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20. 영화 같은 분노의 욕망 “나는 형제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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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공포에 둔감해진 사회다. 전쟁, 살인, 공포, 테러리스트, 시리아내전, 난민, IS무장단체 등 지구촌 뉴스의 지도는 잔혹과 공포의 현장이다. 감각이 무뎌진 사회일수록 인간내면에서 자라나는 분노의 근육은 팽창하고 보듬는 시선은 무뎌진다. 풍선 안으로 밀어 넣는 분노의 공기는 갈라진 욕망의 근육덩어리로 파편화 된다. 세계를 강타하는 폭발물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연극 ‘나는 형제다’(서울시극단·9월4일~20일까지·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가 분노의 근육을 들었다. 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으로 모아지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연극적 콤비가 서울시극단 작품으로 재결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출가 김광보가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정기공연으로 선택한 작품이 고연옥 작가의 신작 ‘나는 형제다’다. 작가는 약자의 분노로 표출되는 근육 덩어리가 자라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현상들을 투영한다.

작가는 테러리스트들의 반사회적인 행위, 사회적 약자들이 분노를 표출 될 수밖에 없는 사회현상과 구조, 분노의 욕망을 보듬지 못하는 사회구조에 시선을 돌린다.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정의감은 무뎌지고 무력해지는 사회. 삶의 빈곤과 가난의 대물림, 빈부의 격차, 자본의 비순환적 구조, 철저한 권력지향주의 사회와 자본의 논리로만 숨을 쉬는 사회에 피로감을 들어낸다.

사회적 피로감은 분노로 자라나고 표피는 분노의 욕망으로 표출될 수 있는 사회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분노의 근육들이 자랄 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투영한다. ‘나는 형제다’ 작품의 모티브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형제가 일으킨 압력솥 폭발물 테러에서 서사를 차용한다. 테러리스트의 왜 분노의 근육은 성장하는가? 팽창된 분노의 근육이 폭발 할 수밖에 없는 사회는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근육 덩어리가 자라 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폭력성에 주목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분노의 근육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무대는 영화관이다. 영화는 두형제의 삶을 투영한다. 스크린을 통해 투영되는 영화는 두형제의 삶이고 이야기다.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약자의 무의식의 욕망성은 영화로 표출된다. 영화의 가상성은 현재의 삶이며, 현실성으로 전이된다. 사회적 약자의 욕망성은 영화로 투영된다. 비현실적 세계와 결핍되어 있는 극중 인물의 내면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극중 인물로 동일화된다.

무의식으로 잠재되어 있는 분노의 욕망성과 팽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사이버 게임과 영화의 비현실적인 폭력성들이 가상적 공간을 뚫고 현실이 된다. 테러리스트들의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는 잔혹한 테러공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의 장면과 이야기다. ‘나는 형제다’는 가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무대는 안과 밖의 경계를 없앴다. 22개 장면의 에피소드들은 분절 되어 있다. 장면의 분절성은 하나로 통합된다. 연출은 극의 장면 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연결하기 위해 배우들의 거추장스러운 등, 퇴장을 없앤다. 시·공간 이동의 연극적 분절성을 영화적 편집성으로 장면을 통합하는 간결함을 보인다. 간결하게 이어 붙인 장면은 극의 밀도를 높이고 등장인물이 내재하는 감정의 유기적 관계를 절묘하게 형성한다. 장면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움직임과 등·퇴장은 영화적 편집을 해 놓은 것처럼 연속적인 장면으로 극의 흐름을 유지하는 연출의 탁월함을 보인다.

장면과 장면은 하나로 연결되고 무대안과 밖은 하나가 된다. 사회연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극중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뱉어내는 대사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처럼, 또는 “우리는 형제다” 라는 말처럼 극의 구조는 극 속에서 일어나는 두 형제의 분노의 욕망이 자라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이어 붙인다. 김광보는 고연옥의 극의 구조를 꿰뚫고 본다. 작가가 ‘나는 형제다’ 무대 구조를 설명해 놓은 지문에서 “형제들의 성장과정과 일상의 에피소드는 모두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스크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며, 형제는 단 둘이서 만나는 장면은 스크린 밖에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면은 영화로 통합시키고 각 분절된 서사의 파편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연극적 특수성을 배제한다. 무대 위에서 장면을 잘라내고 편집하면서 배우들의 감정의 폭과 절제된 동선으로만 연결해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극의 구조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무대 밖에서 형제의 삶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설치는 영화관이라는 가상의 공간성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을 현실로 바라본다. 영화관, 집, 버스정류소 등 마치 극이 연속해서 진행되면서 ‘나는 형제다’ 장면들이 배치된다. 작가는 형제가 사회적 약자로 몰락해 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시선을 돌린다. 그 분노의 욕망의 근육이 자라랄 수밖에 없는 현실세계를 투영한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두 형제’가 사회적 약자로 몰락해 가는 과정을 침착하게 그려낸다. 형제 부모에게 삶의 고단함과 가난을 지탱하는 것은 종교의 믿음이다. 이들 삶의 내면성의 온도를 채워내는 것은 종교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사회구조에 유일하게 희망을 품어내는 것은 구원의 믿음성이다. “엄마가 기도 열심히 하고 있어. 우리 애들은 더 좋은 인생 살게 해달라고” “가난한 건 위험한 거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착하게 살아야 돼. 뭔가를 욕심내는 순간, 부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말아. 나중엔 그 사람들 잘못까지 뒤집어쓰고 범죄가자 될 수도 있어” 1장에서 형제 엄마, 아빠의 대사다.

