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씨의 미술 바구니]11. 그림 쇼핑 시대 열릴까 기사의 사진
지난해 10월 뉴욕 어포더블 아트페어 광고.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예술작품은 심각한 게 아니며, 부담 없이 쇼핑하듯 구매하면 된다고 강조한다.어포더블 아트페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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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은 왜 그리 비쌀까요? 월급쟁이가 거실 소파 위에 미술 작품 하나 거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으니까요. 그런데 굳이 안 될 것도 없지 않을까요? 집안에 들여놓는 가구처럼 중저가라면 말입니다. ‘그림의 유니클로’ 같은 게 없으란 법은 없지요.

컬렉션의 대중화를 표방한 국제적 아트페어가 오는 9월 한국에 상륙한답니다. 1999년 ‘윌 람지(Will Ramsay) 페어 컴퍼니’가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어포더블 아트페어이지요. 15년의 짧은 역사지만 그 사이 뉴욕, 암스테르담 등 전 세계 13개 도시로 확산하며 급성장하고 있답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2010), 홍콩(2013)에 이어 한국이 3번째입니다.

어포더블 아트페어 광고 한번 볼까요? ‘쇼핑하듯 작품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청바지 차림의 뉴요커’ ‘쇼핑백처럼 작품을 무더기로 들고 가는 미모의 홍콩 여성.’ 예술작품 소장은 소수 부유층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통념을 깨는 이 장면은 지난해 뉴욕과 홍콩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광고입니다. 그림을 쇼핑 하듯 부담 없이 살 수 있게 하자는 콘셉트인 거지요.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9월 10일부터 4일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립니다.

어포더블 아트페어 김율희 한국지사장은 “기존 페어와 차별화하는 50만∼1000만원 이하의 대중친화적 가격대 작품으로 샐러리맨 컬렉션 시대를 열겠다”고 말합니다. 페어에는 국내외 총 80여개(아시아 50%, 서양 50%) 갤러리가 참여해 동서양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미술품을 소개합니다. 박영덕화랑, 선화랑 등은 그동안 어포더블 아트페어(이하 어포더블) 해외 행사에 참여해왔습니다.

어포더블 아트페어를 만든 윌 람지는 바젤 아트페어 홍콩의 공동 창설자이기도합니다. 처음엔 런던의 공원에서 조그맣게 시작했던 이 페어의 급성장 배경은 ‘부담이 적은’ 가격입니다. 1만 달러 이하의 가격을 내세워 구매 욕구는 있으나 ‘가격 벽’에 앞에서 주저했던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을 끌어들였던 거지요. 그런 이유에서 영어 ‘어포더블(affordable·가격이 알맞은)’을 제목으로 한 것이기도 하구요. 예술이라는 아우라를 걷어내고 집안 장식을 위해 조각 작품을 사는 등 실용성과 함께 재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를 비롯해 30여개의 아트페어가 난립 중입니다. 키아프 관계자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미술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못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어포더블이 한국에서 신규 컬렉터 시장을 창출하며 명실상부한 국제적 아트페어로 자리 잡을지, 시장을 잠식하는 또 다른 중복이 될지가 궁금하지 않나요.

어포더블 측은 승산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한국의 갤러리와 유명 화가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등 미술시장의 공급자들이 글로벌 수준을 갖췄다는 게 그 이유이지요. 다만 수요자들이 문제인데,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디자인 감각을 갖춘 한국인들이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 수집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는 거지요. 김 지사장은 “해외 어포더블은 75%의 기존 컬렉터 외에 25%의 신규 고객이 작품을 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월급쟁이 컬렉터 시대를 여는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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