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5.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김수희 연출, 국립극단 “소년B가 사는 집” (2)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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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되는 시선, 멈추어버린 기억.

이 작품은 1999년 4월에 일어난 미국 한 고등학교 총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10년 후,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의 편지를 보낸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을 작가(이보람)은 희곡으로 옮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작가는 살인죄를 저지른 아들의 운명 앞에 놓인 가족의 내면으로 확장해 연결 한다. 극을 끌고나가는 구도는 연극적이기 보다는 매우 TV드라마적이다.

대환이의 닫친 내면의 욕망은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려는 자립노력으로 이어진다.

사회적인 시선들은 ‘악마’로 규정되고 내면은 갈라진다. 묶여진 고리의 욕망을 풀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용서’와 ‘용기’다. 대환이의 내면에 멈추어 버린 ‘소년B’를 도려 낼 수 있는 것은 구원해 줄 수 있는 손길과 시선이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온 대환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녹록치 않다. 고립되어 지는 대환이의 내면은 길가에서 할머니를 만나기 이전까지 진행된다.

살인자를 악마로 동일시되는 현상에서는 철저하게 운둔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해자 대환이의 내면은 더욱 고립된다. 무의식으로 자라나는 내면의 ‘소년B’ 와의 치열한 싸움만 존재한다. 살인을 한 사악한 욕망의 내면은 그대로 박재되어 있다.

철저하게 외부세계와 차단된 채 살아가는 이들 집을 방문하는 유일한 인물은 그의 딸, 윤아와 보호감찰소 관찰관, 그리고 부모교육 강좌를 설명하러 방문한 낮선 이웃집 여자가 유일한 방문자다. 대환을 마주한 관찰관은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동네에서 죽은 사건을 들추어내면서 대환을 여전히 가해자의 시선으로만 응시한다.

고립되어 있는 대환이의 집은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대환이의 과거의 흔적만이 존재하고 대환이의 엄마는 대환이의 사건의 과거에 멈추어져 있다. 사건이 이루어지기전 대환이의 일상적인 삶을 곱씹으면서 파괴된 내면의 원인들을 들추어낸다. 내면은 지난 과거로만 멈추어져 그 심연의 내면에만 맴돌 뿐이다.

아이의 잘 못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는 숨 쉬고 살기 힘들 정도로 내면의 고통과 씨름한다. 카센터 안에 놓여 있는 수리를 위한 차량연장과 도구들도 그의 시선으로는 떨쳐내기 힘든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다. 대환이 현실을 바라보는 부모의 내면은 두 개로 갈라진다.

엄마: 난 노력하고 있는 거야!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당신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난 할 수가 없어. 우리 아들이 사람을 죽였단 말이야!

아빠: 나도 노력하고 있어. 당신처럼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어서 애들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대환이. 저 방에서 태어났어. 저기서 세수를 했고, 저 문 밖으로 학교 다니는걸 봐왔어. 그렇게 14년이야. 난 그때의 대환이를 찾고 싶은 거야.

엄마의 기억은 사건현장에 멈추어져 있다. 대환이 내면에 꿈틀대고 있던 ‘살인의 악마’의 원인 행위를 대환을 쓰다듬지 못한 성장과정의 내면의 결핍으로 자기화 시킨다. 대환의의 내면에서 걸려있는 과거내면의 잔혹한 악마를 부모의 마음으로만 도려내고 싶고 ‘자기치유’를 시도한다. 이러한 시간성과 대환을 바라보는 그의 내면은 깊게 고립된다.

부모교육 안내 전단지 한 장을 들고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 덜컹 나타난 이웃집 여자를 설정한다. 워킹 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이웃집 여자의 강연제목도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이다. 대환이 엄마의 기억은 십년 전으로 멈추어져 있다.

여자: (카센터 둘러보며) 여기 사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엄마: 글쎄요.. 우리가.. 한... 십년 됐나?

여자: 오래 계셨네요? 여기가 공장지대라서 들고 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엄마: (가물가물)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십년 안됐나?

아빠: (멀찍이서) 22년 됐어.

엄마는 대환이의 사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장검증을 통해 사건 현장을 직접 바라본 부모로서의 파괴된 내면과 삶, 대환이의 살인행위가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에 이성을 잃고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죄의 원인 행위를 단지 부모한테로 향해져야 할 분노가 친구 ‘지호’ 한테 향해졌다고 믿는다,

엄마: “(생략)아, 쟤네가 부모를 못 죽이니까 서로를 죽이고 있구나! 난 왜 그걸 몰랐던 거 지?...난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아빠: ...어려서... 어렸기 때문에 ...이유모를 분노가 생기기도 해. 그 나이에는. 그 나이 때는 세상 모든 게 다 화가 나고 그러니까...

