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소총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형 무기라며 4485억원을 투자해 만든 K11 복합형 소총의 양산 과정이 사기와 방만으로 얼룩져 있었다. 납품업체는 핵심 부품의 품질검사를 허위로 실시해 군 당국을 속였고 군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K11 복합형 소총의 사격통제장치 품질검사 방식을 임의로 바꿔가며 결과를 조작해 군 당국을 속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방산업체 E사 사업본부장 이모(52)씨와 제품기술팀 차장 장모(44)씨, 품질경영팀 과장 박모(3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K11은 소총탄(구경 5.56㎜)과 공중폭발탄(20㎜)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미래형 무기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열상표적 탐지장치를 탑재해 폭발탄을 목표물 상공에서 터뜨리는 방식으로 참호에 숨은 적도 공격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는 사격통제장치다. E사는 K11 소총의 사격통제장치 양산업체에 선정돼 2009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체 품질검사 결과 이 장치는 사격 후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외부가 파손되고 내부에 이물질이 발생했다.

이들은 2009년 5월 국방기술품질원의 정식 품질검사에 대비해 국방규격에 정해진 충격의 3분의 1만 전달 되도록 통제장치 재질을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센서 위치를 조작했다. 이런 대담한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건 품질검사 자체가 시험검사 장비를 갖춘 양산업체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품질검사에 한두 명의 검사인원만 파견했다. 합수단에는 “형식적으로만 검사한 게 사실”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결국 통제장치 250대가 당시 품질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량 장비로 만들어진 K11 소총은 결국 전장에서 문제가 됐다. 납품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부대 등에 보급됐는데 소총에 균열이 발생했다. 원인 규명 과정에서 시험검사방법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K11 소총은 전자파의 영향을 받거나 총신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이후에도 잦은 결함이 발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같은 기기를 3만 달러 이하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든다고 했다. K11 단가는 1만5000달러 정도다. 그 차이만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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