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검은사제들’은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퍼스트룩 제공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의 두 번째 랑데부로 주목 받은 하반기 최고 기대작 ‘검은 사제들’이 지난 5일 개봉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 ‘사제’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죠.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미 7일 47만1천376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영화 속 위험에 빠진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신부, 김윤석과 국민일보가 만났습니다. ‘타짜’의 아귀나 ‘황해’의 면가, ‘화이’의 석태 같은 강렬한 캐릭터들이 먼저 떠올라 조금은 무섭더군요. 저도 모르게 그와 떨어진 자리에 앉았나 봅니다. 그러니 “가까이 앉으세요! 무서워서 그러지!”라는 농담이 돌아옵니다. 덕분에 다소 긴장됐던 분위기도 부드럽게 풀어졌죠.

“‘내부자들’ 시사 안 갔어요? 가위바위보 져서 여기 왔구나!”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는 따뜻함과 유머러스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김윤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은 필요한 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능력이었죠. 특히 연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할 때 이 같은 능력이 빛을 발하더군요. 풍부한 예시와 적확한 단어 선택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일문일답을 통해 여러분도 김윤석의 매력을 확인해 보시죠.

- 이번 작품은 마음에 드나요.

“백퍼센트 마음에 드는 것이 있겠냐만은 반응이 좋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또 신선한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요.”

-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라는 인물은 신부임에도 깡패 같은 부분이 있잖아요. 캐릭터를 구축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김신부는 의심과 믿음을 동시에 획득해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가 입고 있는 신부복은 양면을 지닌 동전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신부복에서 로만칼라를 딱 떼면, 겉모습은 조폭과 크게 다르지 않죠. 새까맣고. 좀 덩치가 있는 신부님이라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김신부는 믿음이 가는 사제이면서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중간에 보면 제가 신부복을 벗고 런닝셔츠 차림을 하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몸이 검은 반점들로 물들어 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미 악령에 물든 사람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도록 양면성을 담으려 했어요.”

- 그러면 이런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인간적인 면이에요. 김신부는 굉장히 껄렁껄렁하고 불친절하잖아요. 최부제를 대할 때도 ‘그래,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같은 따뜻한 모습보다는 ‘집은 어디고~ 땅값 많이 올랐겠네~ 아버지는 뭐하시고?’ 같이 퉁명스럽고. 너무 멀고 높은 존재가 아니라 대중 곁에 가까이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 김신부 역할에 캐스팅된 것은 장재현 감독의 주장이 컸다던데.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에 나를 원하겠거니, 했죠(웃음). 이 영화에서 감정의 동요는 최부제(강동원)와 영신이 일으키는 것이고, 김신부는 바윗돌처럼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예식을 집행해야 했는데요. 제게서 그런 내면의 힘을 봤던 모양이죠. 또 모습에서 좋든 나쁘든 인간적인 느낌이 나야 했고, 캐릭터와 나이대도 비슷하고.”

- 이 영화의 전신 격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봤는데, 여기서의 김신부는 직업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에는 그보다 감정이 실려 있더라고요.

“‘12번째 보조사제’의 김신부인 박지일 형과 정말 친해요. 그 형도 너무 훌륭하게 잘 하셨죠. 장편으로 가면서 좀 더 인간적인 모습, 갈등이나 위협적인 부분들을 강조해달라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어요. 단편에는 없던 ‘김신부는 교단의 깡패 같은 사람’이라는 베이스가 장편에 들어온 거죠.”

- 최부제 역의 강동원과는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요.

“제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유해진하고 4번 하고, 김상호와 5번, 하정우와도 2번을 했는데 이런 질문 한 번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강동원하고만 하면 어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죠. 술 마시기는 더 편해졌지만요.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도 하고. 브로맨스로 엮이는 건 좀 그만해 줬으면 좋겠어요(그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달수랑 한 번 해야겠다. 브로맨스를(웃음).”

- 강동원과 함께 했던 ‘전우치’도 퇴마 소재인데, 다른 점이 있었나요?

“‘전우치’는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이야기죠. 도술도 부리고 하늘도 날고. ‘검은 사제들’은 이와 다르게 ‘땅에 딱 붙어 있는 이야기’예요. 영화 속 제 사부인 정신부가 아무도 모르는 병실에서 초라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김신부가 얼마나 흔들렸겠어요. 허망하고, 허무하고. 독립군 유공자 이야기라고 생각해 봅시다. 평생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한 분들 중 일부는 굉장히 가난하게 살고 계시잖아요. 결국 이 영화도 우리들의 이야기예요.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을 다룬 것이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기형적으로 팽창한 도시 서울, 그 가운데서도 명동 한복판에도 사제들이 활동하는 어두운 틈새가 있어요. 사람들은 그 밖의 찬란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곳에만 있으려고 하지만 그 틈의 어둠이 항상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 우리의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영화 속 영신이 했던 것과 같은 고결한 희생이 있어야 세상이 좋아지지 않겠어요. 극 중 나오는 라틴어나 중국어도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굉장히 직접적이고 섬찟한 대사들이 많은데 강동원의 미모에 가려서 그런 게 다 희석되는…(웃음)”

- 김신부 캐릭터를 하고 난 후 역할에서 빠져 나오는 데 힘들지 않았나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이 이야기의 테마가 항상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희생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누가 몰라줘도 해야 하는 일, 알아주길 바라서 하는 일. 살면서 늘 그런 갈등을 갖고 사니까요. 해석이 새롭다기 보다는 표현이 영화적이어서 새로워 보인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죠.”

- 굉장히 다양한 역할들을 맡아 왔는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제 마음에 안 들면 절대 안 해요. 시나리오를 먼저 받죠.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소설과 결코 다르지 않아요.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처럼 생명력이 굉장히 오래 가죠. 개성도 있고, 입장도 굉장히 명확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연극은 작품을 분석하는 시간만 거의 한 달 이상이거든요. 저는 할 만한 작품이라 생각하면 이미지와 상관 없이 소신껏 합니다. 그런 자신감이 있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여담인데, 연극 하던 선배들 사이에서는 ‘연’ 자 두개를 동시에 못 한다는 말도 있었어요. 연극과 연애. 구도자의 길과도 비슷하죠(웃음).”

- 그럼, 많은 작품들을 연구하면서 탐났던 역할이 있나요?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씨? 생존력이 굉장히 뛰어나잖아요. 저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병만족의 족장 역이 탐났어요.”

- 예능에 출연할 생각도 있는 건가요?

“없어요. 몰래 여행을 간다면 몰라도.”

-‘검은 사제들’이 개봉 전부터 많이 화제가 됐는데, 매력 포인트를 꼽아 준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어벤져스’와 비슷하다고 했던 게, 사제복을 입은 우리도 명동 한복판을 뛰어다니잖아요(웃음). 그리고 제가 말 안 해도 ‘강동원의 사제복 볼 가치가 있다’고 다 했더군요(웃음). 박소담의 새로운 매력도 있을 테고. 저는 기본이고. 예쁜 돼지?”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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