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열도의 논픽션 드라마’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에서 방송된 TV 드라마 ‘아내와 함께 비행한 특공대원(사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네티즌들의 분노 섞인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TV 아사히가 ‘전후 70주년 기념 논픽션 드라마’라고 내세우며 지난달 방송한 이 드라마는 일제시대 만주국을 배경으로 자살 특공대 교관 남편을 둔 아내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봅니다.

종전 후인 1945년 8월19일 만주에서 소련군을 상대로 감행한 자살 공격에서 부부가 같은 전투기에 탑승해 사망한 실화를 다룬 논픽션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전범’으로 표현되는 소련군의 총탄에 희생되는 일본인 피난민들의 모습이 나오고,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의 자살 특공대 대원들이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살 특공대 교관은 1945년 8월15일 일왕의 항복 선언 이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군을 무단이탈합니다. 그리곤 항복 선언 4일 뒤인 19일에 자신의 아내를 비행기에 태우고 자살 특공대 공격을 감행합니다. 만주의 일본인을 지킨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말이죠. 남편의 전투기에 기꺼이 동승한 아내의 행동을 궁극의 부부애로 포장했다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소련을 전범이라고 칭하고, 일본 관동군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게 무슨 논픽션이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침략국이 지키긴 뭘 지킨다는 말이냐”거나 “전범국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왠지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담화와 마찬가지로 드라마 역시 역사를 직시하기보다는 껄끄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슬쩍 피해갔다는 것이죠.

부부애와 일본인들의 피해만 부각시켜 일본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호도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런 걸로(드라마로) 역사 배운 일본 애들 유학이라도 가서 일본사 수업 받으면 기분 째지겠다”는 한 네티즌의 비판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합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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