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18. 시대의 폭력과 내면의 우울 연극, ‘흑백다방’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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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흑백다방’ 꼼꼼한 구성으로 숨죽이는 두 배우의 ‘연기열전’

흑백다방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오늘날 만남을 통해 80년대를 그려내고 있다. 연극, ‘흑백다방’(차현석 작·연출)’을 움직이는 두 배우(정성호·윤상호)는 살아있다. 우선, 흑백다방은 극적구성의 탄탄함과 연출의 치밀함을 그려내고 있다. 2014년 초연된 2인극 ‘흑백다방’은 제14회 ‘2인극 페스티발’에 출품되면서 연기상을 비롯해 2인극 선풍을 이끌었다. 두 배우의 숨막히는 팽팽한 극적 긴장감의 온도는 극단 ‘후암’의 대표작이 됐다. 80년대 폭력성으로 갈라진 내면의 상처를 가해자와 피해자 두 인물로 무대로 세우면서 파괴된 시대의 암울한 상처를 그려낸다.

연극으로 현재를 뚫고 오르는 시대의 폭력성과 피해자의 내면의 분노와 우울함은 80년대 폭력의 역사를 우회적으로 비틀고 있는 연극, 방송, 소설 보다 색다른 맛으로 우려냈다. 이 작품은 지난해 3월, 일본으로 날아간 ‘흑백다방’은 두 배우를 통해 투영되는 시대의 우울 속에서 파괴된 내면을 두 배우의 긴장감 있는 연기로 극적 설계도에 쏟아내면서 일본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

2001년도에 창단된 극단 ‘후암’을 이끌고 있는 차현석 대표는 연극, ‘흑백다방’으로 작품성, 연출성, 작가의 역량까지 호평을 받았다. 연출은 국내 초연(2011)으로 진행된 ‘오페라 햄릿프로젝트’를 연출·기획·제작을 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차 연출은 ‘맥베스 미디어 콤플렉스’로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을 받으면서 독특한 연극화법으로 그려내는 그의 연극구성의 설계도가 평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흑백다방의 성공으로 극단 ‘후암’ 의 차기작품 ‘자이니치(차현석 작·연출·9월 3~26일)가 제2회 ‘종로구우수연극축제’에 공식 초청된다.

연극 ‘흑백다방’ 80년대 폭력성을 통해 파괴된 두 인물 ‘내면의 진실게임’

‘흑백다방’. 두 남자 배우가 극적 긴장감을 온도 있게 유지한다. 절묘한 내면의 앙상블은 극중 인물의 생명을 유지 시킨다. 시대의 억압과 폭력성에서 갈라진 내면은 치유되지 못한 채 현재로 전이된다. 시대 폭력에 함몰되어 있는 피해자 (윤상호 분)의 기억은 80년대로 멈추어 선다. 갈라진 내면의 손상, 외형으로 들어나는 폭력의 역사와 내면의 분노로 피해자는 청각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배우 윤상호는 극 초반부터 극중 인물의 완전한 몰입과 극중 인물 내면을 정교하게 끌고 나가면서 무서운 몰입을 보인다. 가해자 역할 정성호는 배우 윤상호 연기를 차분하게 받으면서도 자기화 된 인물구축을 한다. 절묘한 배우들의 내면연기는 교감의 연기전류로 강렬한 내면의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작품의 극적 구조를 함축하고 있는 ‘흑·백’은 80년대의 양분화 되어 있는 우울한 시대의 대립을 연상시킨다. 그 흑백의 대립의 역사적 굴레를 다방으로 역사를 밀어 넣고, 시대에 함몰되어 있는 두 남자를 오늘날 사라져가는 ‘흑백다방’으로 재회(再會) 시킨다. 80년대를 꺼내드는 그의 드라마적 우회화법은 기발하고 절묘한 극적 장치를 만든다. 두 남자의 과거이야기는 서사의 주된 공간인 부산의 남포동 ‘흑백다방’에서 과거와 현재가 섞여지면서 치유를 시도한다.

