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메이즈러너2’에는 왜 메이즈(미로)가 없을까 기사의 사진
영화 ‘메이즈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메이즈러너2’)이 주말에 5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쟁쟁한 기대작들이 즐비한 추석 극장가에서도 선전한 셈입니다. 280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만큼의 성적도 기대되는데요. 1편은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의문의 장소로 보내진 소년소녀들이 생존을 위해 ‘글레이드’라는 미로에서 벌이는 고군분투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메이즈러너2’에는 미로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제목에 떡하니 ‘메이즈(미로)’가 들어가 있다보니 다소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메이즈러너2’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기억이 삭제된 배경을 공개하면서 이 구조를 꾸민 것이 ‘위키드’라는 조직임을 밝힙니다. 1편에서 미로를 탈출한 이들이 다시금 이 조직의 마수에 걸려들게 되는 상황입니다. 감염되면 ‘크랭크(좀비와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합니다)’로 변하는 ‘플레어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위키드’는 살아남은 아이들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공익’이라는 미명으로 말이죠.

아이들은 규칙적으로 변화하는 미로를 벗어나기 위해 미로의 움직임을 그대로 체화한 채 정해진 패턴대로 생활해 왔습니다. 이들은 가까스로 미로를 벗어났지만, ‘위키드’를 피해 도망치다 보니 플레어 바이러스 때문에 폐허가 된 도시 ‘스코치’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들 앞에는 모래와 돌 말고는 없죠. ‘위키드’에게 맞서든, 그들을 피해 줄행랑을 치든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합니다. 차라리 삼시세끼 식량이 제공되고 때맞춰 미로에 들어가기만 하면 됐던 시절이 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스코치란 ‘위키드’보다도 더 거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겠네요. 미로를 벗어나니 더 거대한 미로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죠. ‘위키드’로부터 벗어난다고 해도 이후의 생존 역시 온전히 아이들의 몫입니다. 전작보다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준비 없이 어른이 됐고, 그런 채로 세상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메이즈러너’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계 배우 이기홍과 ‘러브 액츄얼리’의 그 꼬마,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 등 친근한 얼굴은 물론이고 ‘미로보다 더 큰 미로’를 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거리죠. 그러나 전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면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인류의 희망’이라는 무거운 수식을 달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와도 비슷한 아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할 것 같네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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