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탐정’은 부족한 가장들의 생활잔혹사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인터뷰①)24일 영화 ‘탐정’이 개봉했습니다. 배우 권상우에게는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죠. 그는 ‘탐정’에서 뛰어난 추리력을 갖춘 만화방 주인으로 분해 주특기인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펼쳤습니다. 국민일보가 ‘탐정’을 통해 초심을 찾은 배우 권상우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권상우는 2001년 영화 ‘화산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그런 터라 영화계에 애착이 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권상우에게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가 남다른 감회를 준 듯했습니다. 겸손하게 말을 고르는 호흡에는 당당함도 묻어났습니다. 그간 배우로서도 한층 성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권상우는 ‘탐정’ 크랭크인까지 한 번의 아픔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투자를 받지 못해 촬영을 시작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죠.

“영화가 무산됐을 때도 제작사 사무실에 자주 갔었어요. 감독님, 대표님과 자주 뵙고 어울렸죠. 중국 가서 드라마도 한 편 하고, 영화도 하는 동안 마음속에는 항상 ‘탐정’이 있었어요.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랄까요? 영화가 다시 만들어지게 된다면 반드시 제게 전화가 올 것 같았어요.”

그는 흥행 성적이 좋지는 않았던 영화 ‘통증’ 이후로 4년 만에 영화 팬들 앞에 서는 이 시점을 ‘과도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배우 인생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탐정’이라고 생각한다네요.

“모든 배우가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갈 때 분명 과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결혼하기 전부터 캐릭터 선택에 열려 있기는 했지만,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난 후 시나리오를 받으면 더 애정을 갖고 보게 됐어요. 사실 강대만의 추리력을 높게 평가해서 이 작품을 고른 것은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탐정’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강대만(권상우 분)은 형사계의 ‘레전드’ 노태수(성동일 분)로부터 시종일관 구박을 당합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시당할 때도 있었죠.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서로가 공처가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 또한 ‘탐정’을 볼 때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제가 성동일 선배님을 믿고 갔죠. 누구와 해도 잘 맞춰주시는 분이라 인간적으로도 잘 따르게 되더라고요. 작품이 끝난 뒤에도 자주 뵐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성동일 선배님께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성동일)선배님만의 호흡법과 표정이 강대만의 깐족거림을 더욱 재밌게 완성시켜준 것 같아요. 선배님의 내공에 놀랐습니다.”

성동일은 지난달 열린 ‘탐정’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술을 생전 입에도 대지 않는 권상우가 술을 마셨다”고 증언했는데요. 그만큼 ‘탐정’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듯합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2㎏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것 밖에 안 쪘냐”고 물으니 “제게 2㎏은 무척 크다”며 펄쩍 뛰더군요. 자기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운 반응이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에요. 맥주는 배가 부르더라고요.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맥주 한 잔 하면 쓰러져 자는 스타일이었는데, 30대 들어서는 조금 먹는 편이에요. 지방 촬영할 때는 합숙 분위기다보니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을 때 반주 느낌으로 한두 잔 했죠. 성동일 선배님이 맛있는 것들을 공수해 오시면 방으로 다 불러서 같이 먹곤 했어요. 술자리를 무척 좋아하시는데, 그런 자리에서도 강압 같은 것이 없어요. 제가 잠이 들더라도 ‘상우야, 들어가서 자’라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고요.”

주연 배우로서 권상우가 꼽는 ‘탐정’의 명장면은 배우 오정세가 카메오로 출연한 부분이라는데요. 이 영화에서 거창한 메시지 보다 ‘부족한 가장들의 생활 잔혹사’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답변인 듯했습니다. ‘탐정’을 보는 관객들이 전부 영화 속 강대만 같지는 않겠지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니까요.

그는 이 영화의 매력을 “추리물과 코미디의 균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초반에는 ‘망가진’ 권상우와 ‘안 망가진’ 성동일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폭소가 터지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추리에도 무게가 실립니다.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본 것 같다는 관객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하네요.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찌됐든 4년 만에 영화 복귀인지라 흥행 측면에서 기대감이 클 듯했습니다. 권상우는 “그냥 감독님, 선배님과 2편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더 비기닝’에서 다룬 범죄 말고도 너무 많은 기술과 사건들이 있기 때문에 잘 조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며 2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탐정’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고 있는 그에게 “‘런닝맨’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니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웃더군요. “그런 말들이 힘이 된다”고 합니다. 아직 두 아이에게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네요.

권상우는 “개봉날 ‘해피투게더3’가 방송해요. 영화를 위해 저를 던졌어요. 다 쏟아 붓고 나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본방 사수를 할 수밖에 없었죠.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100원 짜리 동전을 콧구멍에 밀어 넣고, “극장으로 따다와(따라와)!”라고 말하는 권상우에게서 신인 배우의 열정이 엿보였습니다. 최근 예능으로 빛을 본 배우들이 많은지라 슬쩍 그런 욕심은 없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런닝맨’ 방송 직후에, 결혼할 때 빼고 이렇게 오랫동안 제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있는 것을 처음 봤어요. 예능의 힘이 옛날보다 세진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연기 생활에 예능의 힘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해 보이는 배우, 권상우의 답변을 듣고 나니 ‘탐정’ 이후 그의 행보까지 기대가 됐습니다.





에필로그. 이 부분에는 ‘탐정’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탐정’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목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도 속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권상우는 “사실 그 뒤로 좀 더 있었다”며 즉석에서 연기를 펼치더군요.

“재미있긴 했지만 관객 입장에서 지루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빠진 부분이긴 한데, 마지막 장면에서 성동일 선배님과 제가 잘 차려입고 탐정 사무소 전단지를 뿌려요.”

노태수 : 참, 너 그런데 와이프한테 얘기 했니?

강대만 : 아뇨, 아직… 지금 얘기해야 될까요? 일단 돈부터 벌고…

노태수 : 그치?

강대만 : 아, 그런데 이러다 걸리면 데미지가 좀 클 텐데…

노태수 : 아이C, 어쩌자는 거야!

강대만 : 아, 왜 저한테 신경질 내고 그러세요?

“그렇게 전단지를 돌리다가 누가 버리고 가면 화도 내고, 성동일 선배님께서 저보고 ‘야, 주워와!’라고 시키기도 하시고. 아무튼 끝까지 웃겼어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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