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말죽거리 잔혹사’ 뛰어 넘고 싶어요”...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인터뷰②)“‘탐정’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권상우씨, 동갑내기 때로 돌아갔네’라는 말을 들었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관객들이 제게 바라는 지점이 어떤 것인지 분명해졌죠. ‘탐정’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영화배우’ 권상우의 최고 흥행작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입니다. 당시 5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권상우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죠. 툭 치면 눈물이 쏟아질 듯 감성적인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번지는 순간의 반전 매력 때문일까요? 이후 십수 년간 다양한 배역을 맡았지만, 대중은 그의 코믹 연기를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듯합니다. 권상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정석적인, 스탠다드한 역할이라고 할까요? 그런 역할은 저보다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태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를 보면 ‘통증’의 남순, ‘포화 속으로’의 갑조, ‘청춘만화’의 지환이처럼 자세히 볼수록 조금 정석에서 어긋나 있어요. ‘신부수업’의 규식도 올바르게 신부가 된 인물은 아니고요. 그렇게 빈 공간이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요. 부족한 부분을 저만의 것으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24일 개봉한 ‘탐정 : 더 비기닝’에서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권상우는 종종 발음에 대한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단점을 거론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도 소신을 분명히 밝히더군요. 권상우가 그동안 배우로서 겪었을 고민의 시간들이 느껴졌습니다.

“배우가 작품 할 때 자신감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완벽할 수는 없지만 좋은 감성과 센스를 갖고 있는 배우라는 자신감으로 지금까지 일했죠. 제게 단점이 있는 대신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도 많이 있어요. 배우는 불완전한 존재고, 작품 속에서 이 불완전함이 깨질 때 나오는 의외의 모습을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탐정’에서는 강대만 역할에 맞는 가벼운 톤의 연기를 한 것처럼, 멋진 역할을 맡는다면 제가 가진 가장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죠. 제 앞의 작품으로 차근차근 단점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불편한 얘기를 듣더라도 작품의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말만 들어도 감사해요.”

권상우의 최고 흥행작이 ‘동갑내기 과외하기’라면, 대표작은 ‘말죽거리 잔혹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몸짱 열풍과 함께 영화 속에서 드러난 권상우의 근육질 몸매도 크게 돋보였죠. 그렇지만 이후로 권상우의 액션 연기를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원체 운동을 좋아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배우인지라 몸은 준비돼 있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해 보는 것이 현재 목표라네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어요. 시간 나면 영어 학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킥복싱 체육관에 다녔고, 초등학교 때도 태권도를 배웠어요. 하도 싸우고 다니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도복을 다 찢으시기도 했죠. 지금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무리해서 몸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 생활 리듬의 일부분이에요. 스스로는 대한민국에서 액션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보여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못 만난 것 같아요. ‘말죽거리 잔혹사’가 제 최대치로 여겨지는 게 아쉬워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작정하고 만들어진 몸과 액션을 선보이고 싶어요.”

‘탐정’ 이후 어떤 작품으로 권상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물으니 내년 봄까지는 중국에서 작품을 할 예정이라네요. 2016년에는 꼭 영화를 찍고 싶다는데요. 영화로 이름을 알린 배우인만큼 앞으로는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권상우가 출연한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의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소위 ‘감독빨’을 받고 시작했던 작품은 거의 없었죠. 이번에 그가 만난 김정훈 감독 역시 ‘쩨쩨한 로맨스’ 이후 5년간 ‘탐정’을 준비해야 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권상우는 이에 대해 “내가 알아보는 좋은 감독들과 힘겹게 영화를 찍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더 큰 쾌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훈 감독님도 고생 많이 하셨고, 저도 전작이 잘 되진 않았고… 영화를 찾아서 해야 했으니 리즈시절(전성기) 같진 않았죠. 성동일 선배님은 원체 다작하시는 분이긴 하지만. 저희 셋이 만났을 때 매우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잘해보자는 마음이 강했죠.”

“제작사 대표님과 ‘쎄씨봉’, ‘베테랑’ 뒤풀이 자리에 갔던 적이 있어요. 우리들끼리 앉아 있는데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집에 와서 한동안 잠을 못 이뤘어요. 내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그렇게 잘 되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해 봤다는 권상우의 고백에는 소년의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권상우가 “인터뷰 오기 전에 룩희 스쿨버스 태워 보내고, 리호 기저귀 갈고, 쓰레기봉투 들고 나왔다”고 말하니 친근함까지 느껴집니다. 오늘은 음식물 쓰레기가 없어 다행이라네요. ‘탐정’에서는 이 같은 권상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다음 작품은 근사한 액션 영화가 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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