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콘텐츠파워’ PD들의 대반란, 지상파에도 지각변동 오나 기사의 사진
케이블TV 사상 최고인 12.38%의 시청률을 기록한 tvN의 ‘삼시세끼-어촌편’.
지상파 중심의 드라마와 예능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상파 채널 중심의 방송시장에 케이블과 모바일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시청자들의 TV수용패턴이 급변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콘텐츠 파워를 가진 jTBC나 tvN같은 케이블TV의 급부상은 이제는 지상파 중심의 채널이 아닌 프로그램 중심의 시청자 패턴을 형성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청률측정방식을 디지털미디어환경에 맞도록 변경할 방침이다. 지상파에는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방송환경 급변에 따른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성 악화는 드라마 및 예능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광고시장을 장악했던 드라마가 퇴조하는 반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방송시장은 드라마에서 ‘예능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방송국의 왕’은 이제 드라마PD가 아니라 예능PD라는 새로운 등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능이 드라마를 압도해버린 역전현상이다. 방송가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상파 주중 드라마를 이제 편수제한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미니시리즈 등 드라마 부진

월화 및 수목에 편성되었던 주중드라마나 미니시리즈가 갈수록 맥을 못추고 있다. 미니시리즈는 그동안 지상파 3사의 최고 킬러콘텐츠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연히 방송사로선 주중 드라마가 주요 수익원의 하나였다.

그러나 드라마 우위의 ‘룰’이 점차 깨지고 있다. 시청률이 10%를 웃돌면 PD들 사이에서 ‘대박’으로 인식되는 요즘이다. 아예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2~3%로 맴돌다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주중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다. 기본편성이 16부작인 미니시리즈가 이럴진대 20회 이상 드라마는 어지간해서 꿈도 못꾸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제작하는 드라마는 1주일에 30여편. 대박나는 프로그램은 3~4개에 불과하다. 성공률이 잘해야 10%란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월화 및 수목드라마, 미니시리즈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니시리즈로 대박을 내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관행도 재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낮은 시청률-저조한 광고수익-저예산 작품제작-시청률 재추락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상파에 변함없는 효자는 막장코드의 일일드라마를 꼽을수 있다. 이외에 월화, 수목드라마는 물론 주말드라마 시청률은 방송사의 수익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다시피하고 있다. 지상파 우월시대에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편성했던 월화 및 수목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제작경쟁은 상호 출혈만 낳는다는 자성도 나온다. 방송가에 ‘드라마 구조조정론’이 떠도는 이유다.

◇플랫폼보다 콘텐츠파워

지상파는 어떤 드라마든, 주중이든 주말이든 프라임타임에 ‘꼽기’만 하면 ‘시청률 !0~20%’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2010년 후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의 등장은 방송시장의 지형을 서서히 뒤흔들고 있다. 아울러 기술적 진화에 따른 플랫폼의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갈수록 종편과 케이블의 창의적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대박을 치고 있다. 콘텐츠 파워가 이미 지상파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jTBC와 tvN이다. tvN의 경우 <응답하라! 1994> 시리즈에다 <꽃보다> 시리즈, 지난해 종영한 금토드라마 <미생>은 지상파로선 생각지도 못한 대박프로그램이었다.

최근 나영석PD의 <삼시세끼>는 이미 시청률면에서도 지상파를 한참 넘어섰다. 지난 13일 방송된 <삼시세끼-어촌편>은 케이블TV 사상 최고인 12.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란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의 돌풍도 거세다. <썰전>에 이어 외국인들의 토크쇼 <비정상회담>, 여행버라이어티 <내 친구집은 어디인가>등이 잇따라 대히트를 치고 있다. 지상파TV 방송들이 뒤늦게 ‘불금 수성’을 위해 대응편성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다.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청자 채널선택의 패턴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있는 시그널이다. 이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콘텐츠만 좋다면 대박이 난다는 등식을 보여준다. 지상파 우월의 시대가 쇠락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드라마 아닌 예능 우위

예능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이중 ‘리얼 버라이어티’의 춘추 전국시대라 할만하다. 시청률에서나 시청자 화제에서나 예능이 단연 앞선다. 최근에는 육아와 독신, 휴식 및 힐링, 건강,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영화배우나 스타급 아이돌이 드라마 보다 예능 출연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마저 두드러지고 있다. 일례로 김태호PD가 연출하는 MBC <무한도전>에 한번 출연만 하면 단시간내에 주연급 연예인으로 올라선다. MBC의 <진짜 사나이>나 KBS <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등 예능은 유명스타가 되는 입신의 사다리가 되고 있다. 당연히 CF스타로도 이름을 날린다.

