을 신청한 동성 커플들은 각 카운티의 판사들마저 “주 대법원장은 승인하지 말라고 하고, 연방대법원은 승인하라고 하니 어떤 법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국가가 추구하는 인권정책의 조류와 변증법적으로 맞서는 일종의 변형된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른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등 미국 내에서 성(性)소수자의 인권 보호 기조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연방대법원이 앨라배마처럼 동성결혼 허용에 불복하는 항소들을 줄줄이 기각시키면서 4개월 만에 동성결혼 합법화 주는 19개에서 37개로 늘어났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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