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②독특한 시선으로 도려낸 연극 ‘만주전선’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박근형 연출의 연극적 저항성과 내면의 리얼리티

박근형 작, 연출의 ‘만주전선’은 ‘2015 서울연극제’ 개막공연(대학로 자유극장·2015. 4. 4.~4. 15)이다. 박근형 특유의 시선으로 훼손된 역사성과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받고, 2014년 한국연극 선정 공연 BEST 7에 올랐다. 박근형의 연출스러움을 배우들은 극단 ‘골목길’ 연극다움으로 풀어낸다. 극 속에 품고 있는 시대정신은 꿈틀대고 살아있는 박근형 내면의 저항성과 맞물려 독특한 연극적 표현양식으로 섞여진다.

연출이 그려내고 극단 ‘골목길’ 배우들에 내면적 리얼리티로 풀어내는 연극양식은 많은 고정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쥐’(1998), ‘청춘예찬’(1999) 으로 작가를 동반한 연출로써 대한민국 연극계에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대대손손’(2000), ‘경숙이, 경숙아버지’(2006), ‘너무 놀라지 마라’(2009) 등 다양한 주제를 연극으로 품고는 현실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그의 서사는 연극적인 함축과 비약성을 들어내고, 장면의 활용과 배치는 비논리적이면서 논리로 무장한다. 그만의 특유한 연극적인 문법은 재현성에 의존한 사실주의 극적 구조를 넘어선 현실세계의 적나라함을 드러낸다. 배우들의 내면적 리얼리티와 융합되어 송곳 같은 연극을 완성한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꺼내든다. 뒤틀린 가족이야기, 훼손된 역사성, 남루한 삶, 잔혹성, 인간의 부조리, 인간의 밑바닥 내면성, 삼류인생, 현실의 이면들이 난투극을 버리듯 뒤섞여져 박근형의 강한 저항적 내면성은 독특한 연극언어로 정리된다.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그의 시선은 한국사회의 갈라진 틈을 바라보고 마주하게 된다. 그 틈새를 통해 비집고 들어있는 기구한 가족의 삶, 더 이상 놀라울 것이 없는 현실세계, 굴절된 역사성의 대물림 등의 소재를 통해 들어지는 그의 연극구조는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로 파편화 되어있는 지배사회의 다양한 이면들을 들추어내고 들어올린다. 거미줄처럼 엉켜져 있는 현실문제와 동시대적 삶에서 꺼내드는 박근형의 저항적 시선바라보기는 인간 내면의 본질을 추락할 수 있는 내면의 깊은 곳까지 강하게 밀어 넣고 그 끝에서 진실성을 들어 올려 진다.

그가 들어 올리는 이야기와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박근형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연극적인 방식으로 배치된다. 서사는 화려함에 의존하거나 무대공간을 치장하고 배우의 내면을 화장시키지 않는다. 현실세계를 향해 던져는 이야기와 인물들에서는 고급스러움을 찾을 수 없다. 명품 옷과 명품가방으로 치장된 외형성에 대해 혐오감을 들어낸다. 무대는 압축과 생략으로 단순화 시키고, 배우들이 표현하는 내면도 거추장스러움이 없다.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본질을 바라본다.

배우들의 연기도 날것 그대로를 목구멍까지 끌어당기고 올려놓는다. 내면의 속살들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그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의 삶은 연극적으로 완성된다. 화장을 지우고, 거추장스러움을 내던지면서 진솔한 속살들이 들어난다. 이러한 본질의 속살들이 무대를 향해 거침없이 비추어 질 때 박근형의 진솔성은 살아난다. 극단 ‘골목길’ 연극을 기다리는 이유다.

쥐, 청춘예찬, 대대손손,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만주전선은 작품을 보는 내내 기분은 묘하고, 몸은 뒤틀려 진다. 극적장면에는 좀처럼 시선을 마주하기 힘들다. 객석 바닥의 덥덥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연극을 마주한다. 청춘예찬은 허름한 삶에서 비쳐지는 남루한 인생의 막장성이다. 인간은 난장판으로 뒤섞여 있고, 그 바닥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송곳처럼 갈라져 있는 내면성을 박근형은 거침없이 들어낸다.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지는 그의 내면은 보석이 된다.

난장판이 되는 내면, 깨져버리고 송곳처럼 갈라져 있는 내면의 시선들은 파편화된 연극구조로 이어진다. 소외된 삶을 향하고, 모순된 역사성을 꺼내들고, 뒤틀린 현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대형상화 속에서 숨을 쉬면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습한 공기를 품는다. 인물들의 내면은 덥덥하고, 쓰리고, 추악하며, 때로는 잔혹한 내면성들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드러낸다.

인간내면에서 자라 오르는 욕망들을 발바닥 깊숙한 곳으로 더 전진하면서 갈 때 까지 몰고 가는 막장의 내면까지 밀어 넣는다. 막장드라마에서 보여 지는 단조로운 인간욕망의 추악함만 들어내지 않는다. 그 밑바닥에서 보석 같은 진실을 발견한다. 거칠고 공격적이면서도 난폭한 내면의 막장들로 묶여지는 그의 연극성은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 진실성이다.

