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씨의 미술 바구니] 9. 고향 어머니가 생각나면 케테 콜비츠전 강추! 기사의 사진
전쟁 연작 '사람들' (1922-23년), 목판화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벌써 3월입니다. 민족대이동의 설의 휴유증도 진작에 극복이 되었겠군요. 그 멀리 고향까지 대여섯 시간 오금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운전하며 갔던 건 어머니가 거기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의 위로, 어땠나요?

귀경 길, 전보다 구부정해진 몸을 하고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던 노모가 눈에 밟혔던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독일 여성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작품 세계는 세파를 견디어온 노모의 쭈글쭈글하고 거친 손등처럼 강한 모성이 흐르고 있지요. 사회참여 수단으로서 판화를 택한 그는 전쟁 통에 아들을 잃어야 했던 개인적 체험을 칼끝에 담아 시대에 대해 발언했지요. 그에게 ‘독일 민중 예술의 어머니’라는 헌사가 바쳐진 이유라고나 할까요.

콜비츠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케테 콜비츠’ 전이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4월 19일까지 열립니다. 일본 오키나와에 소재한 사키마미술관 소장품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의 작품 총 56점이 건너왔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와 공동 주최했지요.

콜비츠는 초기에는 에칭과 석판화를 주로 제작했으나 후기 들어 목판화로 선회했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14년 1차 대전을 기점으로 전쟁 이전과 이후의 작품군으로 나눠 다양한 형식의 판화 작품을 선보입니다. 가장 콜비츠답게 느껴지는 작품은 역시 전후에 제작한 것들이지요.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이후 가난과 죽음, 모성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목판에 새긴 표현주의적인 칼 맛을 통해 반전과 평화에 대한 외침이 뿜어져 나옵니다.

백미는 ‘전쟁’(1921∼1922) 연작입니다. 전쟁에 동원된 아들을 잃은 슬픔을 모성애라는 보편적 주제로 승화시킨 시기의 작품입니다. 절제된 표현,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선 맛의 목판화는 콜비츠가 겪은 아픔과 절규를 표현하는 데 있어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지요. 뚜렷한 흑백 대비는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말기인 70∼71세에 제작한 브론즈 조각 ‘피에타’(1937∼1938)도 눈길을 끕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유일한 조각이지요. 아이를 꼭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입니다. 죽음에 대한 애도와 평화를 향한 갈망이 절정에 이른 작품입니다.

전쟁 이전의 작품에는 여성들이 억압받고 투쟁하는 계층으로 등장하는 반면, 전쟁 시기에는 어머니의 본능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런 여성 이미지의 변천사를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입니다(02-2124-5269).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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