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나영석죽이기 나선 <프로듀사>, 서수민 PD 도발연출로 <삼시세끼> 판뒤집나 기사의 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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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국 속살 드러낸 <프로듀사>, 리얼다큐같은 올 장르 드라마

KBS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는 정말 도발적이다. 픽션 드라마라 보기엔 ‘내부고발’(?)인가 할 정도로 논픽션 리얼같다. 연예인들은 실명을 사용하고, PD 등 주인공도 약간 비틀었긴 해도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사실상 실명에 가깝다.

MBC 김태호 PD와 tvN의 나영석 PD가 대사에 등장하고 과감히 ‘디스’당하기도 한다. 방송사간 전통적인 ‘동업자’ 의식을 과감히 깨뜨린다. 예능국은 물론 KBS 타 실국조차 자신들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는 게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겠다 싶다.

<프로듀사>는 한국 공영방송 KBS 예능국의 속살을 드러냈다.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면 어느 영역도 예외가 없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 탄 권위적인 모습의 KBS사장까지 등장한다. 드라마에 더 감출 것 없고, 소재가 된다면 모두 드러내 보이겠다는 연출자 서수민 PD의 ‘결기’가 느껴진다.

‘여의도의 중심,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한국방송’ 역시 여느 다른 조직들과 별로 다름없다는 공감대는 충분했다. 어느 조직이든 하루에도 수없이 ‘개콘’ 같은 코미디가 벌어지는 게 현실 아닌가. 드라마에 비친 KBS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프로듀사>는 리얼다큐의 포맷을 기본으로 깔았다. 마치 ‘다큐3일’을 보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현재 방송 중인 KBS ‘킬러프로그램’을 몽땅 드라마소재로 삼았다. ‘KBS를 먹여살린다’는 <1박2일>부터 <연예가중계>, <비타민>, <다큐3일>, <뮤직뱅크>,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실명으로 등장했다.

예능국 갑을관계, PD욕망, 출세주의 거침없이 드라마에 표현

프로그램을 맡는 PD들의 애환도 실감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으로 때워야’ 하는 <1박2일>보다 스튜디오에서 시청률을 올리는 <비타민>같은 이른바 ‘꿀’ 프로그램 맡으려는 김홍순 PD(김종국 분)의 갈망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KBS내 권위주의와 갑을관계, 출세주의, PD위상도 거침없이 묘사된다. 예능프로그램 제작 중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핵심소재다. 제작진은 물론 연예인, 예능국장이 등장한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마치 사석에서 KBS 뒷담화를 듣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KBS내 ‘카더라’통신은 막강했다. 뒷담화 만큼 사실 재미난 소재도 없지 않은가.

중견 여배우들의 뒷담화도 볼거리. 시청률 떨어진 <1박2일>의 출연진을 전원 ‘갈아엎는’ 개편에서 적나라한 여배우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호랑이’ 별명을 가진 윤여정의 독설과 반전, 황신혜와 금보라의 상석(上席) 신경전, 드라마상 설정이 아닌 ‘실제상황’ 같이 들어온다. 촬영을 마친 PD와 제작진이 포장마차에서 늘어놓는 뒷담화를 그대로 전해 듣는 듯하다. 연예가 ‘찌라시’를 보는 듯한 쏠쏠한 재미같다고나 할까.

PD도 아닌 예능국내 지원팀은 그야말로 상전이다. 비단 예능국뿐만 아니라 보도국, 제작국 어디나 다 그렇다. 타 방송사, 다른 조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능국 서무 능구렁이 여직원부터 방송용으로 협찬 받은 기저귀를 몰래 집으로 들고 나가는 직원까지 이기적인 군상(群像)들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프로듀사>를 보는 KBS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라 느낄 법하다. 드라마 특성상 재미를 위한 무리한 설정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시청자들은 이렇게 상당부분 ‘리얼’로 받아들일 것 같다. <1박2일>에 <개그콘서트>, <연예가중계>를 모두 섞어놓은 듯하다. 앞으로 멜로만 추가되면 스릴러를 제외한 모든 장르가 총동원되는 셈이다.

<프로듀사>는 ‘나영석죽이기’를 겨냥한 기획드라마다. 불금을 장악한 tvN의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는 나 PD를 빼앗긴 KBS로선 뼈아픈 경쟁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프로듀사>는 불금 탈환작전의 무기일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나영석 트라우마가 곳곳에 흐른다.

거침없는 패러디와 예능계 먹이사슬 에피소드가 볼거리 제공

10년째 난공불락인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실명으로 언급된다. 동명이인 KBS 예능국 김태호(박혁권 분) CP는 ‘한국 방송판엔 두 명의 김태호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는 예능의 교과서인 자신의 저서를 권하자 신입 백승찬(김수현 분) PD가 ‘MBC 김태호’로 잘못 알고 책을 샀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날고 뛰는’ 연출의 귀재 MBC 김태호 PD와 대비시켜 후배에게 자신의 책이나 홍보하며 처세나 관심두는 예능CP로 그렸다. 서 PD의 고민의 일단이 느껴진다.