지워지지 않는 ‘만주전선’, 욕망의 이름표

박근형의 시선돌리기가 이번에는 1940년대 만주로 향했다. 그것도 1942년대 즈음한 만주국의 수도(현 중국의 장춘·長春)이 그가 그려놓은 무대배경이다. 그동안 사회적인 문제작들을 선보여온 그의 시선이 만주들판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전류가 흐른다. 일본의 야심이 세계를 향하고 그 거점 지역은 만주로 좁혀진다. 박근형 연출은 말 한 마리를 타고 거침없이 만주들판을 들여다본다. 그가 들여다본 시선은 그 시절, 만주로 떠나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을 통해 역사성을 투영한다. 만주를 내 달리던 항일 운동의 독립투사들은 없다. 3대에 걸친 역사적 모순성을 복사를 하고, 현재 시선으로 오늘날을 바라본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 역사성에 동화되기 위해 애쓰는 굴절된 역사에 훼손되어 있던 여섯 인물들의 삶을 쪼개내듯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들의 삶들이 현재 한국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태도다. 그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이름표 붙이기를 시도한다.

1940년대 만주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극 속으로 투영하고,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섬뜩한 전류가 흐른다.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은 없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답게 창씨개명을 한 인물들이다. 그는 묘한 시선으로 만주전선의 인물배치를 시도한다. ‘경주이씨 국당공파’ 라는 가상적인 전통성을 설정하고, 3대에 걸친 가문의 조상부터 현재로 이어져 오는 인물까지 모조리 혼혈의 이름표를 붙인다.

이야기는 화자(청년. 가네다) 의 할머니가 세 명이 된 얘기다. 화자의 아버지의 태생이 묘하다. 박근형은 출생의 비밀을 탁월한 작가적 방식으로 배치를 시킨다. 화자의 아버지는 경주이씨 국당공파 38세손이다. 화자(아들)은 39대손이 되는 셈이다. 한국사회의 시선으로, 혈통만 들여다보면 뼈대 있는 있는 집안이다. 이 전통적인 혈통에 박근형은 초 논리적인 비약성을 들어낸다. 만주에서 잉태된 혼혈적 섞기를 통해 멈추어버린 출생의 비밀을 섞는다.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지배사회에서 공무원이 된 인텔리여성 (요시에)와 일본인 과장과의 불륜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전통적인 집안 가계도에 입적함으로써 혼혈 혈통을 배치한다. 이 묘한 가족관계에서 태어난 화자의 아버지를 전통가문에 입적을 시키는 것은 아스카다

창씨개명을 한 조선인 ‘요시에’와 일본인 과장을 통해 태어난 기막힌 역사적 운명성에 그는 ‘경주이씨 국당공파’를 연극적으로 설정하고 초 논리적인 서사의 구성과 장면의 함축과 비약성으로 ‘혼혈적 인물 섞기’를 한다. 박근형이 바라보는 훼손된 역사성의 조롱은 더 커진다.

화자의 아버지를 길러낸 인물들은 입적시킨 할아버지(가네카), 분만을 받아낸(기무라), 마지막으로 화자의 아버지를 길러낸 (문학청년 가네다)다. 그 누구도 이 출생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연대적 책임을 묻는다. 박근형 연출은 이러한 비논리적인 가계 구도에서 한 발짝 더 나간다. 화자의 할머니가 세 명이 있다는 것, 인물들에 연대적인 묶음을 설정한다. 이 기막힌 묶음의 설정을 화자를 중심으로 극을 풀어가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아스카는 “만주국 소속 일본 육군사관학교의 정규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천황을 수호하는 충성스런 신민의 일원으로 생사를 초월한 용맹스러운 군인이 되기를 맹세하였노라!” 무대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태도를 보인다. 한국인의 피는 발견되지 않는다. 오로지 일본 천황을 위해, 더 일본인답게 살아가려는 것이 만주 땅에 모인 여섯 명의 유학생들의 신념이다.

만주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아스카는 조선의 미래가 되고, 이들은 더 일본인스럽게 살아 갈 것을 다짐한다. 이들에게 비쳐지는 조선인들과 민족에 대한 애틋함은 없다. 식민지가 된 것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한 조선인들의 나약함과 나태함으로 묘사되고, 기무라는 자신의 피 속에 녹아있는 조선인들의 노예근성을 경멸스러워한다. 나오미( 역. 강지은) 의 신앙과 종교관을 오늘날의 지배권력, 현실정치의 모순성으로 투영된다. 이러한 장면배치와 설정은 오늘의 현실 정치풍경 속에서 묻어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왜곡된 종교관을 그려낸다.

