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더 폰’의 액션에는 감정의 충돌이 있죠”…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이동희 기자
(인터뷰①)이경영·오달수·유해진을 잇는 ‘다작 요정’계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가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배성우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철종 역으로 영화 팬들의 눈을 사로잡더니, 최근 몇 년 새 굵직한 작품 속 비중 있는 조연으로 요정계에 안착했습니다. 작품 수로만 따지면 선배 요정들보다는 적지만 매번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니 ‘신스틸러’라는 수식도 아깝지 않죠. 이번에는 영화 ‘더 폰’에서 범죄자가 되고 마는 전직 경찰 도재현으로 분했다네요. 그가 말하는 ‘더 폰’과 도재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영화는 갑작스런 태양의 폭발 때문에 시공간의 왜곡이 일어난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인 타임슬립을 다뤘죠. 변호사 고동호(손현주 분)는 정치계 거물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하다가 보복을 당해 그의 아내 조연수(엄지원 분)를 잃게 됩니다. 망연자실한 채로 딱 1년이 흐른 2015년, 고동호는 죽은 아내의 전화를 받습니다. 아내가 죽던 날을 다시 살게 된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내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죠.

배성우가 연기한 도재현은 이 일그러진 시공간 속에서 조연수의 생사를 두고 고동호와 맞서게 됩니다. 도재현은 죽이려 하고, 고동호는 살리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바늘 위를 달려야 하니, 시간 감각을 붙잡는데도 무척 공을 들였을 듯했습니다.

“영화에 속도감이 필요해서인지 편집상 이야기가 꽤 빠르게 진행됐어요. 2014년과 2015년에 벌어지는 일들이 한 사건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이 잘 따라가야 할 텐데, 싶기는 하더라고요.”

도재현이 처음으로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은 고동호의 아내 조연수가 살해된 지 1년이 지난 때입니다. 그의 전사는 ‘더 폰’에서 크게 돌출되지는 않죠. 그래서인지 캐릭터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워 나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 수수께끼의 인물이라는 느낌도 배가됐죠.

“도재현은 자신이 경찰이었다는 것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어요. 영화 중간에 자신더러 ‘반장님이라고 불러’라고 요구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요. 지하 세계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많이 상해하기도 하고요. 도재현을 사주한 사람이 고위 경찰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도재현도 그와 함께 하다가 비리에 연루돼 경찰직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전사가 이 영화에서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에 몰입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의 뒤에서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전직 경찰이자 딸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인 도재현을 두고 ‘생활형’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스릴러 장르에서 감정이 없는 싸이코패스형 범죄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에 비해 차별화된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도재현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재력과 권력을 모두 갖춘 절대악도, 세상에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도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가 아니라 그야말로 생활형 범죄자잖아요. 생활형이라 함은 자신도, 가족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하는 거죠. 도재현은 2014년을 연기할 때는 쫓는 입장이다가 2015년에는 그 반대가 되잖아요. 남을 위협하다가 자신이 위험에 빠지면서 악에 받쳐 행동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들이 튀어 나와요. 또 이 캐릭터는 범죄와 가장 가까운 일을 했던 사람이라 누군가를 괴롭힐 때 기술적인 면이 부각돼요. 그런 면들이 제게는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확실히 범죄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면 좀 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재현도 상황에 쫓기는 인물인지라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도재현이 살인을 즐기는 인물이었다면 그를 측은하게 바라볼 일은 없었겠지요. 그와 똑같이 살기 위해 죄를 지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배성우는 이에 대해 “그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안 하겠죠. 현실적으로 도재현의 행동은 이해받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저는 도재현을 연기하는 배우니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 아주 가볍게 이야기하면 ‘나도 좀 먹고 살아야 되겠다’라는 느낌이죠. 실제 범죄자들은 ‘먹고 사는’ 범위에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까지 포함되니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배성우가 본격 액션을 시도했던 작품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몬스터’입니다. ‘더 폰’에서도 살벌한 몸싸움이 벌어지죠.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등 다치기도 했다네요. 그러면서 자신이 두 영화에서 선보인 액션의 결이 조금은 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폰’에서는 때리고 맞고의 합을 맞추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때리기 위해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집중했어요. 대사를 치듯이 액션을 해야 했죠. ‘몬스터’에서는 고수들의 맞붙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이 강조됐었는데, ‘더 폰’에서는 감정의 충돌이 중요했습니다. 아까 말했던 ‘생활형’이라는 말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도재현은 경찰 출신이니까 상대를 제압하는 부분에 있어서 테크니션이잖아요. 그야말로 기술적인 액션을 하는 인물인데 여기에 감정을 담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많이 고민해야 했었죠.”

그의 말대로 ‘더 폰’의 액션은 시원한 타격감보다 몸의 뒤엉킴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유독 도재현이 등장인물들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많은 까닭도 그 때문인 듯합니다. 배성우는 자신이 특히 목을 많이 졸랐던 손현주의 액션에 연신 엄지를 치켜 올렸습니다.

“손현주 선배님은 주로 제게 당하는 쪽이셨잖아요. 그런데도 액션을 정말 잘 소화하셨어요. 촬영을 하다가 ‘내가 진짜 아프게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으시냐고 물어봤을 정도였어요. 특히 카메라 각도 제대로 충격이 가해져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집 안에서 붙는 장면이 많아서 위험했죠. 선배님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톱이 빠지기도 하셨어요. 이렇게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현장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더 폰’에서 배성우는 등장인물들의 목을 거의 한 번씩은 졸라 본 것 같은데요. 유달리 눈에 띄었던 것은 그가 목을 조를 때마다 손목에서 감겨 있던 가죽끈을 ‘촥!’하는 소리와 함께 꺼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덕에 영화를 보는 내내 목 졸리는 인물들의 생사를 걱정하게 될 정도로 실감나는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가죽끈은 끝 부분에 자석을 붙인 건데, 좀 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직접 조를 때는 고무줄 같은 것으로 대체했죠. 너무 당기면 위험한데 덜 당기면 영화가 느슨해 보이니까, 끝까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힘 조절을 했습니다.”

인물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잡는 장면이 많은 ‘더 폰’에서 좀처럼 깜빡이지 않는 배성우의 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본래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 줄 알았더니, 연기를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었다네요.

“어떤 장면에서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눈을 깜빡거려야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왠지 깜빡거리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장면이 많더라고요. 그렇다고 너무 힘주면 가짜 같고. 클로즈업도 있다 보니 어느 정도는 생각을 했던 점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재현이 22일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SF 거장 리들리 스콧의 신작 ‘마션’과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고 있을 만큼 반응도 좋습니다. 처음 맡은 주연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주연작 가운데서는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의 이름 앞에 ‘다작 요정’ ‘명품 조연’ ‘신스틸러’ 말고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이 추가되지 않을까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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