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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 집안이잖아?”…상처 딛고 일어선 투수 이청하

“야구인 집안이잖아?”…상처 딛고 일어선 투수 이청하 기사의 사진
미라클 투수 이청하
연천 미라클 사이드암 투수 이청하(23)는 2010년 부천고를 졸업한 뒤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방출됐다. 군생활로 인한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주위의 따끔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하고 싶은 야구를 선택했다. 인생에서 ‘야구’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었다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미라클 창단 멤버라고 들었는데 다시 야구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20대 청년과 다르지 않았어요. 군대에서 제 인생을 많이 되돌아봤죠. 어느 날 부대 생활관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봤습니다. ‘나도 얼마 전까지 프로야구 선수였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평생 동안 꿈꿨던 선수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고 결심했어요. 제 인생에서 ‘야구’라는 단어를 빼놓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솔직히 한 번의 실패를 겪고는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으로 도전하자는 생각으로 미라클에 입단했어요. 제대 후 개인 운동과 재활을 병행하다가 미라클 창단 소식을 듣고 달려왔죠.”

- 야구인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심적 부담이 더 크진 않았나요.

“많이 부담됐죠. 사실 아버지가 이병훈 해설위원(전 LG 트윈스)이고 동생은 프로 생활 중인 이용하(넥센 히어로즈·포수)에요. 집안이 그냥 야구 자체죠. 아버지와 동생을 보면서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어요. 다시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참 힘들었죠. 고민 끝에 아버지께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고 용기를 내 말했어요. 아버지는 ‘야구가 다시 하고 싶으면 정말 후회 없도록 해라.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만 두는 게 낫다’고 했어요. 제 자신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야구공을 다시 잡았습니다.”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합숙훈련을 한다고 들었는데 주말은 어떻게 보내나요.

“저뿐 아니라 대부분 선수가 휴일에도 개인 훈련을 해요.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만 아무래도 자기관리에 소홀해지잖아요. 프로에 진출한 친구도 꽤 있어요. 그들을 보면 한편으로 속상하지만 더 노력해 꼭 함께 할 거에요. 아무튼 집에서 쉬거나 운동하면서 주말을 보내요.”

- 가장 힘든 점은.

“야구인 집안이어서 좀 심했던 것 같아요. 한번 실패했던 제가 다시 도전한다고 했을 때 차가운 시선이 많았어요.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면 돈도 벌고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데 왜 돈을 써가며 야구한다고 고생하느냐’고 말이죠. 그 말들이 정말 상처가 될 때도 있었죠. 그런데도 야구가 좋은걸 어떡해요. 미라클 선수들도 현실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프로선수의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희 정말 야구 열심히 하고 있으니 차가운 시선 보다는 많이 응원하고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 이청하에게 프로야구란 무엇일까요.

“꼭 넘어야할 울타리에요. 한번 프로를 경험하니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알겠어요. 어려서는 프로 입단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정말 간절하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미라클에서 운동하는 것도 어찌 보면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울타리를 넘을 거에요.”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훌륭한 자기관리를 통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어요. 꼭 사이드암이어서 그런 건 아닌데 임창용(삼성 라이온즈) 선배처럼 말이죠. 자기관리의 대명사잖아요. 그런 선수들을 보면 제가 한 번 실패를 겪었지만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 올라서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 오랫동안 저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될 거에요. 지켜봐주세요.”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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