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10. 고립의 사회, 박근형의 ‘히키코모리’ 구출작전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박근형 연출이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두산아트센터 Space111 5.26~6.20)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연출은 사회적인 질서와 현실 세계를 차단한 채 자신내면의 세계만을 어루만지며 사회, 가족, 인간질서의 소통을 거부하는 ‘히키코모리’들의 내면을 추격한다. 현실세계와 소통의 통로를 연결하려는 구출작전이 흥미롭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이와이 히테토·)의 작품으로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히키코모리들의 삶을 다룬다. 이들은 철저하게 외부세계를 차단하고 단절한다.

박근형의 추격전은 ‘고립의 사회’를 형성 시킨다. 고립된 삶의 안과 현실 밖 경계의 차이에 모호함을 세운다. 살아갈만한 차이 없는 현실사회를 투영한다. 그들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질문에는 학교와 사회적 왕따, 폭력적 시선과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정상과 비정상인의 경계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박근형 연출의 ‘히키코모리’ 구출작전은 그동안 선보여온 문제작들에 비해 표현은 점잖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게 응집된다. 특유의 웃음코드의 전류는 극 속에 강하게 스며든다. 이번 작품은 차분한 시선으로 운둔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현실세계와 통로를 연결하려는 구출작전이 흥미롭다.

20년 동안 방안에만 틀어 박혀서 현실의 소통을 거부 한 채 살아가는 카즈오(이남희 분)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 쌓여 20년 삶의 현실은 그대로 피부에 박혀진다. 그의 유일한 대화상대는 엄마인 요시코(김혜강 분)다. 배우 김혜강은 정갈한 일본사회의 노모의 외형과 내면을 침작하게 표현해 낸다.

현실의 삶으로 들어가려하는 인물의 내면의 욕망은 피부로 전이되지 못한 채 쓰레기로 더미로 20년 세월이 멈추어 선다. 쓰레기는 사회구조의 현실을 그대로 상징하고 희화적으로 압축한다. 삶의 욕망이고, 현실 속으로 들어가려는 강렬한 내면의 욕망이다. 그러나 현실의 껍질 까지 몸으로 체득하고 흡수해 현실로 배설해 내지 못한 카즈오는 철저하게 고립되고 단절된 삶이다. 20년이 흘러도 그가 바라보는 사회현실은 홀로 고립된 삶이 행복한 현실세계다.

카즈오에게 타자와의 비 소통적 관계는 현실의 거부성으로 들어난다. 유일하게 소통을 시도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내면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머리를 깎는 행동’ 이다. 현실을 향해 걸어보려는 잠재된 내면을 보인다. 인간의 육체에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안긴다. 연출은 현실에 고립되어 있는 한 인간을 희화적으로 유쾌하게 낚아 올린다.

쓰레기에 둘러싸인 그는 “세상과 어우러지려는 중” 이라고 말하고 상담원 구로키는“ 좀 더 쉽게 어우러지는 방법도 있을 거 같은데..”라고 말을 하지만 카즈오는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카즈오는 ‘모리타(최광일 분) 와의 ‘현실적응훈련’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와 외형성은 정상인 보다 더 정상적인 태도를 보인다.

카즈오 역을 맡은 배우 이남희는 20년의 고립의 침묵을 언어의 분절성으로 설정하면서 마치, 말에 서투른 청소년이 우리말을 익히듯 묘한 캐릭터를 설정해 장면을 극대화 시킨다. 이남희가 표현하는 유괘함은 우울함으로, 우울함은 고립의 내면성으로 인물구축을 만들고 극 흐름을 강하게 잡아 선다.

작가는 비정상적인 현실세계를 “개구리왕눈이” 스파게티로 설정해 희·비극적으로 끼워 넣고, 사회제도의 구조적 모순성에 대해 비튼다. 개구리왕눈이 스파게티가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정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과 현실의 온도는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세계다. 카즈오의 죽음은 살아가는 삶보다 행복한 평온함이다.

사회적인 폭력성, 모순된 사회질서, 비정상적인 현실성, 국가정책의 모호성, 냉혹한 자본의 삶에서 더욱 인간은 왜소해 진다. 현실의 삶보다는 안의 혼자의 삶이 평온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피부로 전이되는 현실의 온도는 냉혹하다. 사회제도의 불안전성,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폭력적 시선을 모리타의 기억에 함몰시켜 강렬하게 집어넣는다. 사회적 폭력성이 모리타 기억의 내면에서 도려내지 못할 때 안과 밖의 차이의 경계는 모호해 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즈오의 죽음 뒤, 연출은 간결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무대를 채워 넣는다. 모리타 내면에서 도려내고 잘려나가지 못한 사회적 불안감, 공포, 폭력성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좋은 것” 이라고 얘기 할 수 있을까?

연출의 간결함을 배우의 연륜 있는 기량으로 탁월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배우(이남희, 강지은, 배수백, 황정민, 윤상화, 최광일, 김혜강, 박주용, 김동원, 심재현)은 연출이 그려내는 작품 속도에 균형성을 유지한다.

극단 골목길은 진실의 왜곡됨을 극의 축약과 비약을 통해 연극적인 요소를 만들고, 과장과 비 논리성으로 독특한 연극문법의 질서를 회복한다. 배우내면을 막장으로 밀어 넣고 끌어당기면서 연기와 극적 구조는 강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초현실적으로 흔들어대는 극적구도의 뒤 섞임은 시·공간을 초월하면서 연극적 재미와 대중성까지 끌어안는다. 현실을 마주하는 시선은 연극적 기발함으로 절정을 이루고, 현실로 올라온 작품은 습함과 인간 내면의 비열함이 섞이면서 절정을 이룬다. 축약과 비약, 과장과 비 논리성으로 극을 전복시켜 묘한 연극적 질서를 형성 시킨다. 박근형 연극의 힘은, 질서를 이룰 수 없는 것들을 모아놓고 질서를 만들고 진실을 형성하는데 있다.

서툼, 날것, 괴기함, 습함과 남루함, 현실과 역사의 몰락과 융합되는 삶과 인간내면의 막장성은 배우 내면의 끝으로 밀고 그 속에 함몰되어 있는 진실성을 들어 올릴 때 극단 골목길 이름표는 확고해 진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 평론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