반면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최소 10~15% 이상 기록하지 않으면 조연은 물론 주연급 탤런트도 시청자들이 기억하지 못하기 일쑤다. 아이돌 스타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가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하는 미니시리즈도 적지 않다.

그동안 TV출연이 모험에 가까웠던 영화배우들의 예능출연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TV에 출연하면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속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에서 독특한 페르소나를 보였던 톱스타 배우들이 TV카메라 앞에서 더 끼를 발하며 넘어지고 구르며 망가진다.

tvN의 <꽃보다 할배> 또는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가 대표적이다. 이순재와 신구 이서진 김희애 심지어 한류스타 차승원 최지우까지 이미 버라이어티 예능에 본격 참여했거나 새롭게 제작에 들어가고 있다.

◇막장의 장르화

MBC의 <왔다! 장보리>는 막장드라마의 극치였다.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설정에다 ‘더욱 독하고 강하게’ 막장요소를 삽입하는 ‘시청률지상주의’ 제작기법은 이제 드라마PD라면 당연히 숙지하고 몸에 익혀야할 고전문법이 되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코드는 이제 흥행을 담보할 확률이 높다. 막장은 코드를 넘어 장르화하고 있다.

막장도 등급이 있다. 흥행하려면 적어도 <왔다! 장보리>는 넘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경신하는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연출 윤재문 극본 김사경)과 <전설의 마녀>(연출 주성우 극본 구현숙)이다. 출연자를 보면 최고급 스타들이 총동원됐다시피했다. 그런탓에 <장미빛 연인들>은 시청률 22.5%(2월 15일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을 기록했다. 정보석 장미희 이미숙 박상원 임예진 등 최고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했다. 역시 지난 15일 28.5%의 시청률을 기록한 <전설의 마녀>에서도 박근형 고두심 한지혜 오현경 등 톱스타가 총출동했다. 이 두편의 드라마 역시 모든 막장의 소재가 총망라됐다. 사랑과 배신, 출생의 비밀, 출세, 갈등, 음모, 권력, 패륜 등.

◇저예산 제작시스템 고착

방송사는 수익악화로 저비용 저예산 프로그램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지상파 3사는 광고총량제로 광고수익을 높이려 총력전을 펴고, 종편등 케이블은 이를 막느라 극심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와 케이블이 이른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방송사의 수익성 악화는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편당 최소 4~5억의 예산이 드는 정통사극은 KBS 아니면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러니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사극이나 야사(野史) 중의 궁중 로맨스등 유사사극이 가끔 선보일 뿐이다.

아예 방송사마다 집단토크나 리얼 버라이티 예능 편성비율을 대폭 높이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드라마 역시 해외로케는 엄두 내기조차 힘들다. 보통 새 드라마 첫회는 시청자를 선점하기 위한 매머드급 해외로케가 일상화된 스케쥴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체코 프라하, 심지어 일본 홋카이도까지 광범위한 해외로케가 다반사였다. SBS의 <파리의 연인>(2004)과 <프라하의 연인>(2005), KBS2의 <아이리스>(2009)가 대표적이다. <아이리스>는 해외로케에만 무려 200억원을 투입한 매머드급이었다. 이같은 드라마는 지금 꿈도 못꾸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앞에서 보았듯이 디지털 기반의 방송시장은 너무도 빠르게 재편되어 간다. 특히 지상파 방송환경도 지난 1~2년 사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지상파 중심의 시청률 측정방식마저 바뀌면 TV광고시장은 물론 방송가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밖에 없다.

지상파TV는 그동안의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 디지털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파워’를 높이는 것이다. 지름길은 PD등 제작자들을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다.

<응사>와 <미생>은 물론 <삼시세끼>같이 지상파 출신의 창의적인 PD들이 보여준 콘텐츠파워를 지상파는 다시 눈여겨 들여다 볼 때다. 방송은 결국 사람싸움이다. 이미 방송시장에서 콘텐츠파워 중심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