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19. 비극의 무게감을 웃음으로 다이어트 ‘조치원 해문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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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치원 해문이’(작·이철희·연출·박상현·국립극단 백성희 장민호극장·8월28일~9월13일)가 셰익스피어 ‘햄릿’의 비극성을 대한민국 현실사회로 끌어당겼다. 웃음의 강도가 다르다. 극의 종점까지 웃게 만든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은 극의 온도를 좁히고, 극의 앙상블은 주제의 균형을 잡는다. ‘조치원 해문이’로 투영되는 세상은 물질의 탐욕과 비열한 인간의 욕망성이다. 욕망은 죽음으로 추락하고 마을은 탐욕의 덩어리들로 섞여진다. 비극의 무게감을 웃음으로 다이어트 했다.

햄릿의 비극성을 유지하는 극적온도는 권력의 욕망, 치정과 복수, 선왕 죽음의 음모, 결투의 대립, 왕비와 글로디어스의 결혼을 둘러싼 권력 욕망의 음모와 죽음의 비극성이다. 햄릿은 선왕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의 수수께끼에 열쇠를 돌리고 풀어간다. 호레이쇼는 죽은 왕의 망령을 본 사실을 햄릿에게 일러준다. 망령과 햄릿의 대화. 그리고 선왕 죽음의 비밀을 풀어헤치는 복수혈전의 극적뼈대들은 비극의 온도를 유지한다. ‘조치원 해문이’는 햄릿의 극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추악한 인간욕망의 난잡함을 들어올리기 위해 무대배경을 ‘충남연기군 조치원읍’의 한 마을로 설정한다.

극은 충남연기군 조치원읍 일대가 ‘세종특별자치시’로 변경 확정되던 2012년으로 시간을 돌린다. 마을이 신행정 수도가 된다는 기대 심리는 땅 투기, 개발붐으로 흔들거렸다. 돈은 권력을 넘어선 숭배현상으로 판을 친다.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권력의 욕망, 복수와 음모, 물신주의와 탐욕의 욕망들은 뒤섞여져 현실사회의 너덜너덜한 풍경들로 그려지고 강력한 웃음으로 날카롭게 풍자된다.

햄릿은 극중 인물 ‘해문이’로 뒤집는다. 선왕은 ‘이성국’으로 분하고, 선왕의 동생 클로디어스는 ‘이만국’, 오필니어는 한국사회에 ‘오피리’로 분해 욕망의 난잡한 난투극을 웃음으로 벗겨낸다. 간결한 극적 설정은 웃음의 절묘한 타이밍을 생산적으로 만들어 내면서 느슨해 질 수 있는 극의 밀도를 조인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충청도 사투리의 특유의 느림으로 발화되는 언어는 극적웃음으로 강렬하게 잡아맨다. 느슨해 질수 있는 극적 설정은 웃음으로 이음새를 만들고, 극의 균형은 매끄럽게 유지한다. 극중 인물(해문이)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이철희가 이 작품을 통해 2014년 제4회 ‘벽산희곡상’을 받으면서 희곡작가와 배우를 겸업하는 출발을 하게 됐다. 그동안 <여우인간>, <소년이 그랬다> 등 다양한 연극작품을 통해 배우로써도 좋은 연기력을 보여 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창작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는 독특한 이력을 남기게 됐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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