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 16. TV와 영화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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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몰락을 예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틀린 예측이었다. 오히려 영화와 TV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 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가 TV 화면으로 옮겨져 또 다른 관객을 창출하는가 하면 많은 TV 드라마들이 영화의 원천이 돼왔다. 특히 오늘날 할리우드는 과거 TV 시리즈들의 영화화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거꾸로 히트한 영화들이 곧잘 TV 시리즈로 만들어지곤 했다. 우선 생각나는 게 6·25를 소재로 야전이동외과병원(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의 군의관들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매쉬(MASH)’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1970년 영화가 히트하자 이를 바탕으로 TV시리즈화한 것인데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방영된 장수프로였다. 특히 1983년 2월28일에 방영된 마지막 회는 미국 TV드라마 에피소드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6·25가 배경이고 의정부가 극중 무대인데도 한국인 출연자가 거의 한사람도 나오지 않는가 하면 한국을 비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한국인이 보기에는 대단히 거북한 내용이었다.



또 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1978~86년에 방영된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Paper Chase)’도 있었다. 동명의 1973년작 영화를 바탕으로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생들의 치열한 삶과 애환을 그린 내용이었다. 그러나 학생들보다도 킹스필드 교수 역을 맡은 노장 배우 존 하우스먼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됐다. 그 뒤 ‘어린 인디애나 존스 연대기’가 1992~93년에 방영됐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대히트를 치자 청소년 시절의 인디애나 존스를 내세운 이른바 프리퀄 TV 시리즈였다. TV물답지 않게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다.

이런 과거에 비하면 요즘엔 좀 뜸하긴 하지만 그래도 간간이 영화의 TV드라마화가 이뤄지곤 한다. 이를테면 ‘터미네이터’의 스핀오프격인 ‘사라 코너 연대기’라든지 앨프리드 히치콕의 명작 스릴러 ‘사이코’를 근간으로 한 ‘베이츠 모텔’, ‘양들의 침묵’의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니발’ 등.



그러나 작금의 추세는 역시 TV 드라마의 영화화다. 가장 최근에만 해도 1960년대의 인기 스파이물 ‘0011 나폴레옹 솔로(A Man from UNCLE)’가 영화화돼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1970년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도 곧 영화화되리라는 소식이다. 나폴레옹 솔로는 007영화가 대히트하자 아류작으로 영화와 TV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스파이물 가운데 제임스 코번이 주연한 ‘플린트’ 시리즈와 함께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다. UNCLE은 아저씨가 아니라 United Network Command for Law and Enforcement라는 첩보기구의 약자로 여기에 소속된 요원인 나폴레옹 솔로(로버트 본분)와 일리야 쿠리야킨(데이비드 맥컬럼분) 콤비가 드러시라는 가상의 범죄조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아 몇몇 에피소드를 연결해 극장용 장편영화로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었다. 또 ‘초원의 집’은 서부극 ‘보난자’에 나왔던 배우 마이클 랜던이 제작 주연한 홈드라마로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가 배경이다. 국내 방영시 ‘미국판 전원일기’로도 불렸다.



이보다 앞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TV 드라마의 영화화가 이뤄졌다. ‘A특공대’ ‘미녀삼총사’ ‘두 얼굴의 사나이’ ‘도망자’ ‘아이 스파이’ ‘스타스키와 허치’ ‘SWAT'가 있고, ‘스타트렉’과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까지도 다시 시리즈로 만들어질 정도로 성공했다. ‘스타트렉’은 열성적인 팬들을 일컬어 ‘트레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사전에 등재될 만큼 유명한 전설적인 SF이고, 국내 방영시 ‘제5전선’이란 제목이 붙었던 ‘미션 임파서블’은 ‘하와이 5-0수사대’ ‘보난자’와 더불어 아마도 가장 주제음악이 유명한 TV드라마로 꼽힐 것이다. 이외에도 고전적인 것으로 로저 무어가 007로 발탁되기 전인 1960년대(1962~69)에 주인공 사이먼 템플러 역을 맡았던 영국 추리물 ’세인트‘가 1997년에 발 킬머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아, 물론 세계적으로 히트한 같은 영국의 코미디물 ’미스터 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다양한 장르의 TV 시리즈들이 영화화됐거니와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영화로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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