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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원더스도 우리보단 부잣집”… 너무 높고 가혹한 현실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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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미라클 감독
야구만 바라보는 삶.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누군가는 쫓기듯 밀려 여기까지 왔다.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다른 누군가는 여기서 시작했다. 그렇게 한두 명씩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 모였다. 머릿속엔 프로가 되겠다는 다짐 하나뿐이다.



이런 목표로 갖는 것조차 작지 않은 도전이다. 선수들은 월 70만원의 회비를 내고 운동한다. 식사와 숙소 비용도 모두 그들의 몫이다. 승합차와 트럭의 운전대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직접 잡는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열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생활고는 너무 높고 가혹한 벽이다.

지난달 3일 고려대 야구부와 연습경기 때만 해도 28명이었는데 지난 5일 경기도 연천 베이스볼 파크에서는 18명으로 줄었다. 한 달여 만에 10명이 떠났다.

김인식 감독은 떠나는 선수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연천 미라클과 지난해 해단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가난한 집과 부잣집’으로 비유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낮은 연봉이지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야구를 했다. 숙소와 훈련장도 프로구단 못지않았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간 26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연천 미라클의 현실은 고양 원더스와 전혀 다르다. 한 번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프로 2~3군과 대학팀을 수소문해야 한다. 연습경기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포지션마다 두 명씩 있었던 선수들이 속속 떠났기 때문이다. 당장 내야수가 부족해 팀을 두 개로 나눌 수 없다. 재정난이 인력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수소문 끝에 상대팀을 찾아도 골칫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수단은 경기를 마치면 다시 연천으로 복귀해야 한다. 원정이라는 이유로 숙박을 하면 추가로 돈이 든다. 선수들은 흙이 묻은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승합차에 올라탄다.



선수 20명이 연천 베이스볼 파크 클럽하우스 방 하나에서 생활한다. 현관은 선수들의 운동화를 모두 두기 어렵다. 1층 구단 사무실은 야구장비를 보관하는 창고가 됐다. 이마저도 연천군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한 숙소다.

김 감독은 야구를 사랑하는 후배들을 믿고 연천 미라클의 지휘봉을 기꺼이 잡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가슴 한쪽이 저리다. 김 감독은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충분히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다”며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한번 실패했지만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야구를 사랑해 팀을 맡았는데 매번 후원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가슴 아프다. 이게 독립야구단 미라클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천 미라클 출신 이케빈은 25일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다. 미라클을 거친 선수 중 유일하게 프로의 벽을 뚫었다. 몇몇 선수가 육성선수 자격으로 입단테스트를 거쳤지만 꿈을 이루는 게 쉽지 않다.

한때는 함께 경쟁하다가 누군가는 프로에 진출했고, 누군가는 실패의 아픔을 겪었다. 그런 경쟁 속에서 프로선수가 나온다. 김 감독은 “미라클 구단 선수들의 나이는 21세부터 29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진짜 열심히 한다. 연천 미라클도 독립구단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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