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14. 불편함의 진실, 김수정 연출 ‘인간동물원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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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간동물원초>는 극단 <신세계>(7.9~7.19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가 손창섭의 단편소설을 김수정 연출이 각색해서 올린 작품이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동인 6기다. 연극무대로는 다루기에는 불편할 수 있는 주제들을 <극단 신세계>의 표현 방식으로 무장한다. 여자 연출가지만, 숨김이 없다. <인간동물원초>는 욕설, 난폭함과 폭력성, 성적욕망의 가학성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강렬함을 시도한다.

김수정 연출은 <창작집단 툭>(2010~2014)으로 출발했다. 대학에서는 무용을 했고, 대학원에서는 연기·연출을 전공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연출 작업 초반은 연극 형식의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연출을 보이면서 젊고, 역동적인 연극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용과 연극의 형식을 결합한 작품을 선 보였고 ‘협동조합극’을 표방하면서 공동체 연극으로 생산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다.

창작집단은 공동체 정신으로 연극성을 무장하고 파격과 실험성으로 연극을 드러낸다. 그 집단의 연극열정의 에너지들은 배우들의 공동체 정서로 무장되었을 때 연출의 실험성은 강한 화학반응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들어 올린다’는 것은, 연출의도와 창작집단이 공감대가 형성되고 추구하는 연극적 방향과 목표가 작품으로 강렬하게 흡수 됐을 때 공감을 얻는다. 의도와 실험성만 공존하고 작품의 난해함과 거추장스러움으로 덥혀진 연극형식은 무대에서 무기력해지고 생명력은 소멸된 죽은 연극이다. 공동체적인 연극의 질서는 파격과 실험성 그리고 배우들의 공감적 에너지들이 무대바닥 표면과 연극의 공간으로 밀착되어 응집됐을 때 발견될 수 있다.

‘창작집단 툭’으로 활동을 하면서 납량무용극 <귀신의 집>(2010), 협동조합극 <우리동네, 미쓰리>(2012),무용극<로미오와줄리엣>(2012),<나무빼밀리로망스>(2013),<안전가족>(2015), <그러므로, 포르노>(2015) 등을 선보였다. <창작집단 툭>의 활동은 무용과 연극의 결합이라는 연극창작의 목표를 갖고 작품을 생산적으로 표현해왔다. 신체언어, 이미지를 결합하고, 배우들의 공동체 정신과 집단성 등으로 무장해 도전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기존 연극형식을 탈피하려는 연출의 도전과정은 독창적인 시선으로 현실세계를 바라보고 그 틈으로 보이지 않는 불편함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작품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자신만의 연출방식의 틀을 세우려는 형식탈피의 연속된 연극 실험을 하고 있다.

연출은 “제가 불편한 작품들을 많이 해요. 연극을 통해 어떻게 말해야 하고 연극만이 전달할 수 방법은 무엇인지 늘 생각하죠. 듣고, 보는 것에 불편함을 꺼내 그 안에서 인간의 진실성을 들려다보고 싶어요. 연극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답고, 웃고, 우는 연극은 많잖아요. TV와 영화 와 연극은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그 차이의 진실성을 연극적 언어로 말하려하는 겁니다. 불편함과 배우들의 날것을 그대로 전달해 진실을 바라보고 싶은 거죠”

연극, <그러므로, 포르노>, <인간동물원초> 두 작품은 ‘불편함’의 연극이다. 연출의 색깔을 강하게 들어낸다. 일상에서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말들과 소재들이 섞이고 난무한다. 보는 것만으로 낯 뜨거워 질수 있고, 거북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 깊숙함에서 올라오는 인간 날것들이 강렬하게 표출된다. 과격, 욕의 난무함, 거친 욕설, 낯 뜨거움이다. 김수정은 인간 내면의 거추장스러움을 걷어내면서 인간 밑바닥에서 진실성을 들어 올린다. 깊숙한 심연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는 진실성은 흙탕물로 인간내면을 허우적거리고, 그 속으로 올라오는 욕망은 사악한 인간의 내면세계다. 연출은 이 흙탕물로 가라앉은 진실성을 걷어 올린다. 노골적인대사, 소재의 강렬함, 배우들의 역동적 난투와, 노골적인 비약으로 연극을 극대화 시킨다. 여자 연출로서는 들추어내고 만지작거리기 쉽지 않는 노골적인 작품을 들고, 뻔뻔스러움으로 <극단 신세계>의 연극적 색깔을 만든다.

