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문화비평] ‘웃찾사 vs 개콘’ ‘징비록 vs 여왕의 꽃’… 일요일밤 누가 웃을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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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지상파 3사의 최후 승자는?

SBS가 22일부터 KBS2-TV 간판코미디인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아성에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을 맞편성했다. SBS가 드라마가 아닌 같은 코미디장르로 같은 시간대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어쩌면 맞불을 놓은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최후의 결투를 신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청률이 부진한 이 시간대 주말드라마를 전격폐지하고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평균시청률이 15%를 넘나드는 <개콘>은 코미디물의 상징이자 대명사이다. 의 시청률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이 빠진다해도 10% 이하로 좀처럼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러니 KBS의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인 <개콘>에 SBS가 도전장을 던진 자체가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다. SBS는 최고의 간판급 프로였던 웃찾사의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주말드라마가 몇 개월째 부진을 겪자 아예 드라마가 아닌 코미디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의외다.

2003년 첫방송을 했던 <웃찾사>는 한때 한국코미디를 대표하는 SBS의 간판프로그램이었다. 최고절정기를 거치더니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지난 2010년 폐지됐었다. 지난 2013년 가까스로 부활되긴 했지만 평일 심야시간대에 편성되는 바람에 존재감조차 보이지 못했다. 그동안 명백만 가까스로 유지해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웃찾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LTE-A뉴스’와 ‘신국제시장’ ‘어느 장단에’ ‘배우고 싶어요’등 코너들이 서서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풍자와 시의성, 특히 정치 경제등 성역없이 속시원하게 던지는 풍자성 시사개그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던져주고 있다.

주말드라마 폐지한 SBS의 독기품은 맞대응, <개콘>아성 뒤집을까

반면에 <개콘>은 헐렁하고 느슨해졌다는 평. 메이저급 개그맨들이 한 둘 떠나더니 어느덧 신인들의 주무대가 되었다. 서수민 PD마저 예능드라마 '프로듀사' 연출을 맡았다. 더구나 폐부를 찌르던 날카로운 대사나 사회성 깊은 풍자는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그러한 개콘의 맹점을 <웃찾사>가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다.

<웃찾사>는 일요일 저녁 8시 45분에 방송된다. 개콘보다 편성시간이 30분 정도 빠르다. 우선 존폐위기까지 몰렸던 <웃찾사>가 주말 프라임타임에 되돌아온 자체만으로 박수받을 만하다. <개콘>과의 맞대응이 오히려 시청자 관심을 높여갈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코미디의 부활을 볼 수도 있다. 식상할대로 식상한 막장드라마와 스테레오타입의 ‘9시 뉴스’를 피하려는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개콘>과 <웃찾사>의 피말리는 경쟁은 역으로 서로에 윈윈(win-win)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청률은 제로섬이다. 그러니 PD나 작가, 개그맨 모두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해졌다.

KBS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월 14일 첫 방송에 들어간 대하드라마 <징비록>의 시청률 때문이다. 이미 10회분이 방송되었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10.7%(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평균 10%의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공을 본격화하는 만큼 조만간 주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전야의 KBS <징비록>, <여왕의꽃> 초반돌풍 잠재울까

지난해 <정도전>으로 대히트를 쳤던 KBS는 <징비록>이 그 이상의 흥행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KBS사장까지 나서 ‘대하드라마를 계속 제작하겠다’고 할 정도로 <징비록>에 각별히 정성을 들였다. 제작비 많이 드는 야심찬 작품이기에 KBS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한때 <징비록>이 뜨지 않는 이유로 MBC <전설의 마녀>를 들었다. <징비록>과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전설의 마녀>(연출 주성우 극본 구현숙)는 막장구성의 코미디물이었다. 지난 2월1일 최종회 시청률은 31.4%까지 기록했다. 이 드라마만 끝나면 시청자층을 어느 정도 흡수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후속 드라마의 돌풍이 더 심상치 않다. <징비록>이 ‘마의 시청률’이라는 10%를 막 돌파한 임계점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지난 3월 14일 첫 방송된 MBC 드라마 <여왕의 꽃>(연출 김민식 극본 박현주)이 징비록 시청률을 갉아먹었다. <여왕의꽃>은 불과 2회분이 방송된 지난 15일 시청률이 16.8%를 훌쩍 넘어버렸다. 2회면 주연급 배우들의 스토리나 극상황이 제대로 설정도 안되는 싯점이다. 드라마에서 이같이 초반 시청률이 치솟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MBC도 놀랐고, KBS는 더욱 놀랐다.

KBS는 당황스럽다. <징비록>이 계속 밀리는 상황을 방관할 수도 없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대하드라마 제작을 재고할 수 밖에 없다.

혈투앞둔 지상파 3사의 ‘잔인한 4월’

<징비록>은 다소 지루하고 산만하다. <정도전>과 같은 촌철살인도 부족하다. 오히려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맡은 김규철의 대사와 연기력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또 히데요시의 호위무사 가토 기와마사 역의 이정용의 캐릭터도 뚜렷하다. 그러다보니 선조(김태우 분)와 유성룡(김상중 분)등 조정대신들보다 왜장들의 연기가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렇게 KBS는 SBS와 MBC의 협공에 직면해있다. 물론 SBS <웃찾사>나 MBC <여왕의 꽃>이 초반 기세를 어느 정도 이어갈 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개콘>은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니냐’, 그리고 <징비록>은 ‘지난해 <정도전> 같이 난세를 꿰뚫는 촌철살인의 한방이 없다’는 지적까지 받는 상황이다.

나아가 SBS의 과감한 편성전략도 관심거리다. ‘코미디의 부활이냐’ 아니면 ‘개콘의 수성이냐’ 어느 쪽이든 향후 프로그램 존폐의 갈림길이 될 수 밖에 없다. <왔다! 장보리>식 막장구성이 정착되는 MBC 주말드라마의 아성을 KBS로서는 마냥 방관할 수 없다. 어떤 드라마든 ‘꽂기만’ 하면 ‘시청률 30%대 국민드라마가 된다’는 주말 8시 드라마에나 KBS가 자족해야만 할 상황도 결코 배제할 수는 없다.

매주 일요일 밤 지상파 3사의 피말리는 한판승부는 피할수 없게 되었다. SBS <웃찾사>의 뒤집기일까, 아니면 MBC <여왕의꽃>의 독주일까 여부는 조만간 시청률이 대변해줄 것이다. 이래저래 담당PD와 작가들 앞에 ‘잔인한 4월’이 기다리고 있다.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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