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인왕산에 쓴 구호 '동아청년단결' 사진 발굴 기사의 사진
일제강점기에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한 인왕산 바위에 ‘동아청년단결(東亞靑年團結)’이라는 구호를 새긴 사진이 발굴됐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인왕산 바위에 글씨가 새겨졌다는 기록은 있으나 실제 사진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2일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리원판목록집 5권’(2001년 발간)에서 이 사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인왕산 봉우리 아래 병풍처럼 둘러쳐진 병풍바위를 찍은 유리원판 사진에는 황기 2599년(1939) 9월 16일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가 행서체로 썼다는 기록과 함께 구호 ‘동아청년단결’이 선명하게 나와 있다. 당시 경성에서 대일본청년단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기념해 구호를 새긴 것이다. 매일신보는 “9월 17일 천추에 빛날 각자(刻字) 기공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구호 왼쪽에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장 시오바라 도키사부로(?原時三郞)가 같은 날짜에 천황에 대한 맹서를 적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바위 글씨를 새긴 이는 스즈키 긴지로(鈴木銀次郞)로 금강산 구룡폭 암벽에 구한말 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이 쓴 19m짜리 글씨 ‘미륵불’(1919)을 새긴 조각 기술자였다.

이 글씨들은 광복 후 바위를 쪼아 전부 지웠으나 자국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태다. 이 교수는 “인왕산은 한양 도성의 우백호(右白虎)에 해당되는 서산(西山)”이라며 “일제가 조선왕조의 상징과 위엄을 경멸하고 자연을 훼손한 만행이자 아픈 역사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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