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배우 10년 했으니, 이제 시작이죠”…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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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12년, 윤계상(37)이 배우로 산 지 벌써 그렇게 됐다. 그룹 god(지오디)에서 나와 첫 영화를 찍었을 때의 설익음은 이제 없다. 9편의 영화와 8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그는 노련함을 입었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서는 한층 힘을 빼고 연기했다. 평범한 계약직 체육 교사 정훈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스스로 내린 평가는 가혹했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한없이 부족하다. 완성본을 보니 괜히 부끄럽고 오그라들더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간 택한 작품들은 다소 무겁거나 심오한 장르가 많았다. 전작 ‘레드카펫’ 이후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가벼운 연기를 하는 게 좀 편해졌느냐고 묻자 이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가벼운 게 더 힘든 거 같아요. 수위를 얼마만큼 낮춰야 하는지 너무 고민이 많이 돼요. 솔직히 이번 영화도 제가 봤을 때는 부끄러워요. 연기가 너무 떠있는 것 같아서. ‘너무 풀었나? 좀 더 잡았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요.”

극적인 하룻밤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30대 남자로서 공감한 내용이 많았다. 윤계상은 “결혼하기 전 남자의 99%는 정훈이 같은 모습이 아닌가”라며 “결정에 앞서 망설이고, 자신감 없어하고, 자존심을 내세우지만 자존감은 없는,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본인도 해당된다고 했다.

극중 정훈은 자신의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비관해 좋아하는 여자(한예리)에게 선뜻 고백하지 못하는 남자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난 뒤 비로소 자신감을 되찾는다. 꽉 막힌 상황을 뚫어내려 먼저 손을 내민 건 용기였다. 윤계상은 이 부분에도 크게 공감했다.

“그런 경우 있잖아요. 나 혼자 어떤 일을 해내려고 열심히 했는데 죽어라고 안 되다가 옆 사람이 살짝 도와주니까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내는. 그럴 때 좀 생각이 변하는 것 같아요. ‘아, 세상은 나 혼자 살 수 없는 거구나.’ 그걸 인정하는 순간 편안해지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혼자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자연스레 최근 행보와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오랜 기간 연기에만 전념했던 윤계상은 지난해 god로 다시 돌아왔다. 팬들은 물론 god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그의 복귀를 뜨겁게 반겼다. 요즘 그가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은 ‘빨리 빨리’ ‘더 더 더’를 외쳤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증명하고 싶어 했죠. 근데 사실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언젠가는 그 타이밍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인생작이 분명히 오겠죠.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밀고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비록 흥행작은 많지 않지만 윤계상은 본인 필모그래피를 사랑한다. 작품을 고를 때마다 흥행성보다 작품성을 우선으로 고려했기에 후회가 없다. 그는 “늘 그 기로에 서서 고민하지만 아무리 모든 제반조건이 좋은 작품도 내용이 비어있으면 못하겠더라”고 토로했다.

“내가 봐도 절대 흥행할 수 없는 영화라는 걸 알겠어요. 사람들이 보기 쉽지 않고 좀 불편한 이야기니까요.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렇다고 배우까지 외면해버리면 진짜 슬픈 일이잖아요. 그 마지막 순간에 잡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야죠).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지만 차기작도 ‘윤계상답다’고 하실 거예요(웃음).”

10년여 동안 참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었다. 스스로는 배우로서 어느 정도 왔다고 보는지 궁금했다. “시작이죠 시작.” 예상치 못한 대답에 “아직도”라는 외마디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준비였고.” 윤계상은 태연하게 얘기했다.

“제가 재작년쯤 (배우로) 10년을 잡고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10년 해보고 안 되면 그땐 뭐가 생기겠지’ 그랬죠. 근데 딱 10년을 해보니까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생각도 잡히고요. ‘그건 어떤 연기였어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표현한 겁니다’ 이젠 확실히 얘기할 수 있어요.”

그는 “배우로서 확고한 마음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다림과 노력”이라고 했다.

“선배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배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정말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선배님들도 여전히 늘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된대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아, 이건 끝나지 않는 싸움이구나’ 싶어요.”

하지만 윤계상은 자신있어했다. 자신의 최고 강점이 성실함이라면서. “하루아침에 얻을 생각은 이미 버렸습니다. 성실하게 꾸준히 부지런하게 계속 밀고 나가려고요. 그럼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죠(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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