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9. 모퉁이에서 퍼지는 사랑의 공감 “변두리 멜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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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변두리 멜로’(작 박수진, 연출 허부영)가 짠한 공감의 사랑으로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흥행작가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박수진 작가는 영화로 성공하고, 연극으로는 ‘변두리멜로’를 들었다. 변두리 삶 끝자락에 피어나고 자라나는 싱싱한 멜로의 씨앗을 연출이 받아서 관객가슴에 심는다.

배신, 잔혹, 타락, 집착의 인간 내면 틈으로 얼굴을 넣고 칼날을 흔들어 대며 쟁취의 욕망을 뒤집어 쓴 채 최루탄을 쏘아대며 좌절과 몰락, 대립과 좌절의 막장으로 내몰려지는 인물들은 없다. 길모퉁이로 시민들이 걷고 살아가면서 마음으로 품고, 가슴으로 터트리는 사랑이다. 삶에 온기를 넣어주는 연탄 냄새를 담는다.

‘변두리 멜로’ 는 비정규직 은행원, 취업준비생, 보험외판원, 골목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황혼의 노부부, 졸부가 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변두리 사랑을 담는다. 모퉁이의 삶은 고단하고 애잔하다. 삶에 절박함에도 강한 사랑의 힘줄을 들어내고 피부로 품는다. 삶은 애잔하다. 애잔함으로 모아지고 가슴으로 묶어지는 공감의 사랑이다. 변두리멜로의 냄새를 현실로 강하게 피워 올린다. 소소한 삶 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고 강하게 자라난다.

변두리에서 올라오는 사랑과 공감의 향기는 강한 독성으로 심연을 잡아당긴다. 가슴을 쓸어 담으면서도 노점, 소상공인 문제, 비정규직, 실업과 취업, 서민대출 문제를 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과 정치의 체감온도를 애잔한 풍자를 섞는다. 변두리 멜로를 들고 살아가는 극중 인물들 삶은 고단하다. 사랑으로 공감하고 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삶의 애잔함 속에서 튀어 오르는 ‘변두리 멜로’는 극중 인물 7명이 사랑으로 연대하며, 온도를 높이고 강한 전류를 흘려보낸다. 전류는 이웃을 향하고 상처로 얼룩진 내면을 치유한다. 서민들 삶의 애환은 풍성한 사랑이야기로 버무려진다. 허부영 연출은 그들이 살아가는 애잔함에 공감의 사랑을 묶고서는 현실로 피어오르는 생명에 강한 사랑을 심는다. 살아가는 좁은 모퉁이에서 올라오는 멜로의 향기는 중심사회로 질주하는 내면의 멜로디다.

변두리의 삶과 멜로디

‘변두리 멜로’(대학로스타시티TM 소극장·5.21~6.20)가 올려지고 있는 극장은 120석 규모다. ‘메르스’(중동호훕기중후군)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데도 삶의 모퉁이에서 피어나는 변두리의 멜로를 보기위해 많은 관객이 무대를 향한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으로는 관객 반응이 좋다. 20대 후반의 젊은 층 관객들로 이중 50여명 이상이 여성 관객들이다. 웃음과 공감의 멜로로 무장한 독성은 공감의 심연을 끌어당긴다.

무대는 소박하다. 무대 장치는 장면전환이 속도 있게 전개 될 수 있도록 간소화게 세웠다. 무대의 벽면으로는 장면의 특징을 들어내고 전달 될 수 있도록 각 장면의 설정 배경들을 압축하고 활용하면서 장면전환이 속도를 내고 움직인다. 40년을 함께 살면서 노상에서 토스트 가게를 하는 노부부(이씨·김씨)를 통해 황혼의 애틋한 삶과 잔잔한 사랑을 힘 있게 그려나간다.

송대관, 태진아 트로트 멜로디들이 노부부의 삶을 경쾌하게 올려놓고 속도를 낸다. 네 박자, 차표 한장, 동반자, 노란손수건의 가사와 멜로디는 노부부의 인생을 하나로 묶고, 서민들의 삶과 인생을 올려놓는다. 변두리멜로는 달콤하게만 흐르지 않는다. 김씨는 품속에서 ‘서울시는 각성하라’ 적혀진 노란색현수막을 꺼내든다.

송대관을 사랑하는 이십일 세기 ‘로맨티스트’ 모임인 ‘송사리떼’ 회원인 김씨(정용철)는 숙원사업이 있다. 회원들은 첫째 셋째 수요일에 모여 ‘차표 한장’ 손에 들고 ‘서울특별시 도봉구 대과이동’ 이나 ‘도봉구 송대과이동’ 으로 주소지 이름을 바꿔달라고 외치는 일이다. 현실적인 삶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노란손수건을 들고 뽕짝을 사랑하려는 태세다. 서울특별시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 흐르는 현실주소다.