<프로듀사>는 또 ‘미생’을 잘 보여준다. 먹이사슬로 얽히고설킨 ‘갑을관계’가 적나라하다. PD와 연예기획사, 기획사내 걸그룹 지망생, 스타와 무명, 톱스타와 PD의 갑을관계가 tvN 드라마 <미생>에 못지않게 비중 있다.

<뮤직뱅크> PD인 탁예진(공효진 분)이 톱가수 신디와 소속기획사 매니저에게 ‘대표 오라 그래’라며 막말을 던지는 갑질, 반대로 PD를 우습게 아는 연예기획사 대표 변미숙(나영희 분)의 반(反)갑질은 PD와 스타연예인 사이 변화된 힘겨루기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톱가수 신디(아이유 분)와 같이 활동하던 걸그룹 나머지 멤버 3명에 대한 기획사의 차별은 냉정한 ‘돈의 논리’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톱스타를 꿈꾸며 연습에 몰두하는 어린 걸그룹 지망생을 향해 변 대표가 야식자 색출령을 내리고, ‘꿈 깨고 집에 가라’는 신디의 일침은 연예계의 꿈과 허상을 동시에 담고 있다.

주인공 백승찬. 명문대를 나온, 또 고위공직자 집안 자제지만 예능국에선 ‘어리바리’ PD일 뿐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곧이 곧대로 살다간 망한다’는 ‘처세의 정치학’이 그에겐 갈등 유발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예능국 미생이다.

그럼에도 비뇨기과 의사인 매형과 사시준비생인 큰아들, KBS 예능국 PD가 된 둘째아들까지 ‘사’(士)자 반열이라며 아버지가 프로듀서가 아닌 ‘프로듀사’라 부르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공직자인 아버지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아파트 3채를 사들여 가세를 일으켰다는 대사는 우리 사회내 부(富) 축적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준다.

<프로듀사> 핵심은 차태현. 김수현 공효진과 함께 3대 캐스팅의 한 축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린 당시 배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박2일>를 연출했던 나영석 PD를 연상시키는 라준모 PD로 나온다. 그는 동기생인 <뮤직뱅크>의 탁 PD, <연예가중계> 조윤희와 3각 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 미생 신입 PD가 뛰어들면서 로맨틱 코미디로서 드라마 구성요인을 갖추어 가고 있다.

나영석을 겨냥한 <프로듀사> 전략은 한마디로 물량공세다. 4월 티저 공개후 KBS는 전례없는 홍보전을 펼쳐왔다. 틈만 나면 예고편을 때려댔다. 시청자들에게 ‘이런 데도 안 볼테냐’ 말하는 듯싶다.

리얼다큐와 개콘식 시트콤을 뛰어넘는 보편적 문화공감이 대박 조건

과연 첫 회부터 연예인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스타급 여배우들이 먼저 등장했다. KBS 예능에 출연중인 스타급 연예인들은 앞으로 모두 예비출연자다. KBS에서 프리를 선언한 예능대세 전현무도 3회에 등장했다. <프로듀사>는 까메오 출연자까지 ‘가장 많은 연예인들이 등장한 드라마’라는 진기록을 남길지도 모른다. KBS 예능국이 소재이니 극본료와 출연료 외에 딱히 큰 돈 들어갈 게 없는 ‘저예산드라마’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캐스팅과 제작진도 화려하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에다 ‘전지현의 남자’ 차태현, ‘흥행제조기’ 공효진이 빅3로 포진했다. 나아가 개콘의 신화 서수민 PD가 연출하고 역시 <별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듀사> 캐릭터들이 안착하는 흐름은 타고 있다. 시청률 10.3%(5월 16일, 닐슨코리아 기준) 역시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프로듀사> 반응은 아직 엇갈린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발연기, 로봇연기 일색이다’ ‘산만한 연출이 식상하다’고 한다. 초반에 등장인물이 많고 기본적인 설정도 복잡하다보니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별에서 온 그대>와 MBC <해를 품은 달>에서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의 ‘어리바리’ 연기마저 실망의 뭇매를 맞았다. 김수현 이전 캐릭터가 그만큼 강하다.

<프로듀사>는 어디까지나 KBS 예능국 내부 이야기다. 방송사와 연예계의 생리를 이해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초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 뻔한 이야기의 반복이자, 낯익은 연예인들이 중복 출연하는 ‘평범한 PD이야기’라 여겨질 수도 있다.

바로 예능국 연출자가 빠져들 오류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사실성과 디테일에 초점을 두고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다 정작 드라마 공감대를 상실할 수 있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다. 신선한 파격이라도 메인이 되면 모두 흔들린다. 디테일에 집착한 리얼다큐나 웃음과 재미만 중시한 시트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드라마의 ‘보편적 공감대’를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문화가 다른 중국시장을 겨냥했다면 <프로듀사> 같은 장르는 더욱 더 그렇지 않을까.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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