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맹모닝에 흔들하는 냉장고 부탁해 기사의 사진
jTBC의 3대 간판프로가 ‘맹모닝’ 한방에 흔들흔들

잘 나가던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맹모닝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첫 출연한 훈남 맹기용 셰프가 선보인 ‘맹모닝’이 최악의 요리였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9회 방송이 나간 6월 1일에도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맹셰프 하차 요구부터 시청거부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는 jTBC의 대표적인 간판 프로그램. <썰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함께 ‘3대 킬러콘텐츠’로 손꼽혀왔다. 15분이란 극히 짧은 제한시간내에 게스트 냉장고의 식재료만으로 훌륭한 호텔급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들의 신기명기는 안방을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맹세프의 출연은 이러한 상승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우호적이던 시청자들까지 듣기 거북할 정도의 혹평을 하더니 이젠 제작진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시간이 갈수록 삼성 가전제품 모델 경력을 들어 기괴한 ‘음모론’까지 튀어나왔다.

자존심 건 명셰프들의 전문 프로그램을 단순 쿡방예능으로 착각한 결과… PD등 제작진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까?

제작진은 <냉부>를 웃고 즐기는 예능프로라고만 본 것 같다. 요리를 통한 예능프로그램이니 맹셰프를 더욱 재미난 스토리를 만들어줄 충분한 ‘예능재료’라고 판단했다.

사실 맹셰프는 예능에 최적의 스펙을 갖추었다. 영화배우 빰치는 잘생긴 20대 훈남에다 H대 전자과 수석입학이란 학벌, 카이스트교수 부친과 박사학위 소지자인 모친, 폭넓은 인맥 등은 예능프로그램에 딱 맞아떨어지는 최고 출연자였다. 서글서글한 눈매에다 대학가 레스토랑 오너라는 점도 틀림없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함정은 여기 있었다. <냉부>는 방송가를 휩쓰는 다른 쿡방과는 다소 다르다. 셰프들이 단순히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방송포맷이 아니다. <냉부>는 명셰프와 멋진 레시피, 경연과 대결, 거기에 스타급 게스트가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또 ‘스타들의 냉장고는 과연 어떨까’하는 관음적 호기심은 이내 ‘나하고 별반 다를게 없네’라는 안도감으로 변한다. 이어 ‘우리 냉장고 재료로도 저런 멋진 요리를 만들 수 있겠네’라는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게도 한다.




최고의 요리실력이 생명력이나 20대 훈남 등 스펙을 앞세운 오류

김성주 정형돈, 두 MC가 만드는 케미는 정말 예상밖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MC의 진행은 요즘말대로 ‘꿀잼’을 만들어낸다. 예능이지만 경연에 들어가면 셰프들은 자신의 이름에 무섭게 자존심을 건다. 최현석과 이연복 셰프의 요리경연은 극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MC들조차도 두사람에 방해가 될까 말을 아낄 정도였다.

<냉부>의 생명력은 딱하나.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급 요리실력이다. 한정된 여건에서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요리를 선보인 셰프들은 당연히 명세프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냉부>는 분명 예능지만 최고 셰프들의 전문 프로다.

첫 출연한 맹셰프는 그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기본인 비린내조차 잡지못한 ‘맹모닝’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들은 시청자들의 실망감의 표출이다. 물론 리얼예능 첫 출연에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아쉽게도 맹셰프는 ‘최고’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4년이란 극히 짧은 세프 경력마저 자연히 여론의 도마위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냉부> 인기는 20~30대 젊은층에서 선풍적이었다. 맹셰프 방송 당일인 5월25일 4.28%(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실시간 시청률로만 단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젊은층이 많이 다운로드받아 다시보는 인기프로그램중의 하나다.

이번 사태는 시청률을 너무 의식한 PD등 제작진의 ‘과욕’이 빚은 참사가 아닐까. 지금 인터넷에서 제작진에 책임론이 쏟아지는 배경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배신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냉부>의 선택은 두가지, 맹모닝 넘는 최고실력 아니면 도중하차냐

예능프로에서 꼭 하나 짚고 가야할 하나. TV는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지만 어디까지나 편히 웃으면서 볼수 있는 장르가 예능프로, 그것도 리얼 버라이어티다. 결코 작위적이어서도 안될 뿐 아니라 한마디로 ‘잘난 척’ 해서도 더욱더 안된다.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시청자들은 안방에 편히 앉아 예능프로를 보고 휴식을 한다. 이 시간마저 시청자들이 스트레스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TV에 또 나보다 똑똑한 잘난 사람들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예능에선 오래전부터 금기사항이다. 맹세프의 스펙이 도리어 시청자들의 이러한 트라우마를 자극했던 것이 아닐까.

<냉부>에 쏟아지는 수많은 억측과 비난은 이같은 복잡한 상황들이 얼키고 설켜서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홍석천 김풍 외에 이연복이나 최현석,이원일, 박준우, 미카엘, 정창욱, 샘 킴이 누군지도 몰랐다. 지금도 학벌도 가문도, 심지어 경력이나 재력도 잘 모른다. 다만 그들에게서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셰프의 진정성을 발견했을 뿐이다.

<냉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른다. 맹셰프가 누구나 인정할 최고 요리를 보여주지 못하면 중도하차해야할 수 밖에 없다. 어느 게 약일지 독일지. 그 어느 쪽도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어느 쪽이든 한번 시청자 뇌리에 틀박힌 이미지는 무척 오래간다. 방송은 그래서 무섭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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