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지방 소멸” 새로운 관점과 문제의식을 드러내 기사의 사진
지방이 소멸된다. 시골 학교가 사라지듯 지방이라는 시골 마을과 소도시가 사라진다.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저출산에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지방은 과소화(過疎化·인구 감소로 지역사회 기능이 저하돼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 단계를 거쳐 결국 소멸된다.

이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는 ‘소멸 가능성 도시 896개 리스트’가 발표돼 충격을 던졌다. 근래 5년간의 출산율과 인구이동 추이가 지속된다면 2040년에 일본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50%에 해당하는 896개 시·구·정·촌(일본 기초자치단체)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게 보고서 요지다.

지방의 소멸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 것은 ‘20∼39세 여성 인구’다. 출생아의 95%가 20∼39세 여성에게서 태어난다. 인구의 ‘재생산력’을 담당하는 이 젊은 여성들을 얼마나 유지, 보존하느냐가 해당 지방의 지속성과 소멸 여부를 결정한다는 가정이다. 이로부터 2010년부터 2040년까지 30년 사이에 20∼39세 여성 인구가 50% 이하로 감소하는 시·구·정·촌의 수가 896개로 추산됐고, 이들을 ‘소멸 가능성 도시’로 명명한 것이다.

마스다 히로야는 ‘마스다 리스트’로 명명된 이 연구의 책임자다. 건설성 공무원으로 출발해 이와테 현 지사를 거쳐 2007∼2008년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자치부 장관에 해당하는 총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지방소멸’은 마스다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구 문제가 초래할 지방의 소멸이라는,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대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방에서 도쿄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지방의 도시가 ‘소멸’되는 한편 도쿄가 ‘초과밀 도시’로 남는 극점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방이 인구 유출을 막는 ‘댐 기능’을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에 매력 있는 거점 도시를 설치하고 그곳에 인구를 붙잡아둬야 하지요.”

일본에 대한 책이지만 인구 문제는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주목되는 것은 저출산이나 인구위기를 다룬 기존의 책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관점과 문제의식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먼저 인구는 결코 사소한 주제가 아니며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문제라는 걸 알려준다. 인구 문제는 이미 지방을 무너뜨리고 있다. 대도시라고, 국가라고 언제까지 안전할까.

“원래 시골에서 자녀를 키워야 할 사람들을 빨아들여서 지방을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의 인구를 감소시킨다.”

둘째,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산아 숫자가 중요하다. 출산율은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출산적령기의 여성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려해야 할 일이다. 인구 이동도 봐야 한다. 지방 입장에서는 인구 유출을 막는 게 출산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셋째, 인구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젊은층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출산의 담당자들이다. 지방의 운명도 젊은이들에게 달렸다.

“지방의 지속 가능성은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지역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기본 방향은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지방 중핵 도시’를 축으로 ‘새로운 집적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저자는 각 지자체마다 희망 출산율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자원과 정책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연 수입 500만엔을 보장해야 한다며 ‘청년층을 위한 결혼 육아 연수입 500만엔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인구 담론을 한가하고 비본질적인 얘기로 만들어 버린다. 또 인구를 키워드로 한 새로운 지방전략과 국가전략을 구상한다. 기존 국가전략에서 전제로 삼았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불가능해진 시대라면 국가 전체의 모델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책은 지난해 출간돼 일본에서 20만부가량 팔렸다고 한다. 서점 직원들과 출판사 편집자들이 선정하는 ‘신서대상’ 2015년 수상작이기도 하다. 2014년 신서대상 수상작은 지방 산촌의 부활 프로그램을 다룬 ‘산촌 자본주의’(한국어판 제목은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였다. 두 해 연속으로 지방 문제를 다룬 책이 뽑힌 것을 보면 요즘 일본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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