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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디젤차 위기로 확산… 음모론도 횡행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건은 일개 자동차 회사의 문제를 넘어 ‘디젤차의 위기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기세를 꺾기 위한 미국의 ‘공격’이라는 음모론도 등장했다.

현재 디젤차의 중심은 유럽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1000만대의 디젤차 중 750만대 정도가 유럽에서 판매됐다. 지난해 유럽의 신규 승용차 중 디젤차 비중은 53.6%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은 디젤차 비중이 미미하지만, 한국은 유럽을 쫓아가는 추세다. 2010년만 해도 신규 승용차 판매 중 디젤차의 비중은 18.5%에 그쳤으나, 이듬해 20%를 넘더니 지난해는 38.6%, 올 1~8월은 44.1%로 늘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1992년 유로1을 시작으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강화해왔고, 2013년부터는 유로5에 비해 50% 이상 강화된 유로6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2017년 9월부터는 실주행 도로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평가가 도입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2020년까지 낡은 디젤차 도심통행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고, 영국은 디젤차의 런던 도심 혼잡통행료를 2배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조작 사건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친환경 디젤로 불리던 디젤차가 갑자기 대기오염 ‘주범’이 된 것이다. 디젤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NOx) 등을 많이 배출한다. 자동차 정비명장인 박병일씨는 24일 “디젤 차량의 특성상 배기가스가 많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디젤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입 디젤차량들이 이달부터 기준을 강화한 우리나라 환경부의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는 미국의 폭스바겐 리콜 조치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독일 업체들을 겨냥한 의도적 징벌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더불어 미국이 장기적인 자동차 산업 구조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독일·일본·한국 등이 주도하는 내연 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구조를 구글, 애플, 테슬라 등 미국 혁신업체들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차·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배출가스 검사 데이터 조작이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닌 수십년된 관행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업계는 관계당국의 검사 시 배출가스와 연비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법을 찾아 규제를 피하고 당국을 속여 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르틴 빈터코른(68)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3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도영 기자, 배병우 선임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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