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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교회 개척한 대한성공회 ‘길 찾는 교회’ 민김종훈 신부

[인터뷰]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교회 개척한 대한성공회 ‘길 찾는 교회’ 민김종훈 신부 기사의 사진
자캐오 신부
민김종훈(41·세례명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가 매주 예배를 이끄는 ‘길 찾는 교회’는 파격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실험적 교회다. 기성교회와 달리 담임목회자가 없고 교회 건물이 없다. 예배에 설교도 없다. 대신 묵상과 성도 간 나눔이 예배 순서에 들어간다.

교회 구성원 30여명의 성향도 다양하다. 하나님을 믿으나 제도권 교회에 실망해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일명 ‘가나안 성도’가 대다수지만 성당이나 다른 교회를 같이 다니는 ‘이중 교적자’나 교회를 처음 찾는 사람도 꽤 된다. 이들 중 성소수자도 있다. 기존 교회 문화를 거부하거나 거기에 녹아들기 어려운 이들이 모인 셈이다.

“전 가나안 성도를 ‘길 위의 순례자’라 불러요. ‘기성교회에 갇힌 하나님’이 아니라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란 의미에서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우리 교회는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세운 교회는 아니에요. 그저 양극화된 세상에서 공의를 선포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매주 묵상하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보시면 됩니다.”

가난과 차별로 사회에서 소외된 자를 돕기 위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 민김 신부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의다. 성경이 증언하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사랑을 실천하는 ‘예수의 청지기’라는 것이다. 3년 전 민김 신부는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속속 그에게 모여들었다. 이 때 시작한 SNS 모임은 오프라인 독서토론 모임으로, 나아가 예배 모임으로 발전했다.

2013년 12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로부터 교회 개척 승인을 받은 그는 지난해 1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에서 길찾는교회 첫 예배를 드렸다. 그는 이때 교회 담임목회자가 아닌 공동기획자로서 2가지 강령을 세웠다. 하나는 세계성공회의 장점과 특징을 맛볼 수 있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가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 및 사람들과 정직한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현 교회가 수용할 수 없는 ‘교회 밖 사람들’이 교회 문을 두드렸다.

“원래 젊은 그리스도인과 소통하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게 목표였어요. 하지만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성교회에서 상처받은 이들, 가난 등으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 갈 곳 없는 성소수자들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교회’가 됐습니다. 성도들과 우정을 맺으면서 북아현동 철거현장이나 성소수자 인권운동에도 참여하게 됐고요.”

현재 대한성공회는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일부 국가에 성소수자 사제가 있지만 성소수자 문제는 전 세계 성공회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운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민김 신부는 ‘성소수자 세례’ 등 한국 교회 풍토에서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그가 성소수자 사역을 펼치는 건 사회적 소수자를 돕고 이들과 연대하는 게 교회의 본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는 사회적 약자를 편드시는 분이 하나님이라 믿어요. 그 마음이 담긴 게 성경이고, 이를 실천하는 도구가 기독교인인거죠. 저와 성도 역시 하나님을 따라 ‘약자 편드는 신앙인’으로 계속 사려고 해요. 이런 신앙 고백을 하고 순례를 하다보면 낯선 길이나 사람도 많이 만날 것입니다. 하지만 길 위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회 공동체가 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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