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댓글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새정치연합의 “3일 뒤 당명공모” 맹폭 기사의 사진
사진=이동희 기자
댓글은 시간차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포털사이트 뉴스 게시판에서 제일 많은 ‘좋아요’를 얻으려면 우선 빠르게 댓글을 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생충박사 서민 교수가 최근 저서 ‘서민적 글쓰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대한민국 네티즌을 무시한 걸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부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주말을 쉬고 난 뒤 월요일인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당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당명을 공모받겠다고 했습니다. 당 이름 다시 바꾸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신당과 합치면서 기존 ‘민주’에 ‘새정치’와 ‘연합’을 붙인 건데, 1년 9개월 만에 이걸 버리겠다는 뜻입니다. 한국 정당사의 난맥상을 증명하듯 ‘민주’ 앞에 붙었던 수많은 수식어, ‘통합’ ‘대통합’ ‘새천년’ ‘통일’ ‘평화’ 등등이 떠오르네요.

사흘을 숙고하고 당명을 공모해달라는 새정치연합의 부탁과는 달리, 사람들은 참지 못합니다. 당명 변경 사실을 알리는 뉴스에 벌써 당명 창작 댓글 백일장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당명 변경은 홍보전문가들이 포진한 새정치연합 전략홍보본부에서 총괄한다고 하는데, 이럴꺼면 아예 오늘부터 당명을 공모받는게 좋았을 뻔 했습니다.

일단 당명을 떠올릴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현재 정당 등록된 당의 이름은 가져다 쓸 수 없습니다. 정당 등록과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하는데요. 아래의 20개 정당 이름은 쓸 수 없습니다. 선관위 순서대로 이렇습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정의당 개혁국민신당(개혁신당) 겨레자유평화통일당 경제민주당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고복연) 공화당 국민행복당(행복당) 국제녹색당 그린불교연합당(불교당) 기독민주당(기독당) 노동당 녹색당 대한민국당(대민당) 민주당 새마을당 애국당 한국국민당 한나라당



현재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신고한 명칭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역시 선관위 순서대로 나열하면,

민초연합 진리대한당 좋은원칙 사회민주당 자유정의당 한반도미래연합 기독자유당 복지국가당 친반연대 신민당 거지당 대한민국시민정당

이 정도입니다. 이를 피해서 당명을 창작해야 한다면 만만치 않은 작업이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그냥 ‘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지난해 9월 이미 원외정당으로 등록된 명칭이어서 쓸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이 탄생하자 한나라당이 뻐꾸기처럼 등장한 것과 같습니다.

복잡한 고민없이 우선은 기존 당명을 사용하란 의견이 먼저 발견됐습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정의당과 연합해서 민주정의당 어떤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민주정의당은 박정희 철권통치를 본받아 일명 ‘탱크정치’를 감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끈 정당입니다. 또 새누리당과 헛갈리도록 ‘새나라당’ ‘새누민주당’ 혹은 ‘새새누리당’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발견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집권의지를 강하게 표명해야 한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작성자는 이 때문에 “제2여당, 내일은여당”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의견은 “간판만 바꾸지 말고 내용물도 좀 바꾸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당이름만 바꾸면 될 거 같냐”라는 질문에 이어 “창조경제다. 인쇄업 간판업 종사자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정치”라고 추어올린 글도 발견됐습니다. 1년여 전 새정치연합 출범 때도 한 줄짜리 당명 공모 절차를 밟았습니다. 또다시 반복하는 당명 공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진 않아 보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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