배우들은 투박하고 거칠고, 강한 열정의 에너지로 무대를 흡수하면서 등장인물 가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연극적 형식의 투박함이 배우들의 날것으로 묶여져 묘한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김수정 연출은 뻔뻔스러움을 들고 배우들의 날것으로 인간진실성을 끌어 올린다.

가면을 지우고 그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맨 얼굴을 들여다본다. 인간 내면의 거침, 과격함, 폭력성의 불편함속에서 쪼개지고 갈라지는 인간을 통해 진실성은 숨을 쉬면서 얼굴을 내민다. 불편함은 익숙함으로 바뀌어 진다.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전달되는 것은 인간내면의 본성에 웅크리고 있는 타자의 동일한 내면성의 존재다. 익숙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동일화된 내면성이 인간욕망의 표피에 전이됐기 때문이다.

김수정 연출은 현실세계에서 익숙함으로 감추어진 인간의 진실성을 들어내고 들추어내면서 냉소적인 시선으로 현실의 틈새를 바라본다. 연출이 이끄는 <극단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 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나고 싶은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이 시대가 불편해 하는 진실들을 공연을 통해 자유롭게 하고자 합니다”라고 불편함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불편함의 진실 찾기와 배우들 역동성의 섞임 ‘인간동물원초’

<인간동물원초> 무대는 동굴 같은 감방 안이다. 십 여명의 인간 동물들이 앉아있다. 간수의 통제를 받고 있는 죄수들에게 허용된 일은 창살 사이로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다. 90석 규모의 소극장(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안에서 움직이는 극단신세계 배우들은 인간의 내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너덜너덜해 진 인간욕망의 막장만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무대를 열정의 온도로 채워 넣는다. 좁은 창살 밖은 절망적인 인간 동물이 현실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세계다. 감옥은 사악한 인간의 욕망만 존재한다. 인간 동물의 세계는 인간보다 더 치열하다. 현실보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질서가 존재한다. 권력구조(죄수)에는 집단적 순응성만 들어나고, 저항은 무기력함으로 삶의 방식에 탑승한다.

인간 동물들이 살아가는 질서에도 권력의 대립과 독선, 지배권력, 폭력의 난무함이 펼쳐진다. 인간본성의 욕망만이 꿈틀대는 맹수 같은 인간 동물들이 그려진다. <인간동물원초> 세계는 절대권력 간수(이형구)에게 무기력함만을 들어내고 권력의 폭력성에 인간은 다른 권력지배구조에 탑승하려는 암투와 대립, 습한 삶의 생존방식만이 존재한다.

<인간동물원초>는 관객들을 동물원으로 향하는 사파리버스에 탑승시키고 인간 야생의 사악함과 거친 욕망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인간 동물 감옥으로 여행을 떠난다. 인간 동물원 사파리 여행에는 세 가지의 시선이 있다. 극의 인간 동물들의 삶을 따라가며 장면의 특수함과 행동들을 설명해 주는 나레이터(김평조)의 시선과, 인간 동물들이 사는 세계의 절대 권력자인 간수(이형구)가 감옥 죄수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관객시선이다.

