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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우 “‘길태미’ 박혁권, 화장품 CF 찍으면 샘나서 어쩌죠?”…kmib가 만난 스타

배성우 “‘길태미’ 박혁권, 화장품 CF 찍으면 샘나서 어쩌죠?”…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이동희 기자
(인터뷰②)낮고 조용하지만 풍성하게 공기를 울리는 목소리. 말을 할 적에는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는 진중함. 그러면서도 아슬아슬한 질문을 굳이 피하지 않는 담대함. 굳게 닫혀 있다가도 종종 예쁜 호선을 그리곤 하는 입매. 좋아하는 배우가 같다고 말하자 동그랗게 커졌던 눈이 이내 부드럽게 휘어집니다. 스크린 바깥에서 인터뷰를 하며 느낀 배우 배성우의 매력입니다. 어디서든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감초 조연’에서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배성우로부터 영화 취향부터 최근 화제가 된 예능 이야기까지 들어봤습니다.

먼저 2015년 들어 ‘제2의 이경영’ ‘다작 배우’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을 그에게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배역이 매력 있다면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죠. 사실 다작은 작년에 많이 했어요. 올해는 ‘더 폰’이나 ‘특종 : 량첸살인기’, ‘오피스’에서 맡은 역할이 분량도 많고 중요도도 높아서 부각됐던 것 같아요. 또 ‘베테랑’은 크게 흥행한 작품이라 더 시선이 집중됐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에요. 겁도 많이 나고.”

‘오피스’의 김병국 과장이나 ‘더 폰’의 도재현이 너무 강렬했었는지, 배성우 하면 ‘무섭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그는 이에 대해 “유쾌하게 표현된 역할이 오히려 더 많았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나 ‘오피스’ 때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자아가 너무 약해서 무서워진 케이스도 있고, ‘더 폰’의 도재현은 능동적이고 자아가 강해서 무서워졌던 것 같아요. ‘특종 : 량첸살인기’도 사실은 선량한 형사거든요.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들은 공포심이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역할이 더 많아요.”

배성우는 상기한 역할 말고도 많은 영화 팬들의 뇌리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들을 연기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선호하는 느낌의 배역이 있냐고 물으니 “선과 악, 묵직함과 가벼움 전부 섞여 있는 인물이 좋다”네요. 한편으로는 워낙 뚜렷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다보니 몰입을 했다가도 빠져 나오기 힘들지는 않았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연기하는 순간 몰입을 하고 잘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어쨌든 배역 바깥에는 저라는 사람이 있고, 제가 스스로를 아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이 장면은 잘 붙었다. 여기는 잘 안 붙었네’라는 느낌을 항상 가지고 가죠.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이에 집중력이 좋은 편이냐고 물으니 “그 반대라서 더 순간 몰입을 하는 편이다”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영화 취향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역할을 선호하는 만큼 영화도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화는 금세 빈틈 없이 꽉 찼죠.

“사람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표현된 영화, 결이 입체적인 인물에서 재미를 느껴요. 그만큼 삶에 대한 고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 본 영화 가운데서는 베넷 밀러 감독의 ‘폭스캐처’가 그런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열거했는데요. 로버트 드 니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브루스 윌리스 등을 언급했습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인상적 연기를 펼쳤던 ‘마스터’를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자 자신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더군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나온 ‘카포티’ 보셨어요? ‘폭스캐처’ 감독이 ‘카포티’도 만들고, ‘머니볼’도 만들었잖아요.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도 좋아해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연기까지 잘 하지, 재수 없게. 또 브루스 윌리스도 멋있죠. 액션도 액션이지만 연기가… 본인의 매력이 뭔지 너무 잘 알고 역할 분석도 잘 되는 배우 같아요.”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격정 로맨스, 순애보, 로맨틱 코미디 중 어떤 장르가 좋겠냐고 물으니 한참을 생각에 빠집니다. “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연극 할 때는 멜로도 많이 했었어요. 연극 ‘클로저’를 2007년부터 다섯 번은 했던 것 같아요. 멜로라고 잘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참 독한 사랑 이야기죠.”

현실적인 남녀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기에 그가 오 반장 역으로 출연한 ‘특종 : 량첸살인기’의 노덕 감독 전작 ‘연애의 온도’를 말했습니다. “너무 재밌게 봤다”며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맛깔스러운 느낌이 나는 작품이라나요.

영화 이야기는 이내 배우 이야기로 흘렀다가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들 정도였죠.

이처럼 연기와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영화를 사랑해 온 그이지만 사실 영화계 데뷔는 늦은 편입니다. 무명 시절도 길었죠. 그런 배성우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포털 사이트 영화인 검색어 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이 사실을 귀띔하니 “대체 왜 그런 것이냐”고 반문하더군요. 아직까지 인기가 실감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최근 그가 출연한 KBS 2TV ‘해피투게더’의 영향도 있었을 듯했습니다. 정작 배성우는 방송 날 까무룩 잠이 드는 바람에 전부 보지는 못했다네요.

방송 내용 중 가장 많이 회자됐던 것은 그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 했던 사연이었습니다. 통장 비밀번호까지 입력했지만 잔고가 3000원이어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나요. 이를 언급하면서 언제부터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물었습니다.

“사실 그때 잠깐 잔고가 없었던 것이지, 그렇게까지 빈곤하게 살진 않았어요. 저도 통장에 돈이 충분히 있는 줄 알았다면 비밀번호를 써 넣진 않았을 거예요. 조금 있는 것을 아니까 부담 없이. 귀찮으니까 ‘알았어, 줄게.’ 이런 느낌이랄까요? (웃음) 연극과 뮤지컬을 할 때도 윤택하지는 않았지만 재정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몸담고 있던 학전 극단은 관객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는 월급조로 개런티가 지급되거든요. 좋은 시스템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구조기도 하고요.”

해당 방송에서는 친동생인 배성재 SBS 아나운서와의 전화 연결도 화제가 됐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조카를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왠지 명절날이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지겨운 질문을 하는 것 같아서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아껴 뒀습니다. 다만 그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결혼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며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해 웃음을 줬습니다.

배성우는 ‘해피투게더’에서 김희원, 박혁권과 친한 사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박혁권이 출연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봤냐고 물었죠. 박혁권은 이 드라마에서 길태미·길선미 1인 2역을 소화하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길태미를 연기할 때 보여준 독특한 메이크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육룡이 나르샤’는 못 봤어요. ‘길태미 나르샤’는 봤죠. (웃음) 너무 재밌었어요. 본방을 보지는 못 하지만, 혁권이 형 나오는 부분을 꼭 보고 싶어서 찾아 봐요. (박혁권은)캐릭터를 맡으면 까다롭게 접근하는 편인데다가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을 맡아서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왔죠. 걱정되는 건 그 형이 화장품 광고를 할 까봐. 그것도 ‘남자의 피부’ 이런 광고 말고 색조 화장품 광고를 할 것 같아서. (웃음) 그러면 샘이 나서 어떻게 하죠?”

절친한 동료들이 TV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보니 배성우도 예능이나 드라마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 중이지만 TV 쪽에 전혀 생각이 없다거나 하진 않아요. 재미있는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을 만날 수 있다면 매체는 상관없습니다.”

더 많은 작품, 더 다양한 경로로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돌려 달라고 성토했던 그 시계의 행방을 물으니 웃으며 손목을 들어 보였습니다. “너무 좋아요, 이 시계.”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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