무대는 일본보다 더 일본인답게 살아가려는 삶의 모습이다. 박근형의 시선은 이들이 만들어낸 이름표를 들고 혼혈적 전통성이 현재까지 대물림 되는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훼손된 역사성을 한국사회의 전통적 가문으로 설정해 혼혈의 가문의 연대성들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화 시킨다. 혼혈적 DNA를 설정된 전통적인 가문에 대를 잇게 하는 기막힌 반전구도를 설정한다. 일본이 보다 더 일본다운 아스카는 만주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방 후 6,25 전쟁에 참여해 국가훈장을 받는 아이러니를 연출은 설정한다.

한국지배사회가 굴절된 역상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들의 의해 정치권력이 움직여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본다. 대한민국 사회의 지배계층으로 성장한 잔류들이 비대해진 한국사회에 주류계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박근형은 뜨거운 마음을 드러낸다.

박근형의 강한 저항적 시선들은“ 훼손의 역사성의 고리와 매듭이 풀려지지 않은 채 특권계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권력지배층을 겨냥한다. 대한민국의 전통성이 희석되어 있고 정서적 혼혈로 섞여 있는 일부 주류사회에 피로감을 들어낸다. 전복되어 있는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한국사회가 건강할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을 품는다. 도려내서 그 틈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박근형의 시선은 오늘날의 역사관, 숭배주의, 물질주의, 친미주의가 석여져 오늘날 현실을 투영시킨다. 이야기는 194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에도 서구화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혼혈된 전통성만이 공존할 때 우리의 가슴에는 어떠한 이름표를 붙여야 할지를 묻는다. 대답은 옹색해 질 수밖에 없다. 달라질게 없는 지금, 한국사회의 이면을 ‘만주전선’은 강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박근형의 시대정신과 배우의 리얼리티

박근형의 매력은 꿈틀대는 내면의 저항성이다. 이야기를 품에 넣고 함축과 비약, 과장과 비판적 풍자성을 초현실적인 뒤섞임으로 시, 공간을 초월한다. 연극으로 풀어가는 서사구조는 배우들의 단단한 내면의 리얼리티로 무장되어 박근형의 연극언어를 생산해 낸다. 그의 언어는 현실세계를 강타한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그의 연극적인 힘은 커진다. 연출의 현실바라보기는 도려낸 이야기를 가슴에 품는다. 냉혹한 시선으로 현실을 마주하며, 기발한 연극적인 색감을 만들어 낸다.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강렬한 내면리얼리티로 칠해진 무대공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함을 압도한다.

무대를 단순화시키고 소품 몇 개로만 장면이 움직여지더라도 연극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이 박근형 연극이다. 화려한 치장을 덜어낼수록 그의 무대는 숨 가쁘게 살아 움직인다. 인간의 외형을 거칠게 깨부수고 밑바닥 세계까지 등장인물을 구겨 넣을 때 인간의 진실성을 확보한다. 유독 골목길 배우들의 연기는 인간 내면의 날것 그대로를 들어낸다. 인간 본질의 내면 바닥에 던져 있는 감정의 표피들을 끌어 올려 극적구조와 융합 된다. 꾸밈이 강하거나 배우로써 자기화에 도취되어 있는 배우는 그의 작품에서 숨을 쉬고 같이 살아 갈수가 없다. 그가 만들어 놓은 연극구조 안에서 등장인물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답답해진다.

치장되어 있는 내면의 옷을 벗어 던지고 속살을 드러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던지고 끌어 올렸을 때 인물과 배우의 내면은 하나가 될 수 있다. 감정을 밑바닥까지 누르고 그 누름의 감정에서 꺼내 올리는 속살의 내면은 강력한 배우들의 내면의 리얼리티가 된다. 너덜너덜한 감정이 박근형 작품에서는 진실함이 된다.

‘청춘예찬’ 초연공연에 윤재문, 박해일, 고수희 등은 밑바닥까지 강한 내면을 들추어내면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관객이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서 뒤틀리고, 습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을 느껴도 그의 무대를 끝까지 바라보게 만들 수 있는 힘이다. 이번 ‘만주전선’을 통해서도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힘은 강하게 드러난다.

배우 김은우는 아스카 역을 일본인 보다 더 일본인다운 캐릭터 구축을 통해 <만주전선>의 훼손된 역사성을 일관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고, 강지은(나오미)는 노련한 연기로 오늘날의 왜곡된 종교관을 풍자하면서 극중극을 통해 극의 맛을 우려낸다. 이봉련(역, 게이코) 은 탁월한 배우의 재능과 기량으로 극의 밀도와 장면의 속도를 균형 있게 유지 시킨다. 권혁(역, 기무라)은 배우로서 좋은 소리를 타고 났다. 그러나 박근형 연극에서 중요한 배우의 내면의 리얼리티가 다소 부족해 보이면서도 가능성 있는 기량으로 극의 균형을 잡아낸다.

박근형 연출이 이 시대 한국연극에서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내면의 진솔함으로 연극을 무장하고, 배우의 내면의 리얼리티로 풀어내는 그의 연극은 현실사회에 강한 소리가 된다. 한국연극의 현실에서 극단 ‘골목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유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