절대 권력에는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 동물들. 그들만의 세계에도 서열싸움, 권력쟁취의 난투극이 벌어진다. 완장을 두르기 위한 권력의 대립, 타락한 인간의 욕망, 삶의 무기력은 절대 권력의 순응으로만 존재된다. 복종, 욕, 구타, 변태적 인간의 욕망, 무기력, 배설, 인간내면의 남루함과 비굴함이 섞여진다. 좁은 소극장 무대를 배우들의 날것의 생명력으로 채워 넣는다. 거칠고, 투박하고, 배우 공동체적인 날것의 에너지들은 배우들의 거침없는 속도전으로 연극, <인간동물원초>를 더욱 야생연극으로 몰아넣는다.

삶의 폐허에 통역관(조영우)는 “약자는 언제나 이렇게 하늘만 사모하다가 죽는 법입니다.”라고 말한다. 강자만이 철저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 동물의 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세계를 마주한다. 유일하게 현실과 연결된 통로인 창문은 희망공간이다. 동물의 탈의 벗고 현실의 질서가 공존하는 이상의 세계다. 이들에게는 그들 창문을 넘어서려는 의지는 없다. 절망과 무기력함만 숨을 쉰다. 철창은 두터운 인간 동물의 피부를 둘러싸고 있는 지배 권력이다. 난폭한 폭력으로 질서는 일원화 되고, 자율성은 훼손되고 제한된다. 철장 안에 갇힌 인간 동물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감옥(절대권력)이고 극중 인물 간수는 삶의 지배 권력이다.

인간 동물들은 보이지 않는 절대 권력과 지배 권력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기형화된 권력을 형성한다. 인간 동물들이 살아가는 감옥 안의 권력자는 방장(박준영)이다. 이 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질서에 대립되는 극중 인물 주사장(김형준)은 변형된 권력문화를 형성한다. 이 두 극중 인물의 대립과 갈등이 연극을 긴장감 있는 온도로 유지한다.

연출은 인간 동물의 세계에 대립할 수 없는 “순응정신”을 틈으로 밀어 넣는다. 인간 동물들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순응적 인간만이 존재하고 살아남는 방식이다. 폭력으로 길들려진 인간 동물들의 저항성은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다. 세 명의 인간 동물 유형을 채워 넣는다. 핑핑이(문지홍·동성애자)는 권력에 순응적인 인간 동물유형이다. 주사장과 방장의 감옥권력쟁취의 대립에서도 방장(유지권력)에 편승하면서 양면의 욕망과 내면을 들어낸다.

이들 세계로 들어서는 죄수들의 입소 방식은 ‘벗겨진 엉덩이로 이름쓰기’다. 인간의 추악함과 거친 욕망으로 인간의 가면은 벗겨지고 뒤틀린 욕망만이 파편화 된다. 욕설, 가학적 폭력, 변태적 욕망, 노골적인 대사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불편해 진다.

단순절도범 말보루(김정화)는 강한 저항으로 주사장의 성적욕망을 거부한다. 방장과 주사장의 말보루 쟁탈전은 내면의 폭력적 전류를 들어낸 주사장이 차지한다. 말보루가 입소하면서 잔혹한 난폭성(성적욕망, 폭력성)으로 극의 진행 온도는 강하게 올라간다.

폭력의 잔혹성은 권력의 편승과 삶의 무기력함으로 들어난다. 공감의 사회, 협동과 인간의 사회적 질서의 삶의 방식은 없다. 자신을 쟁취한 권력에 순응 할 수밖에 없는 말보루의 강한 저항정신도 살아가기 위한 생존방식으로 우회하면서 무너진다. 생존방식은 유동적 절대권력(주사장)에 붙어서 살아가는 것이다. 생존의 추악함은 소매치기(나경호)가 입소하면서 변화된다. 인간 동물들이 살아가는 감옥안의 기형화된 성적욕망은 권력의 대립으로 난잡함을 보인다. 인간 동물의 추악한 세계다.

소매치기(나경호)는 추악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초월한다. 주사장은 입소한 소매치기(나경호)를 애인으로 차지하기 위해 방장과 권력쟁취의 대립을 보인다. 주사장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말보루 내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욕망의 빛은 습함과 추악함만이 들어난다. 소매치기는 두 유동적 권력(방장·주사장)에 편승한다.

