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무 것도 모르는’ 1번 환자 어떡하죠 기사의 사진
지난달 10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국민일보 DB
국내에서 첫 번째로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A씨(68)의 완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격리병동에 입원한 지 40일 만입니다. 메르스에서 ‘완치’ 됐을 뿐 퇴원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후유증 때문이죠. A씨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바로 ‘메르스 1번 환자’라는 낙인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A씨는 5차례에 걸친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고 지난달 29일 오후 일반병실로 이동했습니다. A씨는 아직 대소변을 가릴 수도, 식사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폐렴이 남아있고, 오래 누워있어 욕창까지 생겼습니다. 그래도 발병 초기에는 정신이 혼미했는데 지금은 글을 써서 의사소통 할 정도로 회복됐다고 하는군요.

A씨의 완치 소식에 네티즌들은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반면 눈을 의심케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메르스를 퍼뜨린 장본인이라는 원망의 목소리였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플들도 보입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1번 환자 완치됐다니까 댓글들이 살벌하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일명 ‘슈퍼 전파자’로 불렸던 14번 환자는 TV에 나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며 “저렇게 많이 감염 시킨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후 누군가에게 진실을 들었고, 14번 환자는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메르스 사태는 물론 본인이 바이러스 유입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든요. 의료진은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 A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당사자는 상상도 못할 겁니다.

메르스 사태 초기 질병 당국은 1번 환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다고 말하지 않아 대처가 늦었다고 발표했습니다. A씨를 향한 따가운 시선에는 ‘거짓말쟁이’ 이미지도 영향을 미쳤겠죠. 하지만 의료진은 A씨가 방문 지역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게 고의가 아닐 거라고 했습니다. 병원에 왔을 때 호흡 곤란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면서요.

A씨가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병동에 입원한 건 5월 20일. 고열과 기침 증상이 시작 된 지 9일 만이었습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습니다. 5월 17일 방문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메르스를 의심했지만 질병당국은 검사를 거부했습니다. A씨가 머물렀던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죠. 병원 측이 계속해서 검사를 요청하자 질병 당국은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지라”는 단서까지 달았다고 전해집니다.

A씨의 주치의인 조준성 호흡기센터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이라고 질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겠나. 그도 치료받아야 할 환자일 뿐”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A씨는 기관지 내시경으로 매일 가래를 뽑아내며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한때 인공호흡기를 달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기도 했죠. 그런 A씨를 만나 “당신이 메르스에 감염돼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A씨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