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문화비평] tvN ‘두번째 스무살’… 로맨스에 그려진 ‘젊은 미생’ 이야기 기사의 사진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누구든 한번쯤 떠올려본 생각일테다. 하지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만큼 요즘 20대는 고되고 힘들다.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닥치고 알바’를 하고 최고의 스펙만들기에 성공해도 단군이래 최악의 취업난 앞에서 이내 좌절한다. 대학캠퍼스는 더 이상 기성세대가 추억하는 낭만적 공간은 아닐 것이다.

tvN의 <두번째 스무살>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다.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연출 김형식, 극본 소현경, 이하 스무살)은 38살에 늦깍이 대학생이 된 아줌마의 로맨스 스토리를 담고 있다. 캠퍼스내 사랑과 우정, 배신을 다룬 이 드라마의 지난 9월5일 4회분 시청률이 무려 4.6%(닐슨코리아 기준)에 달했다. 4회 기준으로 볼 때 <응답하라 1994>나 <미생>보다 높았다. 케이블 금토드라마로서는 예상치 못한 수치로 향후 어느 정도 시청률을 이어질지 방송가 관심거리다.

드라마 테마는 두가지. 늦깍이 주부대학생의 추억 로맨스와 캠퍼스 에피소드다. 먼저 낭만과 사랑, 꿈이 넘치지만 캠퍼스 이면에 고뇌하는 젊은 미생들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다. 엄마의 눈으로 2015년 대학가를 들여다 본다. 40대 전후 기성세대에게 대학가는 추억의 공간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다. 로맨스와 캠퍼스의 테마조합이 일단 시청자 눈길끌기에 충분했다.

<스무살>은 아들이 다니는 우천대에 입학한 38살 아줌마의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다. 20년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우천대 심리학과 교수의 아내 하노라(최지우 분)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남은 시간은 6개월.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다 가 결국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뒤늦게 오진으로 판명나긴 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만학도의 꿈이 고교시절 추억 속에서 펼쳐진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다. 전형적인 삼각관계 중심의 스토리가 중심축이다. 여고시절 남자친구 차현석(이상윤 분)이 자신이 수강신청한 담당과목 교수로 나오고, 이혼을 요구한 남편도 같은 대학의 교수로 등장한다. 남편(최원영 분)과 아들이 다니는 대학의 신입생이 된 하노라의 두 번째 스무살의 분투기로 시트콤은 아니다. 오히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인 중년의 15학번 신입생은 진지하다. 드라마는 대학가의 세태변화를 다큐물처럼 담아낸다. 매 장면마다 젊음의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그리 식상하지는 않다. 흘러간 대학시절에 대한 기성세대의 추억을 되살리는 공감폭이 크고, 2015년도 대학 캠퍼스안 젊음의 문화공간을 체험하는 엿보기의 재미가 제법 넘친다.

한류스타 최지우의 해맑은 연기는 누구든 가슴속 깊이 뭍었던 젊은 날의 추억을 슬그머니 끄집어내게 만든다. 어릴 적 연인인 차현석과 맞닥뜨린 해후 장면은 공감의 설레임을 던져준다. 그래서 독신 남자동창생 교수와 캠퍼스에서 엮이는 스토리가 진부하지가 않다.

그런데 3회와 4회를 보면 분명히 로맨스로 시작했는데도 드라마 <미생>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소위 3포세대를 넘어 5포 세대, 심지어 n포세대라는 젊은이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탓이다.

같은 우천대에 다니는 아들을 든 중년 엄마의 눈으로 젊은이들을 보니 더욱 안쓰럽다. 3회에서 취업과 학점을 볼모로 학생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어느 노교수의 성추행 ‘갑질’은 공분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불의는 공감하지만 이내 외면할 수밖에 없는 대학가 현실이 섬뜩하도록 무섭다.

성추행하는 노교수의 불의를 지적하고도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일그러진 젊음을 엿볼수 있다. 요즘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캠퍼스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드라마에서도 주요한 에피소드로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사회고발적 성격이 강한 다큐물같다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드라마속 대학생들은 미생이었다. 학점에 매이고 추천서에 목마른 미생으로 길들여지는 모습이 매회 그려지고 있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해야만 하는 대학생들은 이미 갑이 아닌 을의 삶을 캠퍼스에서 배우는지 모른다. 또 교과서와 다른 비정한 현실에 그들은 남몰래 눈물 흘리고 체념하는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만든다.

하지만 하노라는 노교수의 성추행에 항변하며 왕따를 당하지만 자신의 젊은날을 회상하며 온갖 불이익을 딛고 불의를 세상에 고발한다. 스무살 젊은 추억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삶의 용기로 남는다.

한국사회에는 지난해 직장인의 마음을 흔들었던 <미생>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200만 고지를 넘어선 영화 <베테랑>도 재벌2세에 억눌린 미생들의 스토리다. 한국사회의 미생의 고단한 삶을 풍자한 작품들이 영락없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스무살>도 드라마 <미생>의 여진이 반영된 것일까.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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