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문화비평]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스테디셀러 기사의 사진
사진=tvN ‘삼시세끼’ 공식 페이스북 캡처
불금대박을 터뜨린 KBS 토일드라마, 프로듀사 시즌2 나오나

금토 드라마 KBS 2TV의 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서수민, 극본 박지은) 바람은 거셌다. KBS 제작국 총역량을 쏟아부은 조직적 집념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불모지였던 금요일에 드라마를 한다는 새로운 ‘금토’ 드라마블록도 만들어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무려 1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요즘 죽을 쑤는 월화, 수금, 주말 드라마시장을 감안하면 KBS로선 엄청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한류스타 김수현 마케팅도 적중했다. 완판 방송광고는 물론 간접광고(PPL)에다 국내외 콘텐츠수익이 수백억대라니 수익면에서도 보기 드문 초대박 작품이었다. 요즘도 KBS 옆 오피스텔 식당가에서 프로듀사 이야기만 나오면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심지어 고스톱판의 ‘1타4피’ 같다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나온다. 애국가 시청률을 못벗어나는 다른 프로그램 PD들조차 폭소를 금치 못한다.

지상파 드라마경쟁은 대표적인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작동한다. 드라마 편성시간을 둘러싼 지상파간 경쟁으로 ‘같은 방송쟁이’란 동업의식이 사라진지 오래다. 프로듀사는 타지상파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사정없이 초토화시켰다. 심지어 토요일 KBS 1TV 징비록 시청률을 갉아 먹는 것 아니냐는 내부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tvN의 삼시세끼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KBS가 ‘나영석 죽이기’에 나섰다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나영석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즌2 정선편 역시 프로듀사처럼 시끌벅적하지도 않았다. 출연료나 제작비도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삼시세끼는 더욱 입소문을 탔다. 나PD가 백상예술대상 수상 후 소감에서 ‘프로듀사 보시다 지루해지면 삼시세끼를 시청해달라’는 애교어린 읍소가 통했던 걸까.

‘나영석죽이기’ 실패 아닌 불금대박 확인한 윈윈게임

‘나영석 죽이기’는 연예부 기자들이 지어낸 말이다. 실제로 프로듀사는 나영석을 겨냥했다. 프로듀사 기획단계부터 ‘나영석의 불금독주를 브레이크 걸만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강한 경쟁의식이 다분했다. 그런 탓에 프로듀사 곳곳에 나영석PD의 실명이 나오거나 아쉬움과 부러움, 때로는 강한 견제심리가 드러났다. 12회 종영후 스페셜 타이틀을 달고 90분물 무성의하게 요약본 재방송을 내보내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정말 나영석 죽이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프로듀사는 12부작으로 종영했다. 18부작 이상 갈 것이란 당초 예상보다 비교적 짧게 마무리됐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예능국 에피소드 중심의 시나리오는 소재발굴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12회 종영은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프로듀사 시즌2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프로듀사가 끝난후 불금부터 주말까지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예능프로만이 대박을 친다. 시청률이 대변한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10% 아래 주말드라마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KBS 야심작인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10%대를 기록하지만 정도전에 비하면 저조하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 ‘습관적 시청자’로 이 정도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로듀사는 끝났지만 삼시세끼는 건재하다. 1회분 방송이 7%대로 산뜻하게 출발하더니 톱스타 박신혜가 출연한 5월 29일 2회분에서는 8.24%로 훌쩍 올라섰다. 지난 6월 26일 7회분은 무려 10.5%를 찍었다. 물론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한 어촌편이 방송된 지난 2월 20일 13.3%에 비교하면 다소 낮지만 프로듀사의 파상공세를 감안하면 케이블방송으로는 진기록에 속한다.

결과만 보면 삼시세끼가 프로듀사의 ‘시청률 후원’을 받지 않았나 싶다. 삼시세끼를 견제한 드라마 프로듀사가 오히려 삼시세끼를 홍보해준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는 단시간에 대박을 낸다. 반면 스테디셀러는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많이 팔린다. 프로듀사가 KBS의 베스트셀러였다면 삼시세끼는 스테디셀러다.

시청자의 내면갈망을 끄집어내는 연출력이 스테디셀러화의 원천

삼시세끼는 시청자들의 내면 갈망이 녹아있다. ‘느림의 미학’도 있다. 여유가 있고 힐링도 존재한다. 결코 조미료 같이 인위적인 맛을 내지 않는다. 카메라 앵글만 돌면 180도 달라지는 ‘방송꾼’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방송사고에 해당하는 미스장면들이 더욱 인간적이고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채널만 돌리면 넘쳐나는 오버와 가식을 삼시세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꽃보다~에 이어 삼시세끼 시리즈는 나영석 PD의 대표 브랜드다. 프로듀사에서 주인공 라준모 PD(차태현 분)가 말한다. ‘삼시세끼 밥먹는거? 그거 되겠어?’ 시청자들도 맨 처음 그러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다보니 삼시세끼 먹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먹고산다는 것을 너무 소홀하게 보았다는 자성도 생겼다. 삼시세끼에는 이같이 고단한 일상을 탈출하려는 본능적 외침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내 자신’의 스토리라고 감정이입한다. 이것이 바로 꽃보다~와 삼시세끼 등 나영석 PD의 브랜드 프로그램을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원천이다.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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