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사도 천만 욕심? 불손한 생각”…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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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56) 감독은 유독 사극과의 인연이 깊다. 연산군 이야기를 다룬 ‘왕의 남자’(2005)로 일찌감치 1000만 위업을 달성했다. 아픈 기억도 있다. 자신만만했던 ‘평양성’(2010)으로 흥행 참패를 맛봤다. 이후 감독 은퇴 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쟁이가 영화를 떠나 살 수 있나. 절치부심한 그는 ‘소원’(2013)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엔 작정한 듯한 작품을 내놨다. 전통사극을 표방한 ‘사도’에서 본인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많이 힘들었죠. 은퇴도 하고 왔잖아(웃음). 근데 그게 다 약인 거 같아요. 골짜기가 깊어야 봉우리가 높다는 말이 있듯이 실패를 통해 얻는 교훈이 있으니까요. 실패는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돼요. 처음에는 거부하려고 자기정당화에 변명만 늘어놓지만 어느 순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와요. 그 다음에는 반성하고 개선을 하게 되죠.”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속이야기를 털어놨다. ‘실패’라는 표현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연출인생 2막을 연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거기서 얻은 교훈은 사도를 만들 때 물론 적용했다. 이준익 감독은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몰고 가는 것보다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가지런하게 이어가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사도와 그를 둘러싼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을 촘촘히 하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예전에는 사건 대 사건의 개연성을 맞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지금은 하나의 사건 속 인물 감정을 촘촘하게 메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도라는 작품 성격에 딱 들어맞는 접근이었다.

사도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아버지 영조(송강호)의 눈 밖에 난 아들 사도세자(유아인)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는 8일간의 기록을 그렸다. 누구나 아는 비극적인 역사다. 숱한 작품에서 다뤄진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안에 얽히고설킨 심리 갈등에 집중한 경우는 드물었다.

“일반적으로 알잖아요. ‘미쳐서 주변 사람 죽이고 난동을 부려 아버지가 뒤주에 가둬 죽였다.’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거잖아요. 근데 사도가 왜 미쳤는지는 아나? 잘 모른단 말이죠. 원인 없는 결과는 없거든. 원인을 찾아보니 영조라는 존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더라, 그래서 (영화에서) 영조는 왜 그랬는가에 대한 얘기를 반복적으로 한 거예요.”

이준익 감독이 본 영조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자신의 결함과 결핍을 메우려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가혹한 인간이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문제는 타인에게까지 엄격했다는 것. 그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타인에게는 관대한 게 가장 이상적인데 영조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며 “오기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고 해석했다.

“자기가 오기에 묻히니까 사도가 오기로 보인 거예요. 모든 현상은 자기 눈으로 보니까요. 근데 엄밀히 말하면 사도는 오기를 부린 적이 없거든. 나는 영조의 오기 때문에 사도가 삐뚤어졌다고 생각해요. 요새 말로 오기의 끝판왕이죠(웃음).”

전통사극으로 밀고 나간 데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전통사극이 아니면 이 영화를 찍지 말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퓨전사극으로 만드는 건 영조, 사도, 그리고 정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이 땅에 없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사도세자 이야기를 하면서 픽션을 가미하고 스펙타클한 장면을 넣는 건 선조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전통사극을 택했어요. 정성껏 모시려고, 그렇게 한 거예요.”

이토록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데 개봉 전 이준익 감독은 “기대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대체 왜 그랬던 것이냐 묻자 그는 “옛날에 기대하라 그랬다 망한 적이 많아서”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상처가 많아요. 이번에는 상처를 안 받으려고(웃음).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가 또 은퇴하라고? 상처 안 받을래.”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은퇴까지 한 사람이잖아.” 이준익 감독은 장난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는 대체 왜 그랬냐고 다시 물었다. “그냥 객기 부리다가 제 발이 지가 꼬인 거지.” 그는 이를 훤히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요. 의지대로 되지 않아 좌절했다면 그 책임은 져야죠. 괴로워하고 힘들어해야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겠노라고 기대와 희망을 줘놓고 그걸 저버린 거잖아요. 핑계를 댄다거나 가볍게 여긴다면 무책임한 인간이 되는 거죠.”

다만 사도를 놓고 흥행 욕심을 내고 싶진 않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천만을 기대하냐고 예상 스코어를 물어본다”며 “하지만 이 소재로 그런 말하는 건 굉장한 결례인 것 같다. 너무나 불손하고 예의 없는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은퇴는 망언이었지. 다시 할 걸 뭐 은퇴한다고…. 옹졸한 인간의 오기, 내 안에 영조가 좀 있나봐(웃음).” 다행히 은퇴 해프닝은 또 없을 듯 하다.

차기작 개봉 일정도 벌써 잡혔다. 오는 12월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그린 ‘동주’를 선보인다. “동주 때 또 봅시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눈 인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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