엄마: 당신, 아직도 모르겠어요? 걔네 안에 악마를 만든 게 우리에요... 그래서 대환이를 집으로 데려오자고 한 거예요. 사람들 말대로 어디 보호시설에 보내거나 모른 척 하고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 건...밖에 있다가 또 사람을... 내가 우리 아들 마음속에 어둠을 가지고...가야지... 이번엔...제대로.. 나를 죽이게 해줘야지...그때 못한 엄마노릇을 해야지...

아빠: 당신 제정신 아니야!

엄마: 난 노력하고 있는 거야!(생략)

‘부모교육 강좌’를 들고 나타난 이웃집 여자를 통해 대환이의 엄마는 대환이의 엄마로서 멈추어버린 내면의 치유를 시도한다. ‘이제부터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결심은 죽음으로 몰아간 아이의 행동의 원인을 부족한 ‘탓’으로만 돌리는 대환 엄마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드러낸다. 현실인식은 더욱 고립되어진 채 갈라진다. 대환이와 소년B로 갈라진 내면의 욕망은 현실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사슬로 묶여진다.

대환이의 엄마가 온전하게 엄마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딸 ‘윤아’를 마주 할 때뿐이다. ‘윤아’(역, 이은정)를 마주하면서 과거 대환이 에게 잘못한 행동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과거를 회상하고 들추어낸다. 솔직한 내면의 고백을 통해 엄마로써의 손상된 내면을 회복하고 싶어 한다.

이웃집 여자를 차에 태우고 집 근처로 바래다주는 장면에서 대환은 현실로 거리를 옮겨 놓는다. 부모교육을 하는 이웃집 여자는 대환이가 사건의 당사인줄 모르고 사건의 기억을 들추어낸다. 그의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악마의 집’은 부모교육을 이끄는 한 인간에게도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혹하다. 닫친 현실세계다. 두 개의 내면이 공존하는 ‘칼’ 같은 내면의 욕망을 도려내고 싶어도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그 벽을 넘어설 수 없는 내면의 좌절감과 벽은 더욱 견고해 진다.

14세 때 멈추어버린 잔혹한 내면의 욕망은 소년B의 또 다른 환영으로 나타나 현실의 대환이의 내면을 쑤시고 파고든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태환이의 현재의 욕망, 그것을 견고하게 붙잡고 있는 과거 소년B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내면과 영혼으로 존재하는 ‘악마’의 존재다. 6장에서 연출은 대환과 소년B를 융합하고 병치시킨다. 살인을 저지른 내면의 소년B는 사악한 인간의 내면으로써 대환이의 내면 깊숙한 피부로 전이된다.

그 둘레를 벗어 던질 수 없는 대환과 소년B의 치열한 마지막 욕망의 전투를 벌인다. 용서를 받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대환이의 욕망과 악마의 내면은 지호의 영혼을 둘레에 두고 떨칠 수 없는 과거와 현재로써의 이중적인 내면이 공존된다.

대환: 우리 집에 가고 싶어

소년B: 네가 있을 곳은 없어.

대환: 용서 받으면 갈 수 있어.

소년B: 누가 널 용서할 수 있겠어? 지호는 이미 죽었는데.

대환이의 환영 속으로만 비추어지는 악마의 내면 소년B. 대환이의 갈라진 내면의 두 개의 욕망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쇠사슬은 대환이가 덜어낼 수 없는 현실로 이어질 수 없는 단절된 고리다. 체인을 목에 묶고 죽음의 끈을 마지막 까지 당겨 소년B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때 사악한 내면을 덜어낼 수 있다고 믿는 대환.

삶을 향한 갈라진 내면의 욕망의 전투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손길이 대환이 내면으로 전이 되면서 열려진다. 비로소 시간에 멈추어 있는 내면의 ‘소년B’를 도려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배우 강애심은 고립된 부모의 깊은 내면을 차분하게 무대로 옮겨 놓는다. 크지도 과하지도 않으면서 극중 인물의 내면의 균형성을 이끌어간다. 그가 담아내고 엄마로서 품어대는 극중 인물의 내면은 ‘툭’ 하고 손을 대면 마치, 화병이 된 내면이 폭발할 것 같은 내면성을 응집한다.

내면에서 자라난 분노의 감정은 숙성된 채로 배우의 피부로, 몸으로 한마디, 한걸음씩 옮겨놓는다. 배우 이호재는 대환과 가족이 단란했던 과거의 삶으로 시간여행을 돌려놓은 싶은 욕망과 집념의 내면성을 묵묵하게 밟아간다. ‘소년B가 사는 집’은 등장인물의 내면의 심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극의 균형은 철저하게 손상된다. 그 만큼 노련한 배우의 연기를 요구하는 극이다. 배우 강기둥은 고립된 대환의 내면세계를 절묘한 심리로 이끌어 냈다.

그 극 속에 담고 있는 무거운 현실적 주제, 부모의 내면의 시선,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범죄율의 증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적인 환경, 피해자 가족의 삶과 숨죽여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가해자 가족들. ‘소년B가 사는 집’은 실제 현대사회의 문제이자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 평론가)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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