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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주역’ 英 석탄 역사속으로…마지막 지하탄광 폐쇄

영국의 마지막 남은 지하탄광이 문을 닫는다. 근대 산업혁명을 촉발한 원동력인 석탄이 발원지 영국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야후 뉴스와 ‘더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요크셔주의 ‘켈링리 탄광’이 18일(현지시간) 폐쇄된다. 노팅리 마을 동쪽에 있는 이 탄광에서는 최근까지도 광부 450명이 매일 800m 지하를 오가며 석탄을 캐왔다. 영국의 일반 지하탄광은 켈링리가 마지막이다.

켈링리에서 일해온 광부 토니 카터(52) 씨는 “한 시대의 종말”이라며 “우리는 이번 주에 역사가 된다. 영국은 석탄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석탄은 증기기관 기차와 선박의 원료로 쓰이며 영국 산업혁명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대영제국도 석탄과 함께 태동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반발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영국 탄광과 공장에서의 노동환경은 마르크스주의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석탄산업이 정점을 찍은 1910∼1920년대에 영국 탄광 종사자는 120만명에 달했고 생산량은 2억9000만t(1913년 기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석탄산업은 천연가스, 바이오매스 등 다른 자원에 자리를 조금씩 내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영국 석탄산업의 사양길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 계기는 1984년부터 1년간 이어진 광부 노동조합 파업이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일부 탄광 폐쇄를 발표한 이후 노조 파업과 탄광 폐쇄가 이어지면서 1년 새 석탄 생산량은 65% 급감했다.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전 세계 관객에게 감동을 안긴 ‘빌리 엘리어트’도 바로 이때의 파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이 파업은 “미래를 위한 전쟁일뿐 아니라 영국의 정신에 대한 전쟁”으로 언급된다.

이후에도 영국의 석탄산업은 황금기를 되찾지 못한 채 값싼 외국산 석탄과 대체 에너지원에 의해 밀려났다. 작년 기준으로 탄광 종사자는 4000명으로 줄었고 1950년대 1330개에 달했던 탄광 수는 이번에 켈링리마저 문을 닫으면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영국이 석탄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또 다른 주요 요인은 환경이다. 이번에 프랑스 파리 기후 협정이 체결될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경각심이 커지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은 ‘유행이 지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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