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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잃었던 연기 재미, 암살서 되찾아”… kmib가 만난 스타

하정우 “잃었던 연기 재미, 암살서 되찾아”…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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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는 배우의 다작(多作)은 늘 반갑다. ‘허삼관’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하정우(본명 김성훈·37)가 ‘암살’의 살인청부업자로 돌아왔다. 불과 6개월만이다.

연출까지 했던 허삼관과 달리 암살에서는 연기에 집중했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보다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감독으로서의 부담감을 덜었기 때문일까. 흥행에 일가견이 있는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등 톱스타들이 함께한 작품이니 자신 있을 만도 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그린 암살에서 하정우는 돈 받고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남자로 분했다. 비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인간적인 면이 있다. 하와이 피스톨이란 이름처럼 낭만적이기도 하다.

“절대 청부살인업자처럼 연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 연기철학이기도 해요. 주어진 것과 반대로 생각하고 그 이면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죠. ‘추격자’(2008)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했을 때도 인간적인 부분을 찾으려 했어요. 설정된 부분을 부각하기 보다는 반대를 찾아내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하와이 피스톨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영화적인 캐릭터”라며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 같은 어드벤처물의 남자주인공처럼 연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부 다중적인 모습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점이 좋았다”라며 “그런 신비로운 느낌이 하와이 피스톨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었다. “왠지 비상하고 체계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는 하정우의 예상은 빗나갔다. 막상 함께해보니 “그냥 영화동아리 형 같았다”고 했다. 하정우는 “(최 감독에게는) 영화를 대하는 열정과 사랑이 느껴져 후배감독으로서 본받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마음으로 영화를 찍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많으신 것 같아요. 디렉팅을 분명하게 해주세요. 가끔 어떤 감독들은 모호하게 얘기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해 달라’든지 ‘편하게 해 달라’든지. 최 감독은 연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정확하게 요구하세요. 직접 시범을 보이시기도 하고요.”

두 사람의 스타일이 처음부터 딱 들어맞았던 건 아니다. 최 감독은 여러 번 찍어 좋은 장면을 뽑아내는 타입인 반면 하정우는 테이크를 많이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촬영을 반복할수록 ‘내 연기에 느낌이 별로 없나’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란다.

그는 연기를 막 지은 밥에 비유했다. 따뜻한 첫 술이 맛있지 두 세 번 먹을수록 점점 맛이 덜하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계속하다 보면 연기의 맛 자체가 떨어진다는 게 하정우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 감독을 만난 뒤 변화가 일었다.

“최 감독님은 테이크를 갈 때마다 너무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더 볼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자꾸 요구를 하시니까 저도 ‘있었나? 그렇지. 이런 게 있었구나’ 자꾸 다른 걸 해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뭔가 잃어버렸던 걸 찾은 느낌이 있었어요.”

“힘들어하면 나만 손해인데 여기서 재미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하정우는 “테이크를 갈 때 계속 변주를 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신을 찍으면서 매번 다르게 연기했다는 것이다. 마치 신인 시절 그의 모습 같았다.

“윤종빈 감독과 ‘용서받지 못한 자’(2005) 했을 때는 40테이크를 가도 ‘내 연기를 보여줄게’하며 마냥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그땐 영화에 대해 뭣도 모르고 ‘재미를 찾아보자’ 했던 거죠. 암살이 제게 그런 자극이 된 것 같아요. ‘맞아. 이게 재미있는 거지. 이게 내 장기였지’ 싶더라고요.”

이는 그가 작품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작품 안에서 그런 재미를 찾으면 연기력이나 표현력도 는다”면서 “그러다 보면 그냥 계속 찍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웃었다.

암살 이후에도 쉴 틈 없는 일정은 계속된다. 현재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 촬영 중인 그는 바로 이어 김성훈 감독의 ‘터널’에 합류한다. 이후에는 판타지물 ‘신과 함께’와 실화를 소재로 한 ‘앙드레 김’ 출연을 앞두고 있다. 연말엔 감독 차기작 준비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메가폰은 2017년쯤 다시 잡을 듯하다.

지치거나 힘들 때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체력적인 어려움은 그에게 별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뿌듯함보다 ‘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난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 힘이 빠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정우는 단지 “작품을 해나갈 수 있는 마음과 명분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영화를 찍고 대사 한 마디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려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테이크를 계속 가는 것에 흥미가 없어진다면 연기가 정체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흥미를 찾는다면 다시 뜨거운 밥이 나오겠죠(웃음). 그런 생각과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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