80년대로 함몰되어 있는 두 남자의 내면은 시대의 피해자다. 가해자(정성호 분·80년대 형사)는 세상을 떠난 부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흑백다방에 주말마다 예약제로 심리치료 상담을 하고 있는 인물로 설정 한다. 피해자(윤상호)는 가해자에게 도려내지 못한 상처의 내면을 심리치료 상담의뢰인으로 낮선 방문을 설정하면서 속도감 있게 극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흑백다방에서 엘피판으로 돌아가는 80년대 시대의 노래들은 상상 속으로만 인지되고 극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만 눈치를 챌 뿐이다. 관객도 피해자와 동일한 시선으로 극을 바라본다. 마치, 폭력의 피해자로 역사의 경험을 하고 있는 연극적 동일체험을 한다. 흑백다방은 극적구성의 탄탄함과 연출의 치밀함으로 그려내고 배우들의 탁월한 온도로 무대를 꽉 채운다. 연출은 극적 구조의 꼼꼼함과 치밀한 인물 내면으로 심리게임의 극적갈등을 유지한다.

흑백다방 극적 설계도에 올려놓은 두 인물에 차현석 연출은 시종일관 내면의 온도를 깊이 있게 유지한다. 연출은 극중 인물 두 남자의 상처 나고 갈라진 내면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화해’와 ‘용서’라는 치료제를 들었다. 다방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폭력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방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마치, 다방의 공간은 폭력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화 되는 시대의 절망들이 공존한다. 대화는 함몰되고 폭력과 날카로운 질서만 공존했던 80년대 역사의 미성숙함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두 사람이 연극을 시종일관 몰고나가는 극적구조는 긴장감이 넘치고, 웃음의 유연성도 유지된다. 80년대의 피해자의 암울한 시대성을 꺼내 들면서도 서사는 직접적인 언어를 피해 우회적으로 80년대 과거와 현재를 융합할 수 있도록 다방 한구석에서 돌아가는 턴테이블로 올려놓는다. 두 남자가 대화를 통해 과거의 흔적을 마주 할 수 있도록 ‘흑백다방’의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80년대의 흔적들(괘종시계, LP판, 턴테이블, 수족관) 마치 80년대 다방을 연상시키는 흔적들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암울한 내면을 품는다.

피해자는 ‘믿음’과 ‘신뢰’를 반복하면서 극적인 심리게임을 형성해 나가는 극적 구조는 탁월하다. 마지막 장면에 피해자 윤상호가 가해자를 납치 했다고 신고한 후, 오늘날 시대의 진실성은 유효한지를 되묻는 극적인 상징성은 희극성과 비극성이 교차된다. 가해자의 입 모양을 통해 진실성을 확인하는 청각장애자 윤상호의 극적인 심리게임과 반전구도는 극의 밀도를 높여낸다.

대화를 통해 두 내면을 좁히는 피해자(윤상호)의 시선으로 극중 인물 정성호는 가해자다. 80년대 시대의 시선으로 투영된 두 남자는 피해자 일수 있다. 갈라진 두 인물을 흑백다방으로 불러 치료제를 들고 퍼즐게임을 한다.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면서 내면의 심리 게임 구도를 형성한다. 두 배우가 쌓아올리는 극적인 내면의 심리게임은 윤상호, 정성호 두 배우의 탁월한 내면 연기는 폭력의 시대를 품고, 대립의 역사와 내면은 꿈틀된다. 80년대 한국사회가 겪은 민주화 과정의 진통은 아픔의 역사다. 폭력으로 얼룩진 피해자의 진통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성숙해진 민주화의 시계바늘에 약을 바르고 치료제를 써도 완전히 씻겨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숨겨진 진실의 오늘날을 투영한다.

80년대 시대의 폭력과 내면의 손상된 장애와 상처의 역사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진실하게 손을 내밀고 치료하지 않는다면, 화해와 용서의 경계는 역사 속으로 숨어 들 수밖에 없다. 진실게임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반복되고 그 경계는 모호해 진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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