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성동일·권상우, 두 가장의 ‘탐정’ 시사회 기사의 사진
“김정훈 감독, 10월에 둘째딸이 태어납니다. 여기 셋(성동일·권상우·김정훈 감독)의 자식들만 일곱입니다. 거짓되지 않게 (영화를)만들었습니다. 호흡이 안 좋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 성동일은 지난 9일 열린 영화 ‘탐정 : 더 비기닝’(‘탐정’)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 같이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을 이렇게 재치있게도 하네요. 성동일이 펼치는 명연기의 원동력은 가족으로부터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빠이자 남편, 그리고 가장인지라 그렇겠지요.

아버지로서의 성동일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합니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 무뚝뚝한 말투 뒤에 내리사랑을 숨기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죠. 그가 시사회장에서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준이, 빈이, 율이 삼남매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권상우가 스스로 말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습니다. ‘청춘스타’ 권상우가 올해 불혹의 나이가 됐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가 아버지가 된 자신을 이야기하는 광경도 참 신기하더군요. 눈에 주름은 조금 깊어졌다지만 아직도 말갛고 앳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요. 극 중 권상우는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강대만으로 분해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와 추리극을 벌입니다. 동시에 7개월 된 아기의 육아를 담당하는 아버지 역할도 소화해야 했죠. 이에 대해 그는 “워낙 아기를 좋아 한다”며 “현장에서 힘든 부분이 있어도 아기를 보면 기운이 나고, 위로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아빠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인 터라 ‘탐정’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아기 배우를 데리고 잘 지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아이 둘을 키우는 나와 극 중 강대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버지인 권상우의 모습을 모르는 관객께 갈증이 풀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네요. 그의 말대로 ‘탐정’에서는 ‘아빠 권상우’를 확실히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아내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성동일과 권상우는 이 영화에서 ‘살쾡이’와 ‘범’이라 불릴 정도로 무서운 아내들에게 꽉 잡혀 사는 공처가였죠. 실제 아내들도 무언가에 빗대 표현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먼저 성동일은 “세월이 가면 닳거나 무뎌져야 하는데 오히려 날카로워지고 길어진다”며 사뭇 진지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권상우는 “저희 와이프는 동물보다는 사춘기 여고생 같다”며 “잘 삐지는 스타일이라 좀 귀엽기도 하고 아직도 저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매우 모범적으로 답했죠. 이에 성동일은 “사실 저희 집사람은 중학생 같은 이미지다”라며 말을 바꿔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성동일은 “권상우와 저는 촬영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집에 안 들어갈 때도 있다”며 자폭에 가까운 폭로를 했는데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권상우는 “이런 말들이 기사로 나가면 곤란하다”며 당황한 기색을 비췄습니다. 한류 스타와 카리스마 배우도 아내 앞에서는 꼼짝 못하나 봅니다.

성동일은 시사회 말미 다시 한 번 “자식들만 일곱”을 강조하며 좋은 반응이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이번에는 부끄럽지 않게, 자신 있게 만들었다는 말의 근거였습니다. “살아생전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권상우도 술을 마시며 작품 이야기를 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배우로서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식의 관람 독려도 멋지지만, 두 사람처럼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성원 당부도 좋아 보입니다. 두 가장의 고군분투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입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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