5막에서의 주사장의 ‘죽음’은 권력의 소멸이 아닌 기형화된 권력의 생성이다. 주사장의 죽음으로 간수(절대권력)의 폭력성은 ‘죽은 주사장의 몸을 발로 차는 행위’로 폭력적 가학성으로 잔혹해지고 인간은 쓰레기로, 동물로 비유된다. 방장의 무기력한 저항성은 간수의 가혹한 폭력으로 생명은 소멸되고, 폭력으로 길들여진 인간 동물의 세계는 절망만이 공존하는 세계다. 통역관(조영우)는 “어느새 오늘도 날이 샜구나” 한다. 삶의 희망과 절망에 교차된 시선이다.

인간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두 권력이 소멸하면서 다른 지배 권력이 형성된다. 인간은 무기력함으로 기형화된 삶의 방식에 순응된다. 그러나 극의 마지막에 극중 인물 생선(홍승안)이 말보루 에게 손을 대자 ‘똥통’을 들고 인간 동물들을 향해 “죽인다, 죽여 버릴거야! 건드리면 죽여 버린다”라고 말하는 극중 인물 말보루의 저항적 내면성에 연출은 인간 동물에 ‘탈’ 벗기기를 시도한다. 극중 인물 통역관을 통해 온전한 인간 삶으로 도피하려는 꿈틀거리는 내면을 틈에 삽입한다.

인간 동물들이 살아가는 절망의 사회를 도려내고, 현실세계로 이어지는 희망의 통로를 연결한다. 통역관의 습관적 태도 (다른 죄수들과는 다르게 바지를 벗어던지고 자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설정한다. 기존 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려는 반복적 신호를 보내고, 쓰러져 있는 인간의 내면을 일으켜 세우려는 전류를 보낸다. 극중 인물의 절망성을 도려내는 장면에서  코코어’의 노래 ‘방랑자’ 가사 “피 묻은 두 손을 말없이 흐르는 냇물에 씻고, 차가운 바람에 더운 머리를 식힌다. 어느 새 시간은 저만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길을 잃은 마음은 너무나 자유로운 걸~”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적으로 영혼에 부착시키고 인간 동물들 삶의 절규를 유쾌한 흐름으로 전환시킨다. 이번 <인간동물원초>는 거친 비약의 상징성과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들이 살아가는 인간 동물 현실세상은 잔혹한 난투극과 가학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세계다. 인간은 폭력성에 순응하고 개인의 자율성은 훼손된다. 내면의 저항성은 살아가는 방식으로 온도를 유지한다. 쌓여지는 무력함은 절망의 세계다.

김수정 연출과 <극단 신세계> 배우

배우들의 강한 에너지들은 작품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있다. 배우 에너지를 무대로 흡수시키고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공감’이다. 연출이 그리려는 작품의 의도가 배우와 소통적인 공감을 유지 했을 때 배우들 에너지는 무대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인간동물원초> 출연배우들은 연출에게 재산이다.

배우들의 강한 에너지들이 무대로 흡수되지 못하면 산만함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물음에 김수정 연출은 “다른 작품에서는 절제된 요소들이 많다. 연극적으로도 잘 잡혀진 공연들을 해왔다. 이번 인간 동물원은 날것 그대로를 보이려고 했다, 산만하게 보일 수 있는데 극장의 공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고 본다. 날것을 통해 인간 밑바닥의 본성을 꺼내들고 과격함의 폭력성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진실성을 찾고 싶었다. 연극을 보는 동안에 욕, 폭력성, 가학적 태도와 대사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보여 질 수 있는데 관객도 연극을 보는 동안에 적응해 간다. 반복은 불편함을 무디게 만든다. 익숙함으로 바뀌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그 세계가 편해진다. 그 편안함이 없어야 희망을 볼 수 있다. 인간 본성의 날것을 통해 진실성을 불편함에서 찾으려고 했던 작품이다” 김수정 연출이 불편한 연극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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