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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꿈과 기적의 와인드업…연천 미라클을 만나다

[르포] 꿈과 기적의 와인드업…연천 미라클을 만나다 기사의 사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연천 베이스볼 파크. 경기도 최북단과 강원도 철원군 사이 고대산 자락의 적막이 건장한 청년들의 우렁찬 발걸음 소리에 깨졌다.

한여름 강렬한 햇볕이 습기를 먹은 비구름을 만나 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만드는 8월 초순.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 속에서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짊어진 젊은이들이 연천 베이스볼 파크에 하나둘씩 들어섰다.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사나이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프로 진출의 꿈을 안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세상에서 한번 이상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새 출발을 위해 다시 돌아온 곳도 결국 야구장이었다. 연천 베이스볼 파크의 외야 펜스 주변엔 크고 작은 돌멩이가 많다. 그라운드는 고르게 다져 있지 않다. 파울 지역엔 보호 펜스조차 없다. 그래도 선수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선수들은 공을 담은 노란색 상자와 야구 장비를 손수레에 직접 싣고 옮겼다. 그리고는 더그아웃 앞에 모여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몸을 푸는 선수들에게 코치가 고함을 질렀다.

“확실하게 몸을 풀라고. 안 그러면 다쳐.”



몸 풀기를 마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줄을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두 줄로 섰다. 그리고 달렸다.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달리기가 끝나자 곧바로 왕복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짧은 코스를 계속 전력으로 질주했다.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빗줄기처럼 흘러내렸다. 아직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지 않았는데 운동복은 땀범벅이 됐다.

왕복 달리기를 마친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에 모였다. 이들에게 더그아웃은 쉼터였다. 대형 선풍기 하나에 모여 땀을 식히지만 이미 젖을 만큼 젖은 운동복을 말릴 순 없었다. 선수들은 다음 훈련을 위해 운동복을 갈아입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선수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어 둔탁한 소리가 야구장을 감싼 산자락에 반복적으로 메아리쳤다.

“퍽!” “딱!” “퍽!” “딱!”

투수들의 공이 글러브에 꽂히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공을 치는 소리였다.



투수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신경을 썼다. 얼굴에 바른 자외선 차단제는 땀과 섞여 희끗희끗하게 떴다. 투수들은 유니폼 소매에 땀을 닦으면서 공을 계속 던졌다.

야구장 한쪽에 모인 타자들도 쉬지 않고 공을 때렸다. 실밥이 터진 야구공들이 그라운드에서 뒹굴었다. 공을 담은 상자가 바닥을 보일 때쯤 방망이를 휘두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손목에 감은 붕대가 풀려도, 다친 손가락이 욱신거려도 방망이를 놓지 않았다.

정해진 투구 수를 채운 선수들과 공 상자를 비운 선수들이 가쁜 숨을 내쉬며 물로 목을 축였다. 장갑을 벗은 선수들의 손은 껍질이 거칠게 벗겨져 있었다. 손가락마다 테이핑을 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독립구단에서 의료진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다친 손가락에 직접 약을 바르고 테이핑을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선수의 몫이었다.

태양이 산자락에 뉘엿뉘엿 걸쳐 야구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게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선수들은 프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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