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바로 오늘이 26년 전의 미래… 백투더퓨처와 시카고 컵스 기사의 사진
영화 백 투 더 퓨처 2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시간여행으로 도착한 미래에서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알린 홀로그램 뉴스를 보고 놀라는 장면.
할리우드영화 ‘백 투 더 퓨처 2’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1989년 개봉한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입니다.

‘백 투 더 퓨처’가 그린 미래는 체형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옷을 입고, 대형스크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안경으로 가상공간을 체험하고, 거리에서 3차원 입체(3D) 홀로그램으로 뉴스를 전하거나 영화를 홍보하고,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입니다.

26년 전 가능했던 상상력을 모두 동원한 셈이죠. ‘백 투 더 퓨처’를 연출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상상했던 미래, 그리고 당시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던 미래의 시점은 2015년 10월 21일, 바로 오늘입니다.

영화 속 첨단기술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습니다. 개발은 끝났지만 상용화할 수 없는 기술들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대부분 익숙한 기술들입니다. 영상통화, 가상체험 안경, 3D 그래픽의 기술은 영화 속 미래보다 훨씬 혁신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영상보기] 영화 ‘백 투 더 퓨처 2’가 그린 2015년 10월 21일의 미국


하지만 이런 상상력만으로 이루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야구팬들에게 ‘백 투 더 퓨처’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손꼽히는 시카고 컵스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 바로 그것입니다.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100년 넘게 정상을 탈환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하게는 1909년부터 2014년까지 106년의 세월을 무관으로 보냈습니다. 컵스가 우승할 때 한반도는 조선(1392~1910년)이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발발하지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1926년생)이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컵스의 우승 탈환은 할리우드영화에서 등장인물의 간절한 염원이나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감독의 위트를 담아서 말이죠. ‘백 투 더 퓨처’에서 미래로 떠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컵스의 월드시리즈 스윕’이라는 홀로그램 뉴스를 보고 놀라는 장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상보기] 시카고 컵스의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예상한 ‘백 투 더 퓨처 2’의 장면


그런 컵스가 거짓말처럼 영화 속 미래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컵스는 지금 월드시리즈의 문턱까지 다가갔습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와 싸우고 있습니다. 챔피언십시리즈는 7전4선승제입니다. 여기서 승리하면 내셔널리그의 정상을 밟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 월드시리즈입니다. 저메키스 감독이 장난스럽게 그렸던 영화 속 미래는 이제 눈앞에 있습니다.

컵스는 페넌트레이스에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에 머물렀습니다. 97승 65패 승률 0.599의 좋은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지만 메이저리그 30개 팀을 통틀어 승률 1, 2위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승률 0.617), 피츠버그 파이리츠(승률 0.605)와 같은 지구에서 경쟁해 3위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 달랐습니다. 컵스는 단판승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를 4대 0으로 격파했고,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3승1패로 이겼습니다. 컵스의 돌풍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4개 팀 모두에 각각의 사연은 있지만 컵스처럼 오랜 세월 무관의 아픔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하고 70년 동안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넘어선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컵스의 입장에선 월드시리즈 우승만큼이나 챔피언십시리즈 승리도 간절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컵스는 지난 18~19일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 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 원정경기와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3차전 홈경기에서 메츠에 연패를 당했습니다. 이제 1패만 더하면 탈락합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과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이미 컵스의 탈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됐던 에이스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마저 2차전에서 무너져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전망엔 암운이 드리워졌습니다.

반격할 여지는 남았습니다. 챔피언십시리즈 3~5차전은 컵스의 홈 3연전입니다. 컵스가 안방 관중들 일방적인 응원과 간절한 염원을 등에 업고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승세를 앞세워 6~7차전 원정경기까지 승리해 리버스 스윕까지 할 수도 있겠죠.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야구는 아무도 모릅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맥플라이가 미래에 도착한 시점은 정확하게 2015년 10월 21일 오후 4시29분입니다. 한국시간으로는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22일 오전입니다.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5시29분, 서부시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오전 8시29분입니다. 컵스의 팬들은 4차전에서 승전보를 띄우길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메츠가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컵스가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승승장구하는 역전의 기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컵스의 올 시즌은 ‘백 투 더 퓨처’와 함께 야구팬들 사이에서 영원히 거론될 겁니다. 그 기억이 컵스 팬들의 환희든 좌절이든 말이죠.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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