서민을 위한 정치와 정책의 체감 온도는 주소지를 바꿀 만큼 절박하다. 현실을 비틀고 웃음으로 꼬집는다. 이들의 희망 온도는 송대관, 태진아의 트로트 멜로디가 삶의 주소보다 희망으로 피부에 밀착된다. 극중 인물 김씨(장용철)는 암 덩어리가 온몸을 휘감고 있어도 부인 이씨에게는 털어놓지 않는다. 죽음의 공포, 삶의 절박함 보다 노래 동반자처럼 40년의 애틋함을 지켜내려는 김씨의 태도는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와 블루스의 곡들로 삶을 환치시키고 노랫말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진다. 현실은 압축된다.

황혼이혼 시대에 이 두 사람이 던지는 현실사이의 인생멜로는 이씨의 말과 김씨가 던지는 대화처럼 “사는 게요(사이) 왜 이렇게 뻐근할까요.”, “그렇게 뻐근한 게 그래도 나아(중략) 관절염으로 뻐근한 것보다는 낫다고.” 노부부는 서민들의 애환의 삶을 희망으로 받고, 김씨의 죽음은 소멸이 아닌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명의 욕망이다. 배우 정용철은 극중 인물 김씨의 고단한 내면의 마음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극 주제와 인물의 균형을 잡는다.

은행에 계약직으로 취업한 병진을 통해서는 비정규직 문제, 서민사회의 남루하고 절박함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 담아내는 속도에 웃음 넣으면서도 현실감을 유지한다. 박봉으로 고단한 삶이고, 시안폭탄 같은 사회적 문제를 도려내고 그려 넣는다. 혜은의 삶의 그림자는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를 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높은 취업문턱을 들어올린다. 계약직 사원에 돈 없고, 가난한 삶의 병진이지만 두 사람이 마음으로 품는 사랑의 태도에서는 절망이 희망의 온도로써 따뜻한 마음의 연대, 공감의 사랑을 그린다.

은행 출장소 장면에서는 서민대출의 현실성을 그대로 투영한다. 현실사회에 쏟아지는 일반대출, 주택대출 등 시민사회로 쏟아지는 대출관련 상품들을 통해 사회대출제도의 모순성에 시선을 든다. 극중 인물 정인과 월하, 덕자로 이어지는 관계설정은 ‘변두리 멜로’의 종점을 이룬다.

돈을 모아서 빌딩을 사고 재력가가 된 정인(설재영)은 자본주의 욕망을 그대로 들어낸다.

작가는 정인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와 서민사회의 공감의 연대를 시도한다. 이혼 후 보험 설계사로 살아가는 월하(황지영)에게 멜로의 시선을 묶음으로써 내면의 화해를 시도한다. 자본의 부를 이룬 정인에게 서민들 삶 현실의 그림자를 비춘다. 수백억을 소유한 정인에게 천원의 소중함을 집어넣고, 지하철 풍경을 통해 시민사회의 고단함을 투영한다.

월하를 통해 갈라진 사랑의 내면은 회복되고, 새 살로 돋아난 삶의 욕망은 재산 50억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현실사회에 사랑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현대사회를 희망 있는 태도로 바라본다. 삶의 경계에서 들어 올려지는 애환은, 사랑을 통해 회복되는 내면의 치유다. 연대하는 사랑의 공감이 ‘변두리멜로’의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변두리멜로’는 배우들이 끌고 가는 속도가 중요하다. 배우들 역할이 중요한 무대에서 7명의 배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두리멜로’의 생명력을 강하게 품는다. 특히 ‘강당’ 장면에서 보험 왕이 된 월하가 ‘특강 2/4분기 보험 판매 왕 정월하. 네 꿈을 펼쳐라’ 독백장면에서 배우 황지영은 아이 4살 때 남편을 잃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중 인물의 세 가지의 삶(배우를 꿈꾸는 월하, 배우인 월하, 보험설계사 월하)을 속도감 있게 표현하면서 극을 경쾌하게 올려놓는다.

배우 장용철은 무대에서 들어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 애쓰지 않음의 연기가 오히려 무대에서 강한 존재성을 심어주고 있다. 가벼워 질수 있는 극의 무게중심축을 노련하게 유지한다.

이번 ‘변두리멜로’을 통해 작가 박수진은 현실의 삶, 변두리에 머물고 있는 서민들의 애잔함 속에 현실을 조롱하고 웃음의 풍자로 극을 묶는다. 극단 ‘플라잉트리’를 이끌고 있는 허부영 연출은 변두리에서 올려지는 연대적 사랑을 품는다. 이웃이 울면 같이 울고,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절망하면 함께 아파한다. 서민들 삶의 갈라진 내면을 손질하고 희망과 공감의 사랑으로 ‘변두리 멜로’를 바라본다. 특히, 각 장면마다 삶과 인생을 관통하는 음악을 설정함으로써 흐트러지는 극의 시선을 단단하게 잡아간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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