작가는 1장부터 부부의 삶의 고단함과 절망의 내면을 희망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구원과 하느님의 믿음이다. 삶의 절박함에 부부는 보험금으로 인한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돌아온다. 더욱 사회적 분노로 몰락해 가는 형제. 작가는 극중 장면에서 반복으로 터져 나오는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와 “우리는 형제다”는 라는 대사에 종교적 분위기를 입힌다. 절망성의 밑바닥을 희망으로 구원으로 바라보는 유효함을 들어낸다.

부모의 죽음으로 두 형제가 찾아간 것은 오래전에 형제의 아버지를 구원해준 ‘회장’(강신구 분) 이다. 작가는 1장 부모의 종교와 믿음, 희망의 구원성으로 설정하고 14장을 통해 볼륨을 높인다. 삶의 절망으로 몰락해 두 형제만 남겨진 현실성에 형제는 회장에게 묻는다. “ 아버지는 회장님께 모든 걸 바쳤어요. 왜 끝까지 지켜주지 않았죠? 왜 비참한 인생까지 물려받게 하셨나요? 대답해 보세요. 왜 우릴 버리셨습니까.” 회장과 두 형제의 대화는 인간 구원에 대한 종교적 질문을 던진다. 마치, 인간과 하느님과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구원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면서도 형을 회장의 피붙이로 묶는다. 세상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성을 보인다. 형제에게 믿음은 삶의 절망으로 나약해진다. 가난은 삶의 고통으로 추락하고, 현실은 사회적 분노의 근육덩어리로 자라난다. 정직하게 살아보려는 형제에게 돌아오는 것은 삶의 절망감이다. 정의감과 사랑의 온도는 사회적 배반으로 날아오고, 분노의 근육은 확장된다.

길거리에서 만나 동생과 사회적 약탈을 일삼는 소년들인 극중 인물 (드래곤, 타이거, 울버린, 죠스)는 선과 악의 인간 내면은 기형화된 사회현상에서 인간의 삶은 악함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다. 절망의 약자들을 향해 구원하는 손길은 부재하고 인간의 거침없는 ‘악’의 욕망은 사회적 분노로 표출된다. 형의 사회적 분노의 근육은 17장의 여자(최나라 분)의 만남을 통해서 팽창된다. 사랑은 절망으로, 정의감은 내면의 모멸감으로 자라난다. 성장한 분노의 근육을 보듬어줄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부재(不在)해 있다.

형제의 삶의 몰락은 사회적 분노와 저항으로 표출된다. 극의 마지막에 형은 영화관에 폭발물을 설치해 테러리스트가 된다. 현실의 삶에서 구원과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동생을 죽인다. 영화관에 폭발음이 들리면서 테러리스트가 된 형이 선택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는 자살테러다.

‘악’의 죽음을 통해 ‘선’의 자유를 회복하려는 내면의 욕망이다. 이번 ‘나는 형제다’는 고연옥 작가의 서사를 연출로 간결하게 묶었음에도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반복적인 대사처럼, 사회적 분노로 근육이 형성되고 자라나는 극적 서사의 무게감은 가볍다. 마치,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해 놓은 극적 장치들이 삶의 테두리 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 콤비의 ‘나는 형제다’의 울림은 크다.

김광보 연출은 전화 통화에서 “고연옥 작가하고 꾸준하게 작품을 해오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 계층 간의 갈등을 주로 다루어 왔다. ‘나는 형제다’ 도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향후 3년의 운영계획에 대해서는 “서울시극단은 시즌제로 운영된다. 창작극개발, 고전극, 가족극(쉽게 보는 셰익스피어)과 창작플렛폼을 통해 신진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와 해외 교류 사업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서울시극단으로 도약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균형 잡힌 연출력으로 한국연극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광보 연출가의 노련함과 무대에서의 매서운 집념이 ‘서울시극단’ 이라는 작품을 들고 시민관객에서 좋은 성적표를 내리라는 기대는 크다. 이번 ‘나는 형제다’ 